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존폐의 기로까지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 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이 연이은 성추문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18일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동의한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련 논의도 잇따랐다.
특히 서 교수는 각종 성갈등 논란에 대해서 페미니즘 전사라 자칭하며 여성계의 입장을 밝히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꽤 오래 꼴페미(급진적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용어) 소리를 들었다"며 "윤미향과 오거돈, 박원순 사태를 보며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여가부 실효성 논란에 도화선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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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7일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의 성추행 피소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지나치게 늦은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여성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지 9일이 지나서야 나온 입장 발표였다.
정부조직법 제41조(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장관은 여성정책의 기획과 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 향상, 청소년 및 가족(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를 포함한다)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여가부가 이처럼 늦게 대응하는 와중에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는 온갖 추측과 신상털이 등에 시달리며 2차 가해를 겪고 있었다. 여성가족부가 직무유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여가부는 이같은 상급 공직자의 성추행 및 2차 가해와 관련해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이번 박 전 시장 사태에 앞서 이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났으나 뚜렷한 대책 없이 유사한 사례만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여가부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