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광고가 ‘성공’이란 키워드로 6편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편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6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는 지난 4일 출시돼 잘 팔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이 내세운 광고가 사회적 가치나 인간관계를 무시한 금전숭배주의에 가깝다는 비판과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 광고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출시에 앞서 ‘그랜저를 타면 성공한 사람’이라는 중심 콘셉트를 잡고 여러 편의 광고를 온라인상에 배포했다. 특히 성공한 사람이 그랜저를 탄다는 내용의 광고는 지난 2009년의 콘셉트를 10년만에 리메이크한 것이다. 당시 광고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로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10년 만에 다시 나온 ‘성공=그랜저’의 공식은 더욱 다양하고 구체화돼 대중 앞에 보여진다. 사진=광고 영상 캡처 이번 광고는 ‘유튜버 크리에이터’, ‘퇴사하는 날’, ‘아들의 걱정’, ‘어려지는 신체나이’, ‘동창회’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몇가지를 살펴보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퇴사하는 날’의 경우 새로운 아이템을 고안한 박 차장이 창업을 위해 퇴사한다. 막 퇴사한 그의 동료들은 “박 차장이 박차고 나간다”면서 “나가면 뭐 있는 줄 알고”라며 그의 선택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자기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한 박 차장을 회사 창문으로 내려다보며 깔보던 동료들은 그의 새 차가 그랜저로 바뀐 것을 보며 ‘부럽다’고 되뇌인다. ‘동창회’ 편도 비슷한 형식이다. 동창회에 간 여성은 “승진했다며? 차 안바꿔?”라는 친구의 물음에 “굳이…. 회사에서 차 나오는데”라는 답으로 임원이 됐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오늘 동창회 계산은 자신이 하겠다며 성공한 티를 낸다. 그 여성의 성공 증거는 임원이 아닌 그랜저다.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상황들을 광고로 구성했다. 그러나 이 광고가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이들은 케케묵고 세상에 찌든 오래 전 성공 기준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던 박차장의 퇴사는 스스로의 결정이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꿈을 펼치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동료가 걱정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비아냥거리는 상황이 차 한 대로 잠재워진다는 것은 오히려 한 사람의 용기있는 선택을 짓밟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동창회는 더하다. 이 광고가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다수가 아직 보수적인 이 사회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뚫고 임원이 됐다는 사실 대신 그랜저와 밥값을 쏘는 지리멸렬한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0년 전 광고가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를 부추겼는데 10년간 세상과 사람들의 가치가 바뀌었음에도 똑같은 시선의 광고를 들고 나왔다고 꼬집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여론은 말 그대로 시대 역행이라며 그랜저가 성공의 키워드가 될 수 없는 외제차의 범람시대라는가 하면 “현대차 아반떼, 소나타, 산타페를 타면 실패한 인생이냐, 그랜저를 타기 전까진 성공 못한 사람이 되냐”는 빈정거림까지 나온 상황이다.  물론 현대차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지난 10월, 더 뉴 그랜저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은 “성공의 방정식이 바뀌었다”면서 “정장을 입은 기업 임원과 청바지를 입은 각계의 정문가들, 사회적 경쟁을 이겨낸 여성들 모두가 성공한 사람들이고,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역시 성공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광고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광고를 제작한 경주영 이노션 부장은 중앙일보를 통해 “요즘 40대가 느끼는 성공의 조건은 비싼 집과 외제 차보단 가정의 행복, 건강, 자기만이 시간 등 이전과는 다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영 포티를 타깃으로 공감할 만한 스토리를 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광고 영상 캡처 그러나 온라인상 분위기를 보자면 현실을 살아가는 여론이 느낀 감정은 현대차의 의도와 전혀 다르다. 성공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와 삶의 가치들을 담겠다고 했지만 실상 광고에서 그런 부분을 느끼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편만 봐도 유튜버인 아들을 걱정하던 엄마가 그랜저를 보고 아들보다 그랜저를 먼저 껴안는 장면은 가족의 가치,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한 사람에 대한 인정 등 보편적 시선에서 많이 비켜나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더 뉴 그랜저’ 광고를 보고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깊게 파악하지 못한 광고라는 생각을 했다. 현대차는 달라진 성공 방식을 대입했다고 했지만 결과물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세상의 기준은 어느 집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를 성공의 척도로 보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든다. 그런 사회에서 창업이란 도전과 성공이나 임원이 됐다는 사실 대신 차가 성공을 대변한다는 주제가 현대인 가치에 부합하지 않기에 광고를 보는 이들에게 무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브랜딩 베테랑인 이랑주는 자신의 저서 ‘오래 가는 것들의 비밀’에서 브랜드의 가치는 상징에 있다고 말했다. 어떤 유행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창적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의 시대가 물건이 아닌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걸 가졌으면 성공”이라는 단순 방정식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시선이라 볼 수밖에 없다. 더 뉴 그랜저 광고를 본 여론 다수는 이번 광고들이 제품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 지적한다. 차라리 더 뉴 그랜저의 좋은 점만 나열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현대차가 노력 대신 닳고 닳은 통념만 주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고 탑승자에 안락함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자동차 회사의 의무고 이에 충실할 때 “저 차를 타면 성공한 거지”라는 인식이 자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억지 주입은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을 현대차는 10년 전 광고를 되풀이하며 망각한 모양새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광고, 소비자 심기 건드렸다 '억지' 럭셔리에 쏟아진 비난

