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 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중지되었던 노선의 운항이 재개되고 인천공항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해외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봄을 즐기려고 전국 방방곡곡 유명 관광지를 찾고 있다.
당장 에펠탑의 프랑스, 콜롯세움의 이탈리아, 만리장성의 중국을 찾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게 쉽지 않다면, 여행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을 맞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을 먼저 찾아가보자.
유네스코는 인류 모두를 위해 발굴 및 보호·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5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관광국인 포르투갈(17개), 그리스(18), 터키(19) 등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부석사 무량수전(사진=연합뉴스)
1995년 경주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첫 선정된 이래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이 선정됐다. 2018년에는 전국 산사 일곱 곳, 2019년에는 서원 아홉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 어디든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으나, 맑고 따스한 봄날이든 가는 봄비가 내리는 날이든 가장 어울릴만한 곳은 ‘산사’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산사 일곱 곳은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이다. 대부분 주차장에서 내려 10여분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산사들로, 천년 이상을 이어오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산사를 찾게 되면 먼저 일주문에 들어서게 된다.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는 데서 유래된 말로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뜻이다. 이어서는 사천왕문을 지난다. 아이들에게는 무섭게도 느껴지는 사천왕은 불법과 불국토의 수호자들이다. 마지막으로는 불이문 또는 해탈문을 통과하게 된다. ‘불이’란 둘이 아니라는 뜻이며, ‘해탈’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으로 이곳을 통과하면 바깥 세상과 부처님의 세상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불이문을 지나면 범종각이라고 쓰여 있는 큰 누각에 불전사물인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이 자리하고 있다. 매일 새벽 3~4시 또는 저녁 6~7시쯤이 되면 스님들의 법고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범종은 천상과 지옥, 법고는 땅 위, 목어는 물속,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울린다. 불전사물은 불법의 진리를 담은 소리로 중생의 마음을 울려 깨우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절집 마당 한 가운데는 탑이 있다. 탑은 원래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으나 훗날에는 불경 등을 탑 속에 보관하며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절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로 부처님을 모신 전각을 본전이라고 한다. 본전이라고 하면 흔히 대웅전으로 알고 있으나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본전이고, 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전(또는 원통전)이나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또는 무량수전)이 본전이 되기도 한다.
이외에 크고 작은 암자들, 스님들의 선방, 절집의 정원 등도 볼거리다. 산사인 만큼 경치도 일품이다. 명당인 곳들이다. 일상에 좀 더 가까워진 이번 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 멀리 소백산 자락으로 지는 해와 노을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