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크래프톤)
'원 히트 원더'
'배틀그라운드'의 압도적인 성공 이후 크래프톤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다. 그러나 크래프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원 히트'로 충분했다. '배틀그라운드' 고유 IP로도 여전한 성장성이 있음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2022년 1분기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5230억원, 영업이익 3119억원, 당기순이익 2452억원이다.
매출액만 놓고보면 전년 동기 대비 13.5%, 전분기 대비 17.8%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이다.
배틀그라운드 IP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분기였다. 주목할 부분은 PC분야의 성장이다. PC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10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PC게임 매출액은 1149억원이었다.
배틀그라운드 PC 버전은 지난 2017년 3월24일 스팀 얼리 엑세스 버전 출시 이후 그해 12월 21일 정식 출시됐다. 출시 6년차 게임이 여전한 저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많은 게임들이 출시 이후 오픈 효과로 유저를 끌어 모은 뒤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완만한 안정세에 접어드는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PC분야가 다시금 성장세를 나타낸 배경에는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무료화 승부수가 있었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패키지 판매 형식으로 제공하던 배틀그라운드를 무료화하고 유료화 상품군을 통한 수익 구조 변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라이브 서비스 구조 확립에 나선다는 게 크래프톤의 전략이었다.
크래프톤의 승부수는 통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지난 1월 배틀그라운드 무료화 이후 평균 월간이용자(MAU) 트래픽은 직전 분기 대비 세 배 가까이 확대됐고 유료 구매자수(Paying User)가 2배 이상 상승했다. 장기 이탈 사용자 상당수가 복귀한 결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을 적극 반영해 배틀그라운드의 사녹 맵을 복원하는 등 PC분야에 계속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3분기에는 신규맵 '키키(가칭)'을 선보이고 4분기에도 신규 기능 및 지형업데이트와 함께 아케이드 모드를 개편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콘솔은 전년 동기 대비 274%, 전분기 대비 124% 증가해 모든 플랫폼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기여한 모바일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전분기 대비 30% 증가한 3959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인도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는 출시 44일만에 누적 다운로드 5000만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최근까지도 양대 앱 마켓에서 1,2위에 자리하는 등 '국민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7월 내놓은 '인도 온라인 게임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게임 이용자는 6억2200만 명이다. 중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인구 수를 바탕으로 게임산업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일찌감치 인도 시장을 선점하면서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지속적으로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특히 이번 분기 모바일 게임은 인도 서비스가 두각을 보였다"며 "현지 이용자를 위한 상품으로 구매 유저 수 및 수익성 지표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매출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은 앞으로 인도 시장에서 두 배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관련 이스포츠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점도 배틀그라운드 IP 파워를 지속적으로 제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스포츠 대회와 펍지유니버스 등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가면서 팬덤 확산에 나서고 있다"며 "게임을 즐기다가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이스포츠를 즐기다가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찾는 이런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트레일러 영상(자료=크래프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P2E 보다 블록체인 기술력 자체 주목…신작부터 신사업 준비 '차근차근'
크래프톤이 1분기 실적을 통해 '원 히트 원더'에 대한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최신작 '뉴스테이트 모바일'의 성적이다. '뉴스테이트 모바일'은 자기잠식에 대한 우려 속에 지난해 11월 공식 출시했으나 성적표는 다소 아쉽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뉴스테이트 모바일 매출 비중이 모바일 부분에서 한 자릿수 중반대를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뉴스테이트 모바일 매출이 지난해 4분기와 유사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뉴스테이트 모바일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크래프톤 측은 "초반에 게임에 대해 기대감이 많았지만, 론칭 후 많은 유저 모객을 하지 못했다"며 "올해 7월 이후 새로운 룰을 적용한 업데이트 등을 선보여 성과를 반등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1분기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차기작 개발과 미래 신사업을 위한 성장동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신작 출시에 대한 부담감을 일부 덜었다는 점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크래프톤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이 1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자칫 하반기 신작 흥행에 대한 부대감이 이어질 수 있으나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으로 부담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이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지난해 인수한 언노운 월즈의 턴제형 전략게임 신작 ‘프로젝트 M’이다. 연내 얼리 액세스(PC)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3인칭 서바이벌 호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하반기 중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에 불고 있는 NFT 등 블록체인 기술력 활용에는 P&E(PLAY AND EARN) 게임 개발에 주목하기 보다는 C2E(Create to Earn) 생태계 육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신사업으로 딥러닝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다. 크래프톤은 올해 말 정식서비스를 목표로 보이스 AI를 활용한 텍스트 기반의 오디오 편집툴을 제공하는 오디오 콘텐츠 UGC(User Generated Contents)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특히 크래프톤은 오디오 콘텐츠 분야와 관련해 인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인도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쿠쿠FM’에 두 번째 투자를 결정했다.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는 "새로운 제작 프로그램인 ‘더 포텐셜(The Potential)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딥러닝, 웹 3.0, NFT, VR 등 신사업에도 적극 도전할 것"이라며 "NFT 기반의 크리에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네이버제트 등 경쟁력 있는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C2E(Create to Earn)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