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을 보다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글에 담긴 내용을 읽지 않고 제목만 봤다는 게 들통난 경우다. 그들은 기사 안에 담긴 정확한 정보와 내용을 보지 않고 제멋대로 해석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쟁도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선동하는 말과 글에 이끌려 잘못된 논리를 펼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든 해석하는  ‘자’들에 의해 끌려갈 수밖에 없지만 이 상황이 집단화가 된다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후에는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휩쓸리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나 사회는 유독 그렇다. 책을 읽는 훈련이 안되어 있으니, 인터넷에 있는 텍스트를 읽지 못한다. 단연히 해석하지 못하고, 정보를 찾지 못한다. 가장 쉬운 것은 누군가 짧게 정리된 내용이다. 그러다보니 눈길을 잡은 것은 글의 제목이나 볼드체로 된 부제목이다. 이것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유튜브로 가서, 누군가 정치나 사회에 대해 해석해주는 영상을 찾는다. 속칭 극우라 칭해지는 이들이 손쉽게 그들의 지지자를 모으는 방법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는 이들 역시 그렇다. 어떻게 보면 나름 이들은 글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이들이다. 단지 해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통한 선동가들 중 기자나 변호사 등이 적지 않은 이유다. 글과 말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선동적인 글과 말이 나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 ‘괴벨스 : 대중선동의 심리학’일 것이다. 2006년 국내 최초로 소개된 괴벨스의 평전인 이 책은 괴벨스 일대기이기도 하지만, 나치의 역사이며, 선동의 민낯을 보여준다. 콤플렉스로 가득 찬 괴벨스가 히틀러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 콤플렉스를 대중 선동의 능력으로 바꿔 보이는 과정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에는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등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리고 현 시대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알든 모르든 이런 괴벨스의 방법을 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괴벨스의 저 방법이 100% 통하는 전제는 하나다. 대중이 현명하지 못하고, 글과 말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느끼는 울림이 더 크다. 현실에서 미디어와 온라인 여론에 내가 어떻게 휘둘리고 있는지, 그 구조적인 속내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괴벨스 : 대중선동의 심리학’은 105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유럽의 역사를 어느 정도 찾아보면서 읽어야 하는 번거러움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일독할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덮은 후 오늘도 양산되는 ‘선동의 언어’들을 다시 돌아볼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책에 길을 묻다] 거짓말은 되풀이될수록 강해진다…강력하고 위험한 말의 힘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이면희 기자 승인 2020.02.13 13:22 의견 0
 

요즘 인터넷을 보다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글에 담긴 내용을 읽지 않고 제목만 봤다는 게 들통난 경우다. 그들은 기사 안에 담긴 정확한 정보와 내용을 보지 않고 제멋대로 해석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쟁도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선동하는 말과 글에 이끌려 잘못된 논리를 펼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든 해석하는  ‘자’들에 의해 끌려갈 수밖에 없지만 이 상황이 집단화가 된다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후에는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휩쓸리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나 사회는 유독 그렇다. 책을 읽는 훈련이 안되어 있으니, 인터넷에 있는 텍스트를 읽지 못한다. 단연히 해석하지 못하고, 정보를 찾지 못한다. 가장 쉬운 것은 누군가 짧게 정리된 내용이다. 그러다보니 눈길을 잡은 것은 글의 제목이나 볼드체로 된 부제목이다. 이것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유튜브로 가서, 누군가 정치나 사회에 대해 해석해주는 영상을 찾는다. 속칭 극우라 칭해지는 이들이 손쉽게 그들의 지지자를 모으는 방법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는 이들 역시 그렇다. 어떻게 보면 나름 이들은 글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이들이다. 단지 해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통한 선동가들 중 기자나 변호사 등이 적지 않은 이유다.

글과 말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선동적인 글과 말이 나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 ‘괴벨스 : 대중선동의 심리학’일 것이다.

2006년 국내 최초로 소개된 괴벨스의 평전인 이 책은 괴벨스 일대기이기도 하지만, 나치의 역사이며, 선동의 민낯을 보여준다. 콤플렉스로 가득 찬 괴벨스가 히틀러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 콤플렉스를 대중 선동의 능력으로 바꿔 보이는 과정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에는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등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리고 현 시대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알든 모르든 이런 괴벨스의 방법을 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괴벨스의 저 방법이 100% 통하는 전제는 하나다. 대중이 현명하지 못하고, 글과 말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느끼는 울림이 더 크다. 현실에서 미디어와 온라인 여론에 내가 어떻게 휘둘리고 있는지, 그 구조적인 속내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괴벨스 : 대중선동의 심리학’은 105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유럽의 역사를 어느 정도 찾아보면서 읽어야 하는 번거러움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일독할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덮은 후 오늘도 양산되는 ‘선동의 언어’들을 다시 돌아볼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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