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을 위협했던 카카오뱅크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리딩뱅크’인 KB·신한을 위협했던 카카오뱅크의 뒷심이 부치는 모양새다. 한때 ‘10만 카뱅’을 노렸지만 ‘6만 카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는 연말에도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배당금 이슈가 없고 금융당국의 규제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현재 6만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일 하락이 계속된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리딩뱅크’인 KB금융은 12월 한 달간 8%가 넘게 상승했고 지방 지주인 BNK금융도 10% 가까이 올랐다.
코스피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 33조1620억원, 코스피 시총 순위 11위에 올라섰던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0일을 제외하면 9월 10일 이후로 7만원 고지를 넘지 못하고 5만~6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 주가 (사진=네이버 금융)
■ 고평가·규제 등 다양한 원인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기는 연말에 카카오뱅크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한 고평가 ▲당국의 대출 규제 ▲투자자의 관심 ▲모회사 주가 급락 등을 꼽았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28조7471억원으로 ‘리딩뱅크’인 KB금융(23조8258억원)보다 높다. 하지만 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79억원, KB금융은 3조7722억원이다.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도 카카오뱅크 상장 전부터 순이익과 자산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금도 시총이 일반 금융지주보다 높아 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최대 은행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로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프리미엄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SK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로서는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은행권 전반에 걸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주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낮아졌다. 여기에 당국이 인터넷은행업계에 고신용 대출보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그만큼 인터넷 은행의 영업에 제한이 생겨 올해와 같은 이자 이익 확대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4대 금융지주는 물론 지방금융지주까지 연말 고배당을 약속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카카오뱅크보다 전통 은행주로 쏠렸다. 연말까지 금융지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카카오뱅크 주가가 6만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주가도 카카오뱅크에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 주가는 정부의 규제로 10% 넘게 급락한 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회사의 주가가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금융 플랫폼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원칙에 맞춰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감독 강화를 예고한 만큼 빅테크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선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과 성장성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과 점검이 필요하다”며 “실적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