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가 인수합병(M&A) 시장에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속속 나오면서 업계 지형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이끌고 있는 ‘햄버거 빅4’가 일제히 새로운 주인찾기에 나서는 등 재편되는 시장 구조에 관심이 모인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몸값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8000억원에서 2020년 2조9600억원 등으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동시에 주요 브랜드들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서 몸값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최근 물가 상승과 국제 곡물가격 급등세로 농산물 비중이 높은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대한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어서 빅4의 인수합병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 버거 빅4, 선제적 매각에 나선 배경

버거킹, 맥도날드, KFC에 이어 맘스터치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주요 브랜드들이 모두 매각 대상이 된 셈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맘스터치가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6일 마감했다. 이달 중순 주관사 선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대상은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한국에프앤비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79.18%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칼라일그룹, 한앤컴퍼니 등이 맘스터치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맘스터치의 매각 행보는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최대 주주인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 3월 맘스터치 자진 상장 폐지를 추진했다. ‘외부 리스크를 줄여 점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매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 제거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실제로 맘스터치는 지난 5월 코스닥 시장에서 자진 상장을 폐지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맘스터치는 앞서 매물로 나온 버거킹이나 KFC를 의식해 하반기로 시기 조절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제적 매각을 추진하는 쪽으로 키를 잡았다. 매출 상승세인데다 국내 매장수 1위, 해외 진출 가능성 등 경쟁사 대비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 속 몸값 높이기에 최적 시기라는 판단이다.

업계 3위로 꼽히는 버거킹도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6년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부터 버거킹을 인수한지 약 6년 만에 지분 매각에 나섰다. 엑시트(투자 회수)를 위한 매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5년 약 2800억원 수준이던 버거킹의 매출액은 지난해 약 6786억원까지 성장한데다 매장 수도 약 240여개에서 약 440여개로 크게 증가하는 등 뚜렷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이런 상황에서 매물로 등장한 이유는 사모펀드의 평균적인 투자금 회수 기간인 5년이 지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맥도날드는 미국 본사가 매물로 내놨다.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미래에셋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공식화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1986년 합작투자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2006년 미국 본사가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앞서 2016년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과 지분 매각 등 사업권 양도를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맥도날드는 2019년부터 충성 고객의 이탈 등으로 적자 행보로 돌아섰고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에 따라 매각이 시급해 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KFC를 보유한 KG그룹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KG그룹은 2017년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로부터 KFC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KFC는 경쟁사 대비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면서 액 17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후 KG그룹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약 50억원의 영업이익까지 끌어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화는 KFC가 그룹의 핵심 사업 영역과 거리가 멀다는 점과 시장 내 입지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매각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저마다 다른 이유에도 불구하고 빅4가 일제히 매물 시장에 쏟아진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변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인수 기업들의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 하락 우려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 인수나 출자, 투자에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금리 상승으로 기업가치가 둔화되기 전에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빅4의 인수 주체에는 여러 사모펀드가 거론되고 있다. 식음료 프랜차이즈는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기 좋은 업종으로 꼽히면서 수익성 개선 후 재매각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햄버거 빅4’가 일제히 새로운 주인찾기에 나서면서 재편되는 시장 구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맘스터치’에 주목하는 이유

빅4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브랜드는 토종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2019년 창업주인 정현식 전 회장으로부터 맘스터치(당시 해마로푸드서비스) 지분 56.8%를 1938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3500억원 수준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맘스터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어 대형 펀드는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1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50% 급등한 395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자산은 493억원이다. 매장수는 1363개로,롯데리아(1278개)를 제치고 국내 1위를 기록 중이다.

타사 대비 브랜드 파워는 약하지만 제품 가격 경쟁력과 가맹점 중심의 비용 절감 등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등 호실적을 기반으로한 현금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비교 우위에 있다.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성장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매장 수 1위인 맘스터치는 연말까지 매장을 1400개로 늘린다는 목표로, 해외 역시 미국에 이어 태국에 6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대주주가 인수한 지 3년 차로, 올해 초부터 매각에 대한 거론은 계속해서 나온 상황이다. IB업계에서 역시 하반기에 매각을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매각 주관사 선정이나 희망 매각가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희망 매각가의 경우 맘스터치의 성장과 맞물려 기업 가치를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각과는 별개로 국내 매장 운영 강화나 글로벌 시장 확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미국은 지난해 진출해 매장수를 확대하고 있으며 태국에서도 하반기 매장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태국 인접 국가들의 파트너들의 제안 역시 이어지고 있어 국내외 시장 확대는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뒷받침되면서 밸류업(기업가치 향상)에 성공한 맘스터치의 몸값은 최소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버거킹이 목표로 하고 있는 1조원에 준하는 수준에서 희망 매각가를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일제히 매물로 나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맘스터치’의 경우 토종 브랜드로 글로벌 브랜드의 해외 로열티나 본사의 경영 참여 등과 비교해 장점이 높은 편”이라면서 “특히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세와 매장 수 1위 등 국내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점에 주목된다. 또한 해외 진출 등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