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어트랙트엠) ‘풍류대장’은 사건이었다.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풍류를 알고 즐기던 재야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소 닦은 실력들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사건이 되었고 지금은 대중문화라는 ‘문화-장’ 내에서 새로운 위치를 점하기 위한 계열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라진 듯, 잃어버린 듯, 간헐적으로만 모습을 비추던 풍류가 시대의 변화를 끌어안으며 부활하고 있다. 우리는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생명을 유지해 온 풍류의 현실을 눈물 글썽이며 바라보았다. 그렇지, 우리에게 이게 있었지, 신명나는 풍류가 우리의 혈관을 타고 여전히 흐른다는 걸 왜 까맣게 잊고 살았지, 워메 징헌 거, 어디 갔다 왔더냐? ‘풍류대장’을 만나며 나는, 아니 우리는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풍류대장’을 만났다. 작년 12월 24~26일 시작한 공연은 전주, 부산, 춘천 등 전국투어 콘서트를 마치고 마지막 앙코르 공연을 한다고 ‘풍류대장’이 다시금 올림픽홀을 찾은 것이다. 2400석 규모의 올림픽홀은 수많은 관객들로 붐볐고, 전면 무대는 화려한 조명과 디지털 영상장치를 장착하고, 관객석 중간으로 내어뻗은 공연무대가 어우러져 풍류대장의 화려한 공연을 예상케 했다. 디지털 영상으로 풍류대장의 히스토리가 펼쳐지고, 공연 팀들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MC로 입담 좋은 최재구와 최예림이 등장하여 이번 공연의 감회를 이야기하고, 다섯 마당으로 구성된 풍류마당이 펼쳐졌다. ■ 크로스오버 우리 음악의 감동 첫 마당은 ‘세상에 없던 밴드’를 테마로 이상과 온도의 무대가 펼쳐졌다. 밴드 이상은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이란 명곡을 꽹과리와 장구의 국악 리듬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신명나는 심장 고동을 울려댔다. ‘달타령×Gimme Gimme’는 민요에 가요, 게다가 남사당패의 풍물놀이까지 뒤섞어내고, 조용필의 ‘자존심’은 탈춤까지 아우르면서 한국인의 신명이 현재성까지 확보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중가요의 밑바탕에 자리한 한국인의 흥과 멋이라 할 신명이 무엇인가를 밴드 이상은 크로스오버를 통해 절묘하게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이라 할 것이다. 피아노, 대금 연주를 배경으로 온도가 부르는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의 국악적 해석은 K-pop에 시김새를 넣어 절묘한 음을 형성하고 판소리와 R&B까지 섞는 소리의 융합을 보여준다. ‘몽중인(夢中人)+흥타령’에서는 판소리와 대중음악의 넘나듦을 자유자재로 보여준다. 온도는 우리 음악의 특징이라 할 시김새의 감칠맛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밴드라 할 만하다. 둘째 마당 ‘남녀 대표 소리꾼’으로 김주리와 고영열이 출연했다. 창과 아니리를 뒤섞는 판소리 창법에 힙합 소리를 섞는 김주리의 ‘소리쳐봐’, 판소리의 창법을 정공법으로 구사하면서 한(恨)의 정서를 담아내는 ‘한계령’은 소름 돋게 만든다. ‘고영열의 굵직하고 낮은 음성으로 상여소리가 시작되어 ‘이상’이 같이 가자는 대사와 함께 둘이 부르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원곡 김광석)의 연출은 한 편의 음악극을 만들어낸다. 가사가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에 두 소리꾼의 한 서린 소리가 더해지며 덧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셋째 마당에 등장한 최재구는 국악 싸이라는 별명을 붙이게 만든 ‘달이 떠오른다, 가자’를 ‘살이 떠오른다’로 패러디해 노래한다. 국악이 지닌 해학성을 잘 살려내면서, 국악을 어떻게 현대적 감각으로 변형할 것인가의 한 형태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최재구는 넷째 마당 ‘한(恨) 마당’에서 ‘하얀 나비’ 노래를 통해 유년의 추억, 고생고생 길러주시며 장구까지 가르쳐주셨던 할머니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소리꾼이 겪었던 삶의 마디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정가(正歌)의 ‘해음’과 판소리의 ‘최예림’이 보여주는 ‘마왕’은 한 편의 섬뜩한 뮤지컬 음악을 보여준다. 광대가 가져야 할 ‘너름새’가 완벽하게 살아나고 있음을 본다. 짧은 노래 속에 섬세한 연기까지 더해지는 국악의 변모 가능성을 한껏 드러냈다고 하겠다. 마지막 다섯째 마당은 ‘불과 물’이라는 테마에 억스(AUX)와 서도밴드가 장식했다. 판소리 ‘적벽가’의 적벽화전 대목을 BTS의 ‘불타오르네(FIRE)’를 ‘매시업(Mashup; 서로 다른 곡을 조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 냄)’한 억스의 ‘불타오르네/는 서사성과 국악의 강렬한 표현 기법이 조화를 이루어낸다. 화염에 휩싸인 조조의 함선을 묘사하는 소리꾼의 절창, 틈틈이 반복되는 ‘FIRE’의 함성이 뒤엉키며 블록버스터 작품을 만들어낸다. 새타령을 절묘하게 현대화한 ‘까투리’ 역시 놀라웠다. 서도밴드는 기존의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데서 벗어나, 조선팝의 시작을 알린 창작곡 ‘바다’를 선보였다. “저 파도가 넘실거린다”며 시작된 노래가 음색을 바꿔 “너는 그냥 나를 바다, 바다, ……”하고 불러댈 때의 소름은 아직도 저릿저릿하다. 다른 공연과 달리 자신만의 창작곡을 전면에 내세워 크로스오버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드러내는 서도밴드였다. ■ 국악 ‘너머’에 도달하기 ‘풍류대장’은 국악의 크로스오버를 지향한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국악인들의 전쟁이면서 잔치였다. 대중은 종적을 찾을 길 없는 국악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 MC를 본 최재구는 공연 보신 분들의 이야기라며 “‘소리에서 감동을, 무대연출에서 황홀을, 정말 소리꾼들의 눈빛에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라고 했다. MC 최예림은 그에 맞장구를 치면서 “우리 소리가 소외받지 않고 정말 방방곡곡 퍼져나가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 소리를 사랑하자라는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풍류대장’은 우리 소리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떠올려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우리 소리가 지니는 풍부한 성량, 가능성, 실험성 등을 뛰어난 소리꾼들을 통해 확인시켜주었다. 한류 열풍과 함께 우리 음악 콘텐츠들을 일신할 수 있는 영역을 보여주면서 우리 소리를 어떻게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우리 소리를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결코 국악, 국악인들을 살려낼 수는 없다. 대중의 사랑과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우리 소리를 기반으로 한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이 지속되어야 하고, 그런 노력에 대한 대중들의 사랑, 거기에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것이 BTS를 비롯해 급성장한 한류 콘텐츠들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풍류대장’ 프로그램이나 콘서트는 치열한 세계문화예술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길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알려준 것이라 하겠다. 국악 ‘너머’ 세계문화시장에서 우뚝 서는 풍류대장을 상상해 보시라.

