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스마일” 로저의 이 대사는 흡사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전 국민을 향한 위로처럼 들린다. 뮤지컬 ‘렌트’가 9년 만에 국내 개막했다. 지난달 말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렌트’는 여전히 활기차서 묘한 소외감마저 안긴다.  뮤지컬 '렌트'는 개막과 동시에 관객들로 객석을 가득 채웠다. (사진=뷰어스) ■ K방역 실감케 한 공연장, QR코드 찍고 입장 코로나19와 함께 위축된 공연계는 ‘오페라의 유령’ 배우 확진으로 직격탄을 맞는 듯 보였다. 위기에 강한 민족성 탓일까. 개막 첫 공연은 만석이었고 공연은 시작 전부터 코로나19 대비에 분주했다.  QR코드를 찍고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에야 입장한 공연장은 ‘지금이 코로나19 시대가 맞나?’싶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대한민국 공연계를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했나? 실로 무대를 위한 바이러스 대응은 분주했고 또 정확했다.  (사진=신시컴퍼니) ■ 우울한 청춘, 그래도 웃자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뮤지컬 ‘렌트’는 미국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희망 등을 다룬 작품이다. 오종혁, 장지후, 정원영, 배두훈, 아이비, 김수하, 김호영, 김지휘, 최재림, 우효진, 전나영, 민경아, 정다희, 임정모, 신현묵 등이 캐스팅된 작품은 일단 젊은 배우들의 열정으로 무대를 예열한다.  여기에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을 지루할 새 없이 뜨겁게 이끌어 간다.   지금의 청춘들은 세 가지를 포기한다고도 하고, 다섯 가지를 포기한다고도 한다. 뉴욕에 살지만 뉴요커 같지 않은 젊은이들은 월세가 밀려 쫓겨날 위기에 처했어도 이 젊은 예술가들은 예술에 몸을 바치고, 서로 사랑하며, 에이즈에 걸렸어도 위로한다.  (사진=신시컴퍼니) ‘렌트’가 달려가는 주제의식은 명확하다. 젊음, 사랑 그리고 열정. 작품은 다음 장면이나 무대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기대감이나 궁금증보다 그저 젊음의 파워풀한 모든 장면과 모든 곡이 관객의 시선을 무대에 고정시킨다. 끌어당기는 힘이 젊은이의 열정만큼이나 강하다. 그 때문일까. 더 이상 젊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묘한 소외감마저 안기는 작품이 또한 ‘렌트’다. 그토록 뜨거웠고, 거침없이 내달았던 젊음은 이제 조명이 잠시 꺼진 무대만큼이나 아득하게 멀어졌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강요하도 하듯 젊음을 목청껏 노래하니 객석에 앉은 중년층은 왠지 모를 소외감에 빠져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한다.  작품은 국내에 첫선을 보였을 9년 전 당시만큼 에이즈, 동성애로 이야기 거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당시 파격적인 소재를 무대로 끌어올렸다 평했지만 세월은 흘렀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소재에 대한 거부감이나 충격보다는 소수자들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진지한 고찰을 해볼만한 마음의 여유를 관객은 갖췄다.  젊음을 공감하는 재미도, 지나간 젊음을 회상하는 감정도 모두 쏠쏠한 뮤지컬 ‘렌트’는 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6만~14만원.

[리;View] 뮤지컬 ‘렌트’가 전하는 희망 “그래도 스마~일”

불안한 청춘을 위로한 ‘렌트’, 코로나19 시대에 전 국민 위로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6.23 09:00 의견 0

“그래도 스마일”

로저의 이 대사는 흡사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전 국민을 향한 위로처럼 들린다. 뮤지컬 ‘렌트’가 9년 만에 국내 개막했다. 지난달 말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렌트’는 여전히 활기차서 묘한 소외감마저 안긴다. 

뮤지컬 '렌트'는 개막과 동시에 관객들로 객석을 가득 채웠다. (사진=뷰어스)


■ K방역 실감케 한 공연장, QR코드 찍고 입장

코로나19와 함께 위축된 공연계는 ‘오페라의 유령’ 배우 확진으로 직격탄을 맞는 듯 보였다. 위기에 강한 민족성 탓일까. 개막 첫 공연은 만석이었고 공연은 시작 전부터 코로나19 대비에 분주했다. 

QR코드를 찍고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에야 입장한 공연장은 ‘지금이 코로나19 시대가 맞나?’싶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대한민국 공연계를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했나? 실로 무대를 위한 바이러스 대응은 분주했고 또 정확했다. 

(사진=신시컴퍼니)


■ 우울한 청춘, 그래도 웃자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뮤지컬 ‘렌트’는 미국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희망 등을 다룬 작품이다.

오종혁, 장지후, 정원영, 배두훈, 아이비, 김수하, 김호영, 김지휘, 최재림, 우효진, 전나영, 민경아, 정다희, 임정모, 신현묵 등이 캐스팅된 작품은 일단 젊은 배우들의 열정으로 무대를 예열한다. 

여기에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을 지루할 새 없이 뜨겁게 이끌어 간다.  

지금의 청춘들은 세 가지를 포기한다고도 하고, 다섯 가지를 포기한다고도 한다. 뉴욕에 살지만 뉴요커 같지 않은 젊은이들은 월세가 밀려 쫓겨날 위기에 처했어도 이 젊은 예술가들은 예술에 몸을 바치고, 서로 사랑하며, 에이즈에 걸렸어도 위로한다. 

(사진=신시컴퍼니)


‘렌트’가 달려가는 주제의식은 명확하다. 젊음, 사랑 그리고 열정. 작품은 다음 장면이나 무대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기대감이나 궁금증보다 그저 젊음의 파워풀한 모든 장면과 모든 곡이 관객의 시선을 무대에 고정시킨다. 끌어당기는 힘이 젊은이의 열정만큼이나 강하다.

그 때문일까. 더 이상 젊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묘한 소외감마저 안기는 작품이 또한 ‘렌트’다. 그토록 뜨거웠고, 거침없이 내달았던 젊음은 이제 조명이 잠시 꺼진 무대만큼이나 아득하게 멀어졌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강요하도 하듯 젊음을 목청껏 노래하니 객석에 앉은 중년층은 왠지 모를 소외감에 빠져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한다. 

작품은 국내에 첫선을 보였을 9년 전 당시만큼 에이즈, 동성애로 이야기 거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당시 파격적인 소재를 무대로 끌어올렸다 평했지만 세월은 흘렀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소재에 대한 거부감이나 충격보다는 소수자들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진지한 고찰을 해볼만한 마음의 여유를 관객은 갖췄다. 

젊음을 공감하는 재미도, 지나간 젊음을 회상하는 감정도 모두 쏠쏠한 뮤지컬 ‘렌트’는 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6만~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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