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베스트셀러작가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일본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남자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함께 쓴 책이다. 좀처럼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는 우리 작가 공지영은 '사랑후에 오는 것들'의 집필의뢰를 받고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낀 모양이다. 동해를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소 억지로 이유로 떼어놨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책 한 장 한 장에는 사랑할 때의 감정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심장의 동요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작가에 의해 '그 사람'이라고 이름 붙여진 준고와 주인공 홍을 통해서 설레기도 하고, 눈물지어지기도 했던 일련의 독서과정은 이별을 경험한 이들에게 촉촉한 위로를  줄 것이다. 그래,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을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뷰어스DB) □ 육체가 정신을 이길 수 있을까, 의지가 환경을 이길 수 있을까, 진심이 편견을 이길 수 있을까 □ 있잖아. 쏘아 버린 화살하고 불러 버린 노래하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린 내 마음은 내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짜샤 참 이상한 일이다. 결혼이라는 것만큼 이미 해본 사람은 하지 말라 하고, 하지 않은 사람은 기어이 하고 마려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면 그토록 꼼꼼히 리뷰들을 챙기면서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의 리뷰도 신경 쓰려고 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 그가 알까, 우리라는 그 말의 의미를? 우리 집,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 그리고 우리 남편, 우리 아내의 우리라는 말은 이미 네 속에 내가 들어 있고 내 속에 네가 들어 있다는 뜻임을. 너무 많은 걸 바랐나 봐. 감히 영원 같은 걸 갖고 싶었나 봐. 변하지 않는 것 말이야. 단단하고 중심이 잡혀 있고, 반짝반짝 빛나고 한참 있다 돌아와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두 팔 벌려주는 그런 사랑, 변하지 않는 사랑... 같은 거. 꿈꾸지 말아야 할 것을 꿈꾸고 말았나 봐. 내가 너희 주인한테 물어봤는데, 처음 만나 너를 주고 나서 물었거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느냐고, 어딘가에 그런 게 있다고 그 사람이 대답했어. 어딘가라고 말했는데 그게 그 사람 속에 있는 줄 알았던 거야... □ 결국 또 내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그때 내 처지가 어쩔지, 혹은 그를 향한 자세가 어떨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 번 심어진 사랑의 구군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 조그만 싹을 내밀 것이다. 그런 구근의 싹을 틔우는 사람이, 먼 하늘 너머 있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문장공감]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공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2.28 13:1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베스트셀러작가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일본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남자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함께 쓴 책이다. 좀처럼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는 우리 작가 공지영은 '사랑후에 오는 것들'의 집필의뢰를 받고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낀 모양이다. 동해를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소 억지로 이유로 떼어놨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책 한 장 한 장에는 사랑할 때의 감정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심장의 동요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작가에 의해 '그 사람'이라고 이름 붙여진 준고와 주인공 홍을 통해서 설레기도 하고, 눈물지어지기도 했던 일련의 독서과정은 이별을 경험한 이들에게 촉촉한 위로를  줄 것이다. 그래,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을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뷰어스DB)


□ 육체가 정신을 이길 수 있을까, 의지가 환경을 이길 수 있을까, 진심이 편견을 이길 수 있을까

□ 있잖아. 쏘아 버린 화살하고 불러 버린 노래하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린 내 마음은 내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짜샤

참 이상한 일이다. 결혼이라는 것만큼 이미 해본 사람은 하지 말라 하고, 하지 않은 사람은 기어이 하고 마려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면 그토록 꼼꼼히 리뷰들을 챙기면서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의 리뷰도 신경 쓰려고 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 그가 알까, 우리라는 그 말의 의미를? 우리 집,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 그리고 우리 남편, 우리 아내의 우리라는 말은 이미 네 속에 내가 들어 있고 내 속에 네가 들어 있다는 뜻임을.

너무 많은 걸 바랐나 봐. 감히 영원 같은 걸 갖고 싶었나 봐. 변하지 않는 것 말이야. 단단하고 중심이 잡혀 있고, 반짝반짝 빛나고 한참 있다 돌아와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두 팔 벌려주는 그런 사랑, 변하지 않는 사랑... 같은 거. 꿈꾸지 말아야 할 것을 꿈꾸고 말았나 봐. 내가 너희 주인한테 물어봤는데, 처음 만나 너를 주고 나서 물었거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느냐고, 어딘가에 그런 게 있다고 그 사람이 대답했어. 어딘가라고 말했는데 그게 그 사람 속에 있는 줄 알았던 거야...

□ 결국 또 내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그때 내 처지가 어쩔지, 혹은 그를 향한 자세가 어떨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 번 심어진 사랑의 구군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 조그만 싹을 내밀 것이다. 그런 구근의 싹을 틔우는 사람이, 먼 하늘 너머 있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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