[오대혁의 문화비평] 우리 소리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풍류대장’, 그 너머

박진희 기자 승인 2022.05.11 15:01 의견 0
(사진= 어트랙트엠)

‘풍류대장’은 사건이었다.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풍류를 알고 즐기던 재야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소 닦은 실력들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사건이 되었고 지금은 대중문화라는 ‘문화-장’ 내에서 새로운 위치를 점하기 위한 계열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라진 듯, 잃어버린 듯, 간헐적으로만 모습을 비추던 풍류가 시대의 변화를 끌어안으며 부활하고 있다. 우리는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생명을 유지해 온 풍류의 현실을 눈물 글썽이며 바라보았다. 그렇지, 우리에게 이게 있었지, 신명나는 풍류가 우리의 혈관을 타고 여전히 흐른다는 걸 왜 까맣게 잊고 살았지, 워메 징헌 거, 어디 갔다 왔더냐? ‘풍류대장’을 만나며 나는, 아니 우리는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풍류대장’을 만났다. 작년 12월 24~26일 시작한 공연은 전주, 부산, 춘천 등 전국투어 콘서트를 마치고 마지막 앙코르 공연을 한다고 ‘풍류대장’이 다시금 올림픽홀을 찾은 것이다. 2400석 규모의 올림픽홀은 수많은 관객들로 붐볐고, 전면 무대는 화려한 조명과 디지털 영상장치를 장착하고, 관객석 중간으로 내어뻗은 공연무대가 어우러져 풍류대장의 화려한 공연을 예상케 했다. 디지털 영상으로 풍류대장의 히스토리가 펼쳐지고, 공연 팀들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MC로 입담 좋은 최재구와 최예림이 등장하여 이번 공연의 감회를 이야기하고, 다섯 마당으로 구성된 풍류마당이 펼쳐졌다.

■ 크로스오버 우리 음악의 감동

첫 마당은 ‘세상에 없던 밴드’를 테마로 이상과 온도의 무대가 펼쳐졌다. 밴드 이상은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이란 명곡을 꽹과리와 장구의 국악 리듬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신명나는 심장 고동을 울려댔다. ‘달타령×Gimme Gimme’는 민요에 가요, 게다가 남사당패의 풍물놀이까지 뒤섞어내고, 조용필의 ‘자존심’은 탈춤까지 아우르면서 한국인의 신명이 현재성까지 확보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중가요의 밑바탕에 자리한 한국인의 흥과 멋이라 할 신명이 무엇인가를 밴드 이상은 크로스오버를 통해 절묘하게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이라 할 것이다.

