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가 경기도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성남 은행주공의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전국 100여개 현장이 공사 중단 상태에 놓이면서 41조원 규모의 수주 잔액이 수주 절벽에 직면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제재 가능성에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면허취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당장에 공공입찰 제한 등 제재 수위에 따라 향후 대형 프로젝트 일정과 회사 경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6일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작업자가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들과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
11일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지난 8일 관리처분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도급계약 체결 안건을 포함한 모든 안건을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했다.
조합은 이달 중 포스코이앤씨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성남시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총회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포스코이앤씨의 안전사고 논란과 정부 징계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지만, 시공사 교체 시 절차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 41조 공사 수주 리스크…5조원대 서리풀 복합개발 등 불확실성
문제는 남은 수주 공사들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분기 기준 41조819억원의 수주 잔액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약 90%가 국내 사업. 대표적으로 5조3500억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서리풀 복합개발을 비롯해 신반포21차 재건축, 노량진1구역 재개발, 분당 느티나무3·4단지 리모델링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다수 포함됐다.
하지만 최근 사고 여파로 전국 103개 현장이 전면 공사 중단 상태에 놓이며 PF 대출 회수 우려, 조합원 불만, 계약 해지 가능성 등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수주한 공사는 100곳이 넘는다. 하도급, PF금융, 신탁사 등이 얽혀 있어서 인계도 쉽지 않다"며 "준공 일정에 맞춰 이사를 하는 입주자들도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리풀 복합개발은 규모가 큰 만큼 사업 불발 시 고위험군 리스크에 해당한다. 장기 공사 중단 시 PF 회수 불안이 가장 크다. 신반포21차 재건축과 노량진1구역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준공 지연과 조합 불신이나 인허가 지연에 따른 일정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국 103개 현장도 공정 중단에 따른 협력사 유동성 악화 우려도 나온다.
■ 광주 붕괴 사고 사례…영업정지 후 연 수주 40% 감소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까지 말하며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모든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업계는 면허취소까지는 아니어도 공공입찰 제한, 영업정지나 과징금 등 시나리오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 제재는 영업정지, 공공입찰 제한, 과징금, 건설면허 취소 순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지난 2021년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8개월간 공공입찰 제한과 영업정지를 받았다. 그 결과 연간 수주량이 40% 줄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지난 21일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해 회사는 8개월간 공공입찰 제한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당시 일부 대형 프로젝트가 타사로 넘어가며 경영에 직격탄이 됐다. 포스코이앤씨가 공공입찰 제한을 받을 경우 최대 2년간 관급공사 수주가 전면 중단되고, 면허가 취소되면 진행 중인 사업 다수가 중도 해지될 수 있다. 금융권 PF 심사 강화, 신용등급 하락, 협력사 유동성 악화도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 탈퇴 등 신규 수주활동 중단
포스코이앤씨의 위기돌파 출구전략이 주목된다. 당장엔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전사적인 안전 강화에 나섰다. 앞서 장인화 회장은 직속 '그룹안전특별진단 TF'를 구성하고 지난 9일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또한 외부 전문가와 경영진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그룹 안전통인 송치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포스코이앤씨 신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로 발표했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송 사장은 내정 발표 직후 "안전이 확보되고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인프라 신규 수주는 전면 중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룹 차원의 대책에는 AI 기반 안전기술 개발과 안전관리 전문회사 설립, 하도급 구조 개선, 산재가족 지원 재단 설립 등이 포함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 복합시성 개발 사업을 비롯해 전국 103곳 공사 현장은 안전 점검을 마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전국 모든 공사 현장 작업을 중단한 상태이고, 신규 수주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컨소시엄 탈퇴 관련해서도 "이 부분도 신규 수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