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부터 일어난 미투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상륙한 후 우리 사회는 한 동안 어수선했다. 자성의 목소리와 피해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뒤섞였지만 가해자에 대해 제대로된 처벌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미투 고발의 경우 피해 시기가 한참 지나 증거가 없는 관계로 자칫 피해자가 역풍을 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미투는 학교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미투 고발이 한창이었던 2018년부터는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쿨미투다.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뷰어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스쿨미투 사례를 짚어보고, 처벌 수위의 적정성을 토론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CFAcc 스쿨미투팀 학생들 (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 기획은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이 문제를 제시하고, 뷰어스가 현상을 짚어보는 [뷰어스X초록우산 연중기획]입니다. 2월에는 스쿨미투 실체와 가해자들을 향한 솜방망이  처벌에 관해 논의합니다. 지난해 충청도 제천의 모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같은 학년 여학생들에게 지속해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한다는 학생들의 신고를 있었다. 이로 인해 학교 폭력 문제해결지원단이 가동됐지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피해 학생은 심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악화된 일이 있었다. 이처럼 스쿨미투는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례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2차 피해가 심각하게 이루어진다. 여기에 가해자가 같은 학생이 아닌 교사일 때는 피해자의 두려움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 “포즈 섹시한데, 엉덩이 좀 더 움직여봐” 등 여학생들에게 자행되는 성희롱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CFAcc(Child-Friendly Accountability, 아동보호 참여활동)은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시 내 거주하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총 181명(여학생 151명, 남학생 30명)에게 조사를 한 결과 충격적인 피해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학교 내 성폭력 피해 사례에는 전체 설문 참여 181명 중, 19명이 기재하였으며, 이들 중 18명은 고등학교에 재학중이거나 고등학교를 자퇴한 여학생이었다. 피해의 심각성을 피력하기 위해 사례는 조사 내용 그대로 담기로 한다.  ▲ 평소에 아빠같이 생각했던 선생님이 제가 뒤돌아있는 동안 제 뒷모습을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너무 소름끼쳤었어요. ▲ 중학교 남자 체육 선생이 신입생 1학년들에게 스트레칭을 할 때 “오~포즈 섹시한데~ 엉덩이 좀 더 움직여봐”라는 발언을 하셨고 우리에게는 걷기운동을 할 때 “아줌마처럼 걷지마. 얘들아 아가씨처럼 걸어 야지”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어요. 하지만 학교 측에선 성희롱당한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님과 성희롱 한 남체육선생과 이야기로만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겐 사과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선생은 아직도 당당하게 학교에 출퇴근합니다. ▲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여자는 침대에서만 잘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어요. ▲ 친구가 다니는 학교에서 남교사 및 남교감이 상습적으로 피해 학생을 성희롱하는 등의 사건이 이어져 스쿨 미투가 보도되었으나 타 학생들과 선생들은 피해 학생을 2차 가해했으며 남교사와 남교감을 다른 학교로 이직시키는 등의 최소한의 처벌만 진행되었기에 매우 부당함을 느꼈어요. 피해자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고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내려야 마땅해요. ▲ 스타킹이 추워서 입는 게 아닌 남들에게 예뻐 보이려고 여학생들이 입는 거라고 학교의 생지부 담당이라는 선생님이 몰지식한 헛소리를 해서 미투가 열릴 뻔했어요. ▲ 미술 선생님이 참고 자료랍시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교복 입은 여학생 그림을 로우앵글로 가져 왔어요. 그림 알려준다며 여학생들 손을 잡거나 실수인 척 가슴을 터치하는 건 일상이었어요. 또한 여자화장실에도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게 목격됐으나 학교 측에서는 그 어떤 처분도 하지 않은 채 전교생 앞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어요. 물리 선생님이 하복 입은 여학생을 보고 지시봉으로 찌르며 “너는 왜 속옷 위에 나시 티를 안 입었냐. 다 비친다. 니네 담임도 남자다” 등의 발언을 하였으나 넘어갔어요. 체육 선생님이 스트레칭 동작 중 롤러 위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설명하며 여학생들에게 “이거 나중에 너네 남자친구 사귀면 이런 거 다 하게 될 거야”라고 발언했어요. 공개 사과 이외 다른 처분 없었어요. ▲ 한 교사가 국어 시간 도중 시조에 나온 ‘젖가슴’ 이란 말을 읽으면서 기쁘다는 듯이 웃고 반복해서 말했어요. 여학생들만 있는 곳에서 그랬다는 것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습관적으로 뒤에서 안거나 배를 만지거나 볼을 쓰다듬는 등의 행동을 했어요. 반 아이들이 모두 몇 번씩 당하고 나서야 다른 선생님께 말씀드려 교직원분들이 알게 되었지만, 그 후에 실질적으로 처벌이 이루어지진 않았어요.   [뷰어스X초록우산 연중기획 | 스쿨미투] ②성비위 교사 교단 복귀, 솜방망이 징계 언제까지? 에서 계속...

