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악재는 올해 1분기 산업계를 강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생산실적이 악화한 곳이 많았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악화가 현실화된 셈이다.
2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고 생산능력과 생산실적을 공시하는 127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이들 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81.4%로 지난해 1분기(85.2%)와 비교해 3.8%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운송)량 조절에 나선 기업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여행·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항공운송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항공운송 부문의 생산실적(운항실적)은 작년보다 35.9% 감소해 전 산업군을 통틀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7%, 24.1%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악재로 올해 1분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항공업계의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분석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9490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고,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CEO스코어 분석 결과 항공운송을 비롯해 자동차·스마트폰 등 국내 10개 주력업종 29개 부문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개 부문의 생산실적이 작년보다 감소했다.
기업별 생산실적을 보면 진에어가 작년보다 운항실적이 54.2% 급감해 감소율 1위에 올랐고 제주항공이 -46.8%로 2위를 기록하는 등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이어 아시아나항공(-33.4%)과 대한항공(-32.7%), ㈜한화(산업기계, -37.1%), 두산중공업(원자력, -34.1%), LG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28.1%), LG전자(휴대폰, -27.5%), 두산인프라코어(건설기계, -27.4%) 등이 감소율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 코로나19 직격탄, 불확실성 커지는 항공업계 M&A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도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제주항공은 여전히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포기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 내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플랜B'를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도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당분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관리하다가 업황이 좋아지면 재매각을 시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부진한 실적은 인수 작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0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현산은 일단 4월 말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러시아에서의 기업결합심사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제주항공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중 1022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회사 운영자금도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투입이 예상되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셧다운'한 상태가 이어지며 임직원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 측에 사재 출연 등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현산과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제주항공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인수 자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