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딱지 승부를 제안하는 인물로 등장해 글로벌 ‘딱지남’이 된 공유가 ‘고요의 바다’로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고요의 바다’ 공개 직후 인터뷰로 만난 공유는 작품에 대한 평가를 의식이라도 한 듯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기실 ‘고요의 바다’는 ‘오징어 게임’ ‘지옥’과 같은 흥행작과 비교되며 전 세계적인 기대감을 받았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오징어 게임’이 기준이 되어서는 제작자와 출연자들이 기를 펼 수 없다.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를 한 작품이 기준이 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공개되는 작품은 작품대로 평가를 받아야 하며 창작자는 숫자로 대변되는 평가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1등이 아닌 들 어떠랴. ‘고요의 바다’는 그간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우주 SF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 국내 스태프들의 기술적 진보를 입증했으며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사진=넷플릭스)
■ “호불호 갈릴 것 예상하고 출연한 작품”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부터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예상했다. 장르적인 측면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어차피 각 작품별로 고유의 정서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내가 부담감을 갖느냐 안 갖느냐는 의미 없다. 다만 어떤 수치나 결과가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까봐 걱정은 된다. 우리가 일등하려고 드라마 만드는 건 아니지 않나. 결과가 절대적인 기대치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배우 공유에게 중요했던 것은 도전이다. 한국에서 SF장르 시도는 절반 이상의 실패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이미 물량공세를 한 할리우드물을 통해 눈높이를 상당히 올려둔 상태다. 그곳에 도전하는 그야말로 ‘도전’ 그자체로 의미를 두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처음 이 작품 받아들고 출연 결정을 할 때 ‘도전’이라는 측면을 높이 봤다. 광활한 우주의 모습과 좀 더 다이내믹한 모습을 기대했던 이들이 ‘고요의 바다’를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 또한 이해한다. 하지만 애초에 이 작품은 인문학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의 범주 안에서는 지금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한국형 SF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준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다. 이것이 초석이 되어 앞으로 계속 노하우를 쌓으며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극중 공유가 맡은 윤재는 굉장히 시니컬하면서도 정직한 인물이다. 특수임무를 띠고 달의 기지로 갔지만 그에게는 아픈 딸이 있다. 아픈 딸에게 물도 마음껏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 속 인물이다.
“윤재가 가지고 있는 시니컬한 면이 나에게도 있다. 나는 조금 정의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윤재가 갖고 있는 굳건함이나 책임감이 실제 내 성격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다만 나는 윤재의 고단함과 시니컬함이 얼굴에 묻어났으면 해서 조금 더 건조한 얼굴로 작품에 접근했다. 늘 건조한 얼굴의 윤재가 딸 앞에서 딱 한 번 웃는, 그런 장면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마 환경상 윤재도 많이 피폐해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얼굴에서 고된 아버지, 군인의 모습이 보여야 했다. 그래서 표정도 별로 없고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보면 윤재는 늘 인상을 많이 쓰고 있지 않나”
고단한 윤재를 연기해야 했던 그는 ‘고요의 바다’ 촬영 후 물을 아껴 쓰게 됐다고 말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물 부족’이라는 설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은 감정이 연기를 한 배우에게도 있었다.
“평소에 샤워를 하려면 먼저 따뜻한 물을 틀어 욕실 안을 따뜻하게 만든 후에 들어가곤 했다. 그런데 영화 찍고 나서는 그런 습관을 버렸다. 뭔가 경각심이 일더라. 많은 시청자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걸 봤다. 그 정도 메시지가 전달됐다면 성공한 것 아닌가. 뿌듯하다”
그렇다. ‘고요의 바다’는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는 시각물이라기 보다는 인류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 번 곱씹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어쩌면 지극히 인문학적인 작품이다. 공상 과학 장르 입었으되 그것이 마냥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굉장히 인문학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영화의 설정이 필수자원인 식수 부족으로 여러 사람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자원을 찾아 달로 떠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달이라는 곳에서 그 물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매력적이지 않나. 뭔가 이것이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금단의 열매가 될 수도 있겠다는 관점이 좋아서 선택했다. ‘고요의 바다’가 말하고 싶어 하는 부분은 양면적인 것 같다”
그리고 공유의 고민. 인류는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해야만 하는가에 귀결된다. 일면 엉뚱하게도 들리지만 최근 그의 화두는 기술 발달에 따른 환경 오염에 있단다.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환경에 대한 생각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좀 가져야 할 것 같다. 참 아이러니한 게 결국 기술과 과학의 발달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할지, 불특정 다수가 옳다고 하는 것에 몰려다니는 것 보다 각자 개인이 확실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소수의 사람들이 철학과 신념대로 얘기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드라마처럼 송 박사와 한 대장의 맞부딪힘이 선과악의 대결이 아니지 않나. 끊임없이 그 갈등 속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넷플릭스)
■ “팬들은 로맨스물 출연 좀 해달라고 해”
떠올려보니 공유는 2016년 드라마 ‘도깨비’ 이후 로맨스킹이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그는 로맨스물에서의 달달한 면모를 더 이상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이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의도된 것인지 몰라도 이후 ‘밀정’ ‘부산행’ ‘서복’ ‘고요의 바다’까지 지극히 장르적인 작품에 출연을 이어가고 있다.
“로맨스물을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나는 작품에서 내 역할의 비중보다 내가 제작 기획이나 감독, 작가가 아니지만 뭔가 어떤 것을 같이 기획하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사람들에게 뭔가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닐까… 내 정서와 본능에 따른 행동들인 것 같아. 뭔가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배우니까 그런 얘기를 전달하는 작품에 한 명으로 들어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
그런면에서 공유와 배우 정우성의 만남은 특별하다. ‘고요의 바다’ 제작자는 배우 정우성이다. 공유 역시 그런 점에서 정우성과의 만남에서 큰 자극을 받았단다.
“기획, 프로듀싱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는 직접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콘텐츠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가져왔다. 실제로 이번에 정우성 선배가 제작을 하는 것을 보고 반성했다. 나 정도의 열정 갖고 덤빌 일이 아니라는 생각 하게 됐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어. 그런 의미에서 큰 자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