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기생충’부터 ‘조커’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관람 등급에 의문을 남긴 작품들이 등장했다. 관람 등급 논란은 영화계에서 오래전부터 반복됐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해묵은 논쟁이다.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성까지 잡은 ‘기생충’의 작품성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또 가족 희비극이라는 ‘기생충’ 측의 설명처럼, 대비되는 두 가족을 통해 사회 구조를 파헤치는 ‘기생충’의 주제만 살펴보면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 또한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주제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지적부터 몇몇 장면에서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이 느껴졌다는 일부 관객들의 지적이 있었다. 선정적이라 지적받은 장면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선균과 조여정의 베드신이었다. 직접적인 노출은 없었지만 상류층의 민낯을 파헤치는 장면이었던 만큼, 표현이 노골적이었으며 신의 길이 또한 길었다. 산수경석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칼로 가슴을 찌르는 장면 등 폭력적인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잔혹하게 느껴졌다는 평도 있었다. 영등위는 ‘기생충’에게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모방 위험 항목에서 ‘다소 높음’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일부 관객들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높음’을 받은 항목은 하나도 없었기에 15세 관람가로 최종 결정됐다. 영등위는 ‘기생충’의 등급에 대해 “해당 연령층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제한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개봉한 ‘독전’의 사례도 등급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영화는 그 해 4월 30일 자로 출범한 7기 영등위가 처음 등급 분류를 한 영화였으며, 마약을 소재로 했음에도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이다. ‘독전’에서는 마약을 흡입하고, 약에 취한 장면들이 가감 없이 나왔으며 손목이 잘리고, 누군가를 살해, 고문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등 폭력적인 장면들도 다수 있었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 위험 등 7가지 평가 기준 모두에서 ‘다소 높음’ 판정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영등위는 문제적인 장면들이 ‘제한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같은 해 개봉한 ‘마녀’까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7기 영등위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동시에 ‘다소 높음’과 ‘높음’ 사이의 기준이 모호해 위원회와 관객 사이 괴리감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최근 폭력에 관대해진 영등위의 판단이 문제가 됐다면, 과거에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단으로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최근 폭력성, 선정성에 대한 관대한 판정과 달리, 10대들의 현실이나 일탈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성정체성을 두고 혼란을 겪는 10대의 예민하고, 불안한 감성에 대해 다룬 영화 ‘야간비행’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오히려 청소년들은 해당 영화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밀양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한공주’ 또한 학교 폭력 피해자의 감정을 섬세한 시각으로 담아내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었던 영화였다. 재심사를 통해 15세 관람가로 바뀌었지만, 제작보고회 당시에만 해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던 ‘명왕성’ 역시 비슷한 사례였다. 지나친 경쟁으로 비극을 맞이하는 10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영화였지만, 이를 장르적 문법 안에 담아내다 보니 폭력적인 장면도 등장했었다. 당시 신소원 감독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한 표현은 삼가 했다. 과도한 폭력과 노출도 자제하면서 찍었다. 영등위가 문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인의 성향이 작용한다. 1년 동안 만들어낸 열정의 결과가 단순히 몇 명의 의견에 의해 차단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고 호소했었다.

[View 기획┃반복되는 등급논란 ①] “이 영화가 15세?”…관람 등급 논란 부른 영화들

마약, 베드신에도 15세 관람가…꾸준히 불거지는 등급 논란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1.27 15:17 의견 0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기생충’부터 ‘조커’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관람 등급에 의문을 남긴 작품들이 등장했다. 관람 등급 논란은 영화계에서 오래전부터 반복됐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해묵은 논쟁이다.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성까지 잡은 ‘기생충’의 작품성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또 가족 희비극이라는 ‘기생충’ 측의 설명처럼, 대비되는 두 가족을 통해 사회 구조를 파헤치는 ‘기생충’의 주제만 살펴보면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 또한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주제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지적부터 몇몇 장면에서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이 느껴졌다는 일부 관객들의 지적이 있었다. 선정적이라 지적받은 장면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선균과 조여정의 베드신이었다. 직접적인 노출은 없었지만 상류층의 민낯을 파헤치는 장면이었던 만큼, 표현이 노골적이었으며 신의 길이 또한 길었다. 산수경석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칼로 가슴을 찌르는 장면 등 폭력적인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잔혹하게 느껴졌다는 평도 있었다.

영등위는 ‘기생충’에게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모방 위험 항목에서 ‘다소 높음’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일부 관객들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높음’을 받은 항목은 하나도 없었기에 15세 관람가로 최종 결정됐다. 영등위는 ‘기생충’의 등급에 대해 “해당 연령층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제한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개봉한 ‘독전’의 사례도 등급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영화는 그 해 4월 30일 자로 출범한 7기 영등위가 처음 등급 분류를 한 영화였으며, 마약을 소재로 했음에도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이다. ‘독전’에서는 마약을 흡입하고, 약에 취한 장면들이 가감 없이 나왔으며 손목이 잘리고, 누군가를 살해, 고문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등 폭력적인 장면들도 다수 있었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 위험 등 7가지 평가 기준 모두에서 ‘다소 높음’ 판정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영등위는 문제적인 장면들이 ‘제한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같은 해 개봉한 ‘마녀’까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7기 영등위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동시에 ‘다소 높음’과 ‘높음’ 사이의 기준이 모호해 위원회와 관객 사이 괴리감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최근 폭력에 관대해진 영등위의 판단이 문제가 됐다면, 과거에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단으로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최근 폭력성, 선정성에 대한 관대한 판정과 달리, 10대들의 현실이나 일탈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성정체성을 두고 혼란을 겪는 10대의 예민하고, 불안한 감성에 대해 다룬 영화 ‘야간비행’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오히려 청소년들은 해당 영화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밀양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한공주’ 또한 학교 폭력 피해자의 감정을 섬세한 시각으로 담아내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었던 영화였다.

재심사를 통해 15세 관람가로 바뀌었지만, 제작보고회 당시에만 해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던 ‘명왕성’ 역시 비슷한 사례였다. 지나친 경쟁으로 비극을 맞이하는 10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영화였지만, 이를 장르적 문법 안에 담아내다 보니 폭력적인 장면도 등장했었다.

당시 신소원 감독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한 표현은 삼가 했다. 과도한 폭력과 노출도 자제하면서 찍었다. 영등위가 문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인의 성향이 작용한다. 1년 동안 만들어낸 열정의 결과가 단순히 몇 명의 의견에 의해 차단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고 호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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