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1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 등을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자료=연합뉴스) 올해만 벌써 11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36살 한진택배 택배기사 A씨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유족에 따르면 A씨는 별다른 지병이 없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A씨는 8일 새벽 4시경 동료에게 “오늘 420개 들고 나와 지금 집에 가고 있다.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유족은 과도한 업무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대리점 갑질을 주장하며 한 택배 기사가 세상을 등졌다. 부산 강서지점에서 근무하던 40대 택배기사 A씨는 지난 21일 대리점의 갑질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하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 택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 차량구입, 전용번호판까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대리점이 직원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 대리점은 한여름 더위에도 에어컨 하나 구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퇴사를 요청했지만 대리점은 김씨에게 오히려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허락하지 않았다. 택배 기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소비자들이 주문한 물품을 신속히 배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근무 중 잠깐 바람 쐬러 나오거나 주말에 외출시 택배 기사들이 허둥지둥 물품이 든 상자를 배달하고 다음 배송지로 출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 토요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배달을 받아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오늘 주문한 상품을 당일날 받는 풍경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소비자는 무척 편리하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택배 기사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택배 기사들의 업무는 물품 배달만이 아니다. 기사들은 택배 터미널에 상품이 분류되지 않은 채 쌓여있으면 주소 등을 보고 자신의 담당 지역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한시가 바쁜 상황이지만 이 작업으로 하루 16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제 아무리 체력이 좋은 젊은이라도 견디기 쉽지 않은 중노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최근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에서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이 늘었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도 택배업계 과로사와 갑질 문제가 제기됐다. 당초 26일 열릴 예정인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무산됐다. 그동안 정부는 택배기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11명의 택배 기사들이 세상을 떠난 이 시점에서야 부랴부랴 정부와 정치권은 택배업계의 근무환경 등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환노위는 CJ대한통운 대표를 비롯한 택배회사 대표들의 국감 증인 채택을 포기했다”며 “증인 채택이 물 건너 가면서 결국 국감은 속빈 강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 천국’ 대한민국의 수식어가 심히 부끄러운 작금의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택배 기사들의 신음소리에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귀 기울였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더불어 주요 택배 업계들도 단순히 수치에 따른 해결책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을 하루빨리 논의해야 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등의 이름을 가지고 중노동을 감내하는 택배 기사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심영범의 플래시] 택배기사 11명의 목숨…정부와 업계는 나몰라라

국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대표 증인 채택 무산

심영범 기자 승인 2020.10.21 15:11 의견 0
올해만 11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 등을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자료=연합뉴스)


올해만 벌써 11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36살 한진택배 택배기사 A씨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유족에 따르면 A씨는 별다른 지병이 없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A씨는 8일 새벽 4시경 동료에게 “오늘 420개 들고 나와 지금 집에 가고 있다.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유족은 과도한 업무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대리점 갑질을 주장하며 한 택배 기사가 세상을 등졌다.

부산 강서지점에서 근무하던 40대 택배기사 A씨는 지난 21일 대리점의 갑질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하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 택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 차량구입, 전용번호판까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대리점이 직원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 대리점은 한여름 더위에도 에어컨 하나 구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퇴사를 요청했지만 대리점은 김씨에게 오히려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허락하지 않았다.

택배 기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소비자들이 주문한 물품을 신속히 배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근무 중 잠깐 바람 쐬러 나오거나 주말에 외출시 택배 기사들이 허둥지둥 물품이 든 상자를 배달하고 다음 배송지로 출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 토요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배달을 받아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오늘 주문한 상품을 당일날 받는 풍경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소비자는 무척 편리하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택배 기사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택배 기사들의 업무는 물품 배달만이 아니다. 기사들은 택배 터미널에 상품이 분류되지 않은 채 쌓여있으면 주소 등을 보고 자신의 담당 지역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한시가 바쁜 상황이지만 이 작업으로 하루 16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제 아무리 체력이 좋은 젊은이라도 견디기 쉽지 않은 중노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최근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에서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이 늘었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도 택배업계 과로사와 갑질 문제가 제기됐다.

당초 26일 열릴 예정인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무산됐다.

그동안 정부는 택배기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11명의 택배 기사들이 세상을 떠난 이 시점에서야 부랴부랴 정부와 정치권은 택배업계의 근무환경 등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환노위는 CJ대한통운 대표를 비롯한 택배회사 대표들의 국감 증인 채택을 포기했다”며 “증인 채택이 물 건너 가면서 결국 국감은 속빈 강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 천국’ 대한민국의 수식어가 심히 부끄러운 작금의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택배 기사들의 신음소리에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귀 기울였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더불어 주요 택배 업계들도 단순히 수치에 따른 해결책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을 하루빨리 논의해야 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등의 이름을 가지고 중노동을 감내하는 택배 기사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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