더 뉴 그랜저 광고 시리즈 '성공'이 키워드, 소비자 지적한 요소는
10년 전 광고, 성공방정식 달라졌다지만 공감도 체감도 안되는 상황

문다영 기자 승인 2019.11.29 13:18 | 최종 수정 2019.11.29 15:53 의견 0
사진=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광고가 ‘성공’이란 키워드로 6편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편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6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는 지난 4일 출시돼 잘 팔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이 내세운 광고가 사회적 가치나 인간관계를 무시한 금전숭배주의에 가깝다는 비판과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 광고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출시에 앞서 ‘그랜저를 타면 성공한 사람’이라는 중심 콘셉트를 잡고 여러 편의 광고를 온라인상에 배포했다. 특히 성공한 사람이 그랜저를 탄다는 내용의 광고는 지난 2009년의 콘셉트를 10년만에 리메이크한 것이다. 당시 광고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로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10년 만에 다시 나온 ‘성공=그랜저’의 공식은 더욱 다양하고 구체화돼 대중 앞에 보여진다.

사진=광고 영상 캡처


이번 광고는 ‘유튜버 크리에이터’, ‘퇴사하는 날’, ‘아들의 걱정’, ‘어려지는 신체나이’, ‘동창회’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몇가지를 살펴보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퇴사하는 날’의 경우 새로운 아이템을 고안한 박 차장이 창업을 위해 퇴사한다. 막 퇴사한 그의 동료들은 “박 차장이 박차고 나간다”면서 “나가면 뭐 있는 줄 알고”라며 그의 선택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자기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한 박 차장을 회사 창문으로 내려다보며 깔보던 동료들은 그의 새 차가 그랜저로 바뀐 것을 보며 ‘부럽다’고 되뇌인다. ‘동창회’ 편도 비슷한 형식이다. 동창회에 간 여성은 “승진했다며? 차 안바꿔?”라는 친구의 물음에 “굳이…. 회사에서 차 나오는데”라는 답으로 임원이 됐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오늘 동창회 계산은 자신이 하겠다며 성공한 티를 낸다. 그 여성의 성공 증거는 임원이 아닌 그랜저다.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상황들을 광고로 구성했다. 그러나 이 광고가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이들은 케케묵고 세상에 찌든 오래 전 성공 기준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던 박차장의 퇴사는 스스로의 결정이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꿈을 펼치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동료가 걱정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비아냥거리는 상황이 차 한 대로 잠재워진다는 것은 오히려 한 사람의 용기있는 선택을 짓밟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동창회는 더하다. 이 광고가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다수가 아직 보수적인 이 사회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뚫고 임원이 됐다는 사실 대신 그랜저와 밥값을 쏘는 지리멸렬한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0년 전 광고가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를 부추겼는데 10년간 세상과 사람들의 가치가 바뀌었음에도 똑같은 시선의 광고를 들고 나왔다고 꼬집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여론은 말 그대로 시대 역행이라며 그랜저가 성공의 키워드가 될 수 없는 외제차의 범람시대라는가 하면 “현대차 아반떼, 소나타, 산타페를 타면 실패한 인생이냐, 그랜저를 타기 전까진 성공 못한 사람이 되냐”는 빈정거림까지 나온 상황이다. 

물론 현대차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지난 10월, 더 뉴 그랜저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은 “성공의 방정식이 바뀌었다”면서 “정장을 입은 기업 임원과 청바지를 입은 각계의 정문가들, 사회적 경쟁을 이겨낸 여성들 모두가 성공한 사람들이고,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역시 성공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광고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광고를 제작한 경주영 이노션 부장은 중앙일보를 통해 “요즘 40대가 느끼는 성공의 조건은 비싼 집과 외제 차보단 가정의 행복, 건강, 자기만이 시간 등 이전과는 다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영 포티를 타깃으로 공감할 만한 스토리를 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광고 영상 캡처


그러나 온라인상 분위기를 보자면 현실을 살아가는 여론이 느낀 감정은 현대차의 의도와 전혀 다르다. 성공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와 삶의 가치들을 담겠다고 했지만 실상 광고에서 그런 부분을 느끼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편만 봐도 유튜버인 아들을 걱정하던 엄마가 그랜저를 보고 아들보다 그랜저를 먼저 껴안는 장면은 가족의 가치,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한 사람에 대한 인정 등 보편적 시선에서 많이 비켜나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더 뉴 그랜저’ 광고를 보고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깊게 파악하지 못한 광고라는 생각을 했다. 현대차는 달라진 성공 방식을 대입했다고 했지만 결과물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세상의 기준은 어느 집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를 성공의 척도로 보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든다. 그런 사회에서 창업이란 도전과 성공이나 임원이 됐다는 사실 대신 차가 성공을 대변한다는 주제가 현대인 가치에 부합하지 않기에 광고를 보는 이들에게 무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브랜딩 베테랑인 이랑주는 자신의 저서 ‘오래 가는 것들의 비밀’에서 브랜드의 가치는 상징에 있다고 말했다. 어떤 유행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창적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의 시대가 물건이 아닌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걸 가졌으면 성공”이라는 단순 방정식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시선이라 볼 수밖에 없다. 더 뉴 그랜저 광고를 본 여론 다수는 이번 광고들이 제품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 지적한다. 차라리 더 뉴 그랜저의 좋은 점만 나열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현대차가 노력 대신 닳고 닳은 통념만 주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고 탑승자에 안락함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자동차 회사의 의무고 이에 충실할 때 “저 차를 타면 성공한 거지”라는 인식이 자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억지 주입은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을 현대차는 10년 전 광고를 되풀이하며 망각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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