[뷰어스X초록우산 연중기획 | 스쿨미투] ①학교 내 성비위 “여자는 침대에서만 잘 하면 돼” 교사 발언 ‘소름’

성비위 교사수 매년 증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안돼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2.14 16:42 | 최종 수정 2020.03.16 15:24 의견 0

미국에서부터 일어난 미투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상륙한 후 우리 사회는 한 동안 어수선했다. 자성의 목소리와 피해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뒤섞였지만 가해자에 대해 제대로된 처벌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미투 고발의 경우 피해 시기가 한참 지나 증거가 없는 관계로 자칫 피해자가 역풍을 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미투는 학교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미투 고발이 한창이었던 2018년부터는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쿨미투다.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뷰어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스쿨미투 사례를 짚어보고, 처벌 수위의 적정성을 토론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CFAcc 스쿨미투팀 학생들 (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 기획은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이 문제를 제시하고, 뷰어스가 현상을 짚어보는 [뷰어스X초록우산 연중기획]입니다. 2월에는 스쿨미투 실체와 가해자들을 향한 솜방망이  처벌에 관해 논의합니다.

지난해 충청도 제천의 모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같은 학년 여학생들에게 지속해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한다는 학생들의 신고를 있었다. 이로 인해 학교 폭력 문제해결지원단이 가동됐지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피해 학생은 심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악화된 일이 있었다. 이처럼 스쿨미투는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례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2차 피해가 심각하게 이루어진다. 여기에 가해자가 같은 학생이 아닌 교사일 때는 피해자의 두려움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 “포즈 섹시한데, 엉덩이 좀 더 움직여봐” 등 여학생들에게 자행되는 성희롱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CFAcc(Child-Friendly Accountability, 아동보호 참여활동)은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시 내 거주하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총 181명(여학생 151명, 남학생 30명)에게 조사를 한 결과 충격적인 피해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학교 내 성폭력 피해 사례에는 전체 설문 참여 181명 중, 19명이 기재하였으며, 이들 중 18명은 고등학교에 재학중이거나 고등학교를 자퇴한 여학생이었다. 피해의 심각성을 피력하기 위해 사례는 조사 내용 그대로 담기로 한다. 

▲ 평소에 아빠같이 생각했던 선생님이 제가 뒤돌아있는 동안 제 뒷모습을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너무 소름끼쳤었어요.

▲ 중학교 남자 체육 선생이 신입생 1학년들에게 스트레칭을 할 때 “오~포즈 섹시한데~ 엉덩이 좀 더 움직여봐”라는 발언을 하셨고 우리에게는 걷기운동을 할 때 “아줌마처럼 걷지마. 얘들아 아가씨처럼 걸어 야지”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어요. 하지만 학교 측에선 성희롱당한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님과 성희롱 한 남체육선생과 이야기로만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겐 사과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선생은 아직도 당당하게 학교에 출퇴근합니다.

▲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여자는 침대에서만 잘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어요.

▲ 친구가 다니는 학교에서 남교사 및 남교감이 상습적으로 피해 학생을 성희롱하는 등의 사건이 이어져 스쿨 미투가 보도되었으나 타 학생들과 선생들은 피해 학생을 2차 가해했으며 남교사와 남교감을 다른 학교로 이직시키는 등의 최소한의 처벌만 진행되었기에 매우 부당함을 느꼈어요. 피해자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고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내려야 마땅해요.

▲ 스타킹이 추워서 입는 게 아닌 남들에게 예뻐 보이려고 여학생들이 입는 거라고 학교의 생지부 담당이라는 선생님이 몰지식한 헛소리를 해서 미투가 열릴 뻔했어요.

▲ 미술 선생님이 참고 자료랍시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교복 입은 여학생 그림을 로우앵글로 가져 왔어요. 그림 알려준다며 여학생들 손을 잡거나 실수인 척 가슴을 터치하는 건 일상이었어요. 또한 여자화장실에도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게 목격됐으나 학교 측에서는 그 어떤 처분도 하지 않은 채 전교생 앞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어요. 물리 선생님이 하복 입은 여학생을 보고 지시봉으로 찌르며 “너는 왜 속옷 위에 나시 티를 안 입었냐. 다 비친다. 니네 담임도 남자다” 등의 발언을 하였으나 넘어갔어요. 체육 선생님이 스트레칭 동작 중 롤러 위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설명하며 여학생들에게 “이거 나중에 너네 남자친구 사귀면 이런 거 다 하게 될 거야”라고 발언했어요. 공개 사과 이외 다른 처분 없었어요.

▲ 한 교사가 국어 시간 도중 시조에 나온 ‘젖가슴’ 이란 말을 읽으면서 기쁘다는 듯이 웃고 반복해서 말했어요. 여학생들만 있는 곳에서 그랬다는 것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습관적으로 뒤에서 안거나 배를 만지거나 볼을 쓰다듬는 등의 행동을 했어요. 반 아이들이 모두 몇 번씩 당하고 나서야 다른 선생님께 말씀드려 교직원분들이 알게 되었지만, 그 후에 실질적으로 처벌이 이루어지진 않았어요.
 

[뷰어스X초록우산 연중기획 | 스쿨미투] ②성비위 교사 교단 복귀, 솜방망이 징계 언제까지?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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