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제약업계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곤 하지만, 현재까지는 혼자 힘으로 모든 인풋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몇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제약사 간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바이오벤처에 중견제약사가 자본을 투자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쟁은 잠시 접어두고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국내 제약 산업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뷰어스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이처럼 상부상조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흐름을 더듬어 본다.-편집자주- 벤처기업답게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업체를 향한 국내 굵직한 제약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 규모도 작고 업력도 오래되지 않은 탓에 불안감도 함께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거의 모든 투자가 그렇긴 하지만, 이처럼 가능성만을 보고 하는 벤처 투자는 복불복 성향이 더욱 강하다.  바이오벤처 엔젠바이오와 이니바이오에 각각 27억원, 40억원을 투자한 일동제약 본사 사옥 전경(자료=일동제약) ■바이오벤처 투자, ‘위험성·불확실성’ 감당 어려워 실제로 바이오벤처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던 일동제약과 JW중외제약, 대원제약 등이 지난해 좋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이들이 투자한 엔젠바이오와 이니바이오, 영국 아르고너트, 티움바이오 등 바이오벤처들이 지난해 줄줄이 영업손실을 나타낸 것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엔젠바이오와 이니바이오에 각각 27억원, 40억원을 투자했다. 그 해 엔젠바이오는 41억원, 이니바이오는 20억원 손실액을 기록했다. 엔젠바이오가 손실액은 더 많았지만 현재 이니바이오의 불확실성이 더 크게 평가되고 있다. 이니바이오는 보톡스를 제조하는 바이오벤처다. 국내에서 지난해 임상 1/2상 승인까지 받으며 개발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균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신뢰도 하락을 견인했다.  최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도용한 것이 맞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 결과가 나왔다. 균주출처를 사이에 두고 5년간 이어지던 이들의 분쟁 결과에 윤곽이 잡힌 것이다. 이에 다른 국내 기업의 보톡스 균주 출처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짙어졌다. 특히 이니바이오 김청세 대표는 과거 대웅제약에서 나보다 균주 분리동정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했다는 의심이 점점 사실화되면서, 이니바이오가 가진 균주도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니바이오 측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균주 염기서열도 공개한 상태라며, 균주 출처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후 자세한 조사를 통해 밝혀질 내용이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로만 보면 일동제약의 바이오벤처 투자는 손실액과 불확실성만 남겼다는 게 업계 평가다.   jw중외제약과 대원제약이 투자한 바이오벤처들은 현재까지 적자만 내고 있다(자료=각 사 홈페이지) ■‘가능성’ 보고 투자 했는데…적자만 내는 바이오벤처 바이오벤처 투자에 나섰던 국내 중견제약사의 쪽박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바이오벤처 아르고너트에 투자했던 JW중외제약 또한 투자를 통해 별다른 수익을 얻진 못 하는 분위기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8년 아르고너트에 약 29억원을 투자했다. 후성 유전학 기반 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회사로, JW중외제약은 꾸준히 해당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던 바 있다. JW중외제약은 올해 1분기 말 아르고너트 지분율 23.1%를 차지하며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JW중외제약의 총애를 받은 아르고너트는 꾸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작년에는 그 액수가 무려 11억원으로 불었다. 자산규모도 지난 2018년 12억원에서 지난해 4억원으로 감소했다.다만 JW중외제약 측은 실적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한 투자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원제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해 40억원을 투자해 티움바이오와 합성신약물질 'TU2670‘ 공동개발 제휴를 맺었다. 두 달 뒤에는 3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티움바이오 지분 24만주를 가지게 됐다. 대원제약이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투자였다. 티움바이오 또한 지난해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구개발비 등 영업비용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16일 TU2670의 유럽 다국가 2a상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내 유럽에서 첫 투약을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신약 개발에 진전은 있지만 현재까지 대원제약이 투자로 금전적 이익을 얻은 바는 없다. 신약 개발에는 워낙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길게 보고 지켜봐야한다는 게 전문가 등의 조언이다. 연내 코스닥 상장을 예정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뷰노'에 투자한 동구바이오제약(좌)과 동화약품(우) (자료=각 사 홈페이지) ■점점 커지는 발전 가능성, 바이오벤처 투자 성공 케이스 물론 바이오벤처 투자라고 해서 이처럼 위험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선구안만 있다면 가능성을 보고 한 투자가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AI(인공지능) 헬스케어 솔루션 벤처 기업 ‘뷰노’에 투자를 단행한 동화약품과 동구바이오제약이 있다. 이들 모두 단순한 지분 투자라기 보다는 뷰노의 제품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은 뷰노에 각각 30억원씩 투자한 상태다. 뷰노는 국내 최초로 생체신호 기반 AI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특히 연내 코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일본 의료정보 플랫폼 기업 M3와 자사 의료 AI 솔루션의 일본 내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M3는 소니 자회사로 알려진 바 있다. 지난 23일에는 뷰노 AI 솔루션 5종에 대해 유럽CE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휴온스와 광동제약 등 자금력을 갖춘 다수 제약사들이 중소 바이오기업에 투자해 동반성장을 꾀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창간5주년기획: K-제약 돌파구 ‘투자와 협업’] ①‘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국내 제약사, 바이오벤처 투자 활발

