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이 소재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는 실패하기도 쉽지 않다. 흥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평타 기록은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에게는 시대와 환경, 시기와 공간, 상대는 다를지라도 누군가를 처음 보고 두근거림을 느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 중고등학교에 교생 선생님이나 첫 부임해서 “첫 사랑 이야기 해주세요”는 이런 두근거림을 공유하고픈 마음 때문일 것이다. (사진=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영화 ‘건축한개론’은 관개들의 이런 마음을 알았다. 승민(이제훈, 엄태웅 분)과 서연(수지, 한가인 분)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였고, 어느 누구에게는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인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990년대 중후반 대다수 사람들은 여자에게 거침없이 접근하는 안연석(우연석 분)이 아니라, 승민이고, 서연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서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혹은 오해를 하는 승민의 모습에 답답해 했다.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런 사람도 있을 테지만, 순수하게 영화로 봐도 이 같은 심정은 여전했다. 이를 보는 서연 역시 마찬가지다.  더 안타까운 미소(?)를 짓게 만든 이유는 15년 세월이 흘러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이런 모습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도 알고 상대의 감정도 안다. 말에서 행동에서 이미 넘치고 넘쳤다. 그런데 표현을 안한다. 15년 동안 때론 생각나고, 때론 잊고 살았지만, 감정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현실을 알기에 꾹꾹 누른다.  연애의 기술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사랑’이 어떤 것인지, 경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랑의 기술’을 추천하고 싶었다.   ■ ‘사랑의 기술’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1956년에 출간된 책이다. 무려 63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는다. 그러나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제목은 ‘사랑의 기술’이지만, 내용은 사람의 감정에 대한 정신분석학 전문서적이자, 철학 전문서적이다. 때론 어려운 용어도 나온다. 그럼에도 3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번역되고 수 백만부가 팔린 이유는 그만큼 공감이 큰 내용들로 꽉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에 따른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람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나의 힘, 나의 부, 나의 능력을 경험한다. 고양된 생명력과 잠재력을 경험하고 나는 매우 큰 환희를 느낀다” 흔히 ‘빠진다’는 표현을 쓴 사랑에 대해 이렇게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승민과 서연은 주는 방법을 몰랐고, 그러한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기술’이 연인간의 감정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전 세계적인, 전방향적인 사랑을 다룬다. 필독할 만 하다.

[미디어셀러] 첫사랑부터 연애의 기술은 필요하다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3.19 17:39 의견 0

첫 사랑. 이 소재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는 실패하기도 쉽지 않다. 흥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평타 기록은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에게는 시대와 환경, 시기와 공간, 상대는 다를지라도 누군가를 처음 보고 두근거림을 느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 중고등학교에 교생 선생님이나 첫 부임해서 “첫 사랑 이야기 해주세요”는 이런 두근거림을 공유하고픈 마음 때문일 것이다.

(사진=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영화 ‘건축한개론’은 관개들의 이런 마음을 알았다. 승민(이제훈, 엄태웅 분)과 서연(수지, 한가인 분)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였고, 어느 누구에게는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인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990년대 중후반 대다수 사람들은 여자에게 거침없이 접근하는 안연석(우연석 분)이 아니라, 승민이고, 서연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서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혹은 오해를 하는 승민의 모습에 답답해 했다.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런 사람도 있을 테지만, 순수하게 영화로 봐도 이 같은 심정은 여전했다. 이를 보는 서연 역시 마찬가지다. 

더 안타까운 미소(?)를 짓게 만든 이유는 15년 세월이 흘러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이런 모습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도 알고 상대의 감정도 안다. 말에서 행동에서 이미 넘치고 넘쳤다. 그런데 표현을 안한다. 15년 동안 때론 생각나고, 때론 잊고 살았지만, 감정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현실을 알기에 꾹꾹 누른다. 

연애의 기술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사랑’이 어떤 것인지, 경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랑의 기술’을 추천하고 싶었다.

 


■ ‘사랑의 기술’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1956년에 출간된 책이다. 무려 63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는다. 그러나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제목은 ‘사랑의 기술’이지만, 내용은 사람의 감정에 대한 정신분석학 전문서적이자, 철학 전문서적이다. 때론 어려운 용어도 나온다. 그럼에도 3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번역되고 수 백만부가 팔린 이유는 그만큼 공감이 큰 내용들로 꽉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에 따른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람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나의 힘, 나의 부, 나의 능력을 경험한다. 고양된 생명력과 잠재력을 경험하고 나는 매우 큰 환희를 느낀다”

흔히 ‘빠진다’는 표현을 쓴 사랑에 대해 이렇게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승민과 서연은 주는 방법을 몰랐고, 그러한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기술’이 연인간의 감정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전 세계적인, 전방향적인 사랑을 다룬다. 필독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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