피아노, 대금 연주를 배경으로 온도가 부르는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의 국악적 해석은 K-pop에 시김새를 넣어 절묘한 음을 형성하고 판소리와 R&B까지 섞는 소리의 융합을 보여준다. ‘몽중인(夢中人)+흥타령’에서는 판소리와 대중음악의 넘나듦을 자유자재로 보여준다. 온도는 우리 음악의 특징이라 할 시김새의 감칠맛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밴드라 할 만하다.

둘째 마당 ‘남녀 대표 소리꾼’으로 김주리와 고영열이 출연했다. 창과 아니리를 뒤섞는 판소리 창법에 힙합 소리를 섞는 김주리의 ‘소리쳐봐’, 판소리의 창법을 정공법으로 구사하면서 한(恨)의 정서를 담아내는 ‘한계령’은 소름 돋게 만든다. ‘고영열의 굵직하고 낮은 음성으로 상여소리가 시작되어 ‘이상’이 같이 가자는 대사와 함께 둘이 부르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원곡 김광석)의 연출은 한 편의 음악극을 만들어낸다. 가사가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에 두 소리꾼의 한 서린 소리가 더해지며 덧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셋째 마당에 등장한 최재구는 국악 싸이라는 별명을 붙이게 만든 ‘달이 떠오른다, 가자’를 ‘살이 떠오른다’로 패러디해 노래한다. 국악이 지닌 해학성을 잘 살려내면서, 국악을 어떻게 현대적 감각으로 변형할 것인가의 한 형태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최재구는 넷째 마당 ‘한(恨) 마당’에서 ‘하얀 나비’ 노래를 통해 유년의 추억, 고생고생 길러주시며 장구까지 가르쳐주셨던 할머니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소리꾼이 겪었던 삶의 마디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정가(正歌)의 ‘해음’과 판소리의 ‘최예림’이 보여주는 ‘마왕’은 한 편의 섬뜩한 뮤지컬 음악을 보여준다. 광대가 가져야 할 ‘너름새’가 완벽하게 살아나고 있음을 본다. 짧은 노래 속에 섬세한 연기까지 더해지는 국악의 변모 가능성을 한껏 드러냈다고 하겠다.

마지막 다섯째 마당은 ‘불과 물’이라는 테마에 억스(AUX)와 서도밴드가 장식했다. 판소리 ‘적벽가’의 적벽화전 대목을 BTS의 ‘불타오르네(FIRE)’를 ‘매시업(Mashup; 서로 다른 곡을 조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 냄)’한 억스의 ‘불타오르네/는 서사성과 국악의 강렬한 표현 기법이 조화를 이루어낸다. 화염에 휩싸인 조조의 함선을 묘사하는 소리꾼의 절창, 틈틈이 반복되는 ‘FIRE’의 함성이 뒤엉키며 블록버스터 작품을 만들어낸다. 새타령을 절묘하게 현대화한 ‘까투리’ 역시 놀라웠다.

서도밴드는 기존의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데서 벗어나, 조선팝의 시작을 알린 창작곡 ‘바다’를 선보였다. “저 파도가 넘실거린다”며 시작된 노래가 음색을 바꿔 “너는 그냥 나를 바다, 바다, ……”하고 불러댈 때의 소름은 아직도 저릿저릿하다. 다른 공연과 달리 자신만의 창작곡을 전면에 내세워 크로스오버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드러내는 서도밴드였다.

■ 국악 ‘너머’에 도달하기

‘풍류대장’은 국악의 크로스오버를 지향한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국악인들의 전쟁이면서 잔치였다. 대중은 종적을 찾을 길 없는 국악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

MC를 본 최재구는 공연 보신 분들의 이야기라며 “‘소리에서 감동을, 무대연출에서 황홀을, 정말 소리꾼들의 눈빛에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라고 했다. MC 최예림은 그에 맞장구를 치면서 “우리 소리가 소외받지 않고 정말 방방곡곡 퍼져나가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 소리를 사랑하자라는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풍류대장’은 우리 소리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떠올려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우리 소리가 지니는 풍부한 성량, 가능성, 실험성 등을 뛰어난 소리꾼들을 통해 확인시켜주었다. 한류 열풍과 함께 우리 음악 콘텐츠들을 일신할 수 있는 영역을 보여주면서 우리 소리를 어떻게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우리 소리를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결코 국악, 국악인들을 살려낼 수는 없다. 대중의 사랑과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우리 소리를 기반으로 한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이 지속되어야 하고, 그런 노력에 대한 대중들의 사랑, 거기에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것이 BTS를 비롯해 급성장한 한류 콘텐츠들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풍류대장’ 프로그램이나 콘서트는 치열한 세계문화예술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길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알려준 것이라 하겠다. 국악 ‘너머’ 세계문화시장에서 우뚝 서는 풍류대장을 상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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