적자만 남은 ‘일동제약·JW중외제약·대원제약’
대박예감 ‘동화약품·동구바이오제약·휴온스·광동제약’

이인애 기자 승인 2020.07.30 09:58 | 최종 수정 2020.07.30 13:10 의견 0

신약 개발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제약업계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곤 하지만, 현재까지는 혼자 힘으로 모든 인풋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몇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제약사 간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바이오벤처에 중견제약사가 자본을 투자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쟁은 잠시 접어두고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국내 제약 산업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뷰어스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이처럼 상부상조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흐름을 더듬어 본다.-편집자주-

벤처기업답게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업체를 향한 국내 굵직한 제약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 규모도 작고 업력도 오래되지 않은 탓에 불안감도 함께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거의 모든 투자가 그렇긴 하지만, 이처럼 가능성만을 보고 하는 벤처 투자는 복불복 성향이 더욱 강하다. 

바이오벤처 엔젠바이오와 이니바이오에 각각 27억원, 40억원을 투자한 일동제약 본사 사옥 전경(자료=일동제약)

■바이오벤처 투자, ‘위험성·불확실성’ 감당 어려워

실제로 바이오벤처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던 일동제약과 JW중외제약, 대원제약 등이 지난해 좋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이들이 투자한 엔젠바이오와 이니바이오, 영국 아르고너트, 티움바이오 등 바이오벤처들이 지난해 줄줄이 영업손실을 나타낸 것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엔젠바이오와 이니바이오에 각각 27억원, 40억원을 투자했다. 그 해 엔젠바이오는 41억원, 이니바이오는 20억원 손실액을 기록했다. 엔젠바이오가 손실액은 더 많았지만 현재 이니바이오의 불확실성이 더 크게 평가되고 있다.

이니바이오는 보톡스를 제조하는 바이오벤처다. 국내에서 지난해 임상 1/2상 승인까지 받으며 개발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균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신뢰도 하락을 견인했다. 

최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도용한 것이 맞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 결과가 나왔다. 균주출처를 사이에 두고 5년간 이어지던 이들의 분쟁 결과에 윤곽이 잡힌 것이다. 이에 다른 국내 기업의 보톡스 균주 출처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짙어졌다.

특히 이니바이오 김청세 대표는 과거 대웅제약에서 나보다 균주 분리동정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했다는 의심이 점점 사실화되면서, 이니바이오가 가진 균주도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니바이오 측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균주 염기서열도 공개한 상태라며, 균주 출처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후 자세한 조사를 통해 밝혀질 내용이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로만 보면 일동제약의 바이오벤처 투자는 손실액과 불확실성만 남겼다는 게 업계 평가다.

 

jw중외제약과 대원제약이 투자한 바이오벤처들은 현재까지 적자만 내고 있다(자료=각 사 홈페이지)

■‘가능성’ 보고 투자 했는데…적자만 내는 바이오벤처

바이오벤처 투자에 나섰던 국내 중견제약사의 쪽박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바이오벤처 아르고너트에 투자했던 JW중외제약 또한 투자를 통해 별다른 수익을 얻진 못 하는 분위기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8년 아르고너트에 약 29억원을 투자했다. 후성 유전학 기반 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회사로, JW중외제약은 꾸준히 해당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던 바 있다. JW중외제약은 올해 1분기 말 아르고너트 지분율 23.1%를 차지하며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JW중외제약의 총애를 받은 아르고너트는 꾸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작년에는 그 액수가 무려 11억원으로 불었다. 자산규모도 지난 2018년 12억원에서 지난해 4억원으로 감소했다.다만 JW중외제약 측은 실적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한 투자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원제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해 40억원을 투자해 티움바이오와 합성신약물질 'TU2670‘ 공동개발 제휴를 맺었다. 두 달 뒤에는 3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티움바이오 지분 24만주를 가지게 됐다. 대원제약이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투자였다.

티움바이오 또한 지난해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구개발비 등 영업비용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16일 TU2670의 유럽 다국가 2a상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내 유럽에서 첫 투약을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신약 개발에 진전은 있지만 현재까지 대원제약이 투자로 금전적 이익을 얻은 바는 없다. 신약 개발에는 워낙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길게 보고 지켜봐야한다는 게 전문가 등의 조언이다.

연내 코스닥 상장을 예정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뷰노'에 투자한 동구바이오제약(좌)과 동화약품(우) (자료=각 사 홈페이지)


■점점 커지는 발전 가능성, 바이오벤처 투자 성공 케이스

물론 바이오벤처 투자라고 해서 이처럼 위험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선구안만 있다면 가능성을 보고 한 투자가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AI(인공지능) 헬스케어 솔루션 벤처 기업 ‘뷰노’에 투자를 단행한 동화약품과 동구바이오제약이 있다. 이들 모두 단순한 지분 투자라기 보다는 뷰노의 제품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은 뷰노에 각각 30억원씩 투자한 상태다.

뷰노는 국내 최초로 생체신호 기반 AI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특히 연내 코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일본 의료정보 플랫폼 기업 M3와 자사 의료 AI 솔루션의 일본 내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M3는 소니 자회사로 알려진 바 있다. 지난 23일에는 뷰노 AI 솔루션 5종에 대해 유럽CE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휴온스와 광동제약 등 자금력을 갖춘 다수 제약사들이 중소 바이오기업에 투자해 동반성장을 꾀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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