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와 유가 (일러스트=손기호) 정치권이 정유사들에게 이른바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횡재에 가까운 이익을 냈으니 세금으로 환수해야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가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 정부가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이익을 낸다고 세금을 물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 국제 유가, 4개월 만에 하락세…100달러 밑돌기도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정유사들의 실적도 2분기를 끝으로 3분기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 공포가 퍼지면서 하반기에는 원유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하는 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 밑까지 하락했다가 104.09달러를 찍었다. 지난 5~6일에는 각각 99.50달러 98.53달러로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8일 123.70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약 4개월 만에 25달러가량 하락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가격 상한선 설정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 등이 러시아 우랄(Ural) 원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규제안에 대한 실효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로 인해 대폭 축소됐다. 올해 3월 이후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6월 넷째주 배럴당 29.5달러로 정점을 찍고 7월 첫째주 배럴당 16.13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휘발유, 등·경유가 약세를 보였다. 원유 판매가도 오를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8월 아시아향 OSP(공식판매가격)를 대폭 인상해 9.3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OSP 상승은 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폐쇄조치의 해제와 높은 정유설비 가동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이 2분기 정점을 찍고 3분기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도 공급 차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정제설비는 풀가동 중”이라면서도 “다만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휘발유 등의 수요 둔화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하반기 정제마진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횡재세’에 억울 “원유 시추사에나 적용하던 것…3분기에 실적 하락 예상” 정치권이 고유가 수혜를 맞았다며 정유사를 향해 ‘횡재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정유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횡재세’는 원유 시추사에나 적용했던 개념이고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인 국내 정유사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도 하락해 3분기부터는 실적 하락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횡재세는 원유를 채굴하는 석유개발회사에 적용하는 개념”이라며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이기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등 업황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며 “당장 3분기부터는 실적 하락 전망이 분석되면서 손실까지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 국내 정유사들이 가면 횡재세 대상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에 정유 업계가 5조원의 적자를 냈을 때는 누가 도와주지 않았다”며 “지금에 와서 일시적인 고유가로 인해 잠시 실적이 좋았다고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에도 주유소 기름값이 여전히 높은 이유에 대해서도 국내 주유소들의 재고 해소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하락분을 즉각 반영하고 있다”면서 “다만 개인사업자들인 주유소들이 기존에 유가가 올랐을 때의 재고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즉각적인 하락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보통 유가 하락분이 주유소에 반영되기까지 약 1~2주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기름값이 내릴 때까지 주유를 미루는 경향이 있어서 주유소들의 기존 재고들이 빨리 소진되지 않아 하락분이 제 때 반영되지 않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횡재세가 웬말’ 정유사의 하소연…“국제유가 하락에 하반기 먹구름”

경기 침체로 국제 유가 연일 하락세
실적도 2분기 정점, 3분기부터 떨어질 듯
“횡재세는 원유 시추사에게나 부과하던 것”
“유가하락분 제 때 반영…다만 주유소 반영 더뎌”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7.13 14:45 | 최종 수정 2022.07.13 16:27 의견 0
정유사와 유가 (일러스트=손기호)

정치권이 정유사들에게 이른바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횡재에 가까운 이익을 냈으니 세금으로 환수해야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가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 정부가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이익을 낸다고 세금을 물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 국제 유가, 4개월 만에 하락세…100달러 밑돌기도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정유사들의 실적도 2분기를 끝으로 3분기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 공포가 퍼지면서 하반기에는 원유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하는 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 밑까지 하락했다가 104.09달러를 찍었다. 지난 5~6일에는 각각 99.50달러 98.53달러로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8일 123.70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약 4개월 만에 25달러가량 하락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가격 상한선 설정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 등이 러시아 우랄(Ural) 원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규제안에 대한 실효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로 인해 대폭 축소됐다. 올해 3월 이후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6월 넷째주 배럴당 29.5달러로 정점을 찍고 7월 첫째주 배럴당 16.13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휘발유, 등·경유가 약세를 보였다.

원유 판매가도 오를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8월 아시아향 OSP(공식판매가격)를 대폭 인상해 9.3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OSP 상승은 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폐쇄조치의 해제와 높은 정유설비 가동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이 2분기 정점을 찍고 3분기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도 공급 차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정제설비는 풀가동 중”이라면서도 “다만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휘발유 등의 수요 둔화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하반기 정제마진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횡재세’에 억울 “원유 시추사에나 적용하던 것…3분기에 실적 하락 예상”

정치권이 고유가 수혜를 맞았다며 정유사를 향해 ‘횡재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정유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횡재세’는 원유 시추사에나 적용했던 개념이고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인 국내 정유사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도 하락해 3분기부터는 실적 하락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횡재세는 원유를 채굴하는 석유개발회사에 적용하는 개념”이라며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이기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등 업황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며 “당장 3분기부터는 실적 하락 전망이 분석되면서 손실까지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 국내 정유사들이 가면 횡재세 대상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에 정유 업계가 5조원의 적자를 냈을 때는 누가 도와주지 않았다”며 “지금에 와서 일시적인 고유가로 인해 잠시 실적이 좋았다고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에도 주유소 기름값이 여전히 높은 이유에 대해서도 국내 주유소들의 재고 해소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하락분을 즉각 반영하고 있다”면서 “다만 개인사업자들인 주유소들이 기존에 유가가 올랐을 때의 재고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즉각적인 하락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보통 유가 하락분이 주유소에 반영되기까지 약 1~2주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기름값이 내릴 때까지 주유를 미루는 경향이 있어서 주유소들의 기존 재고들이 빨리 소진되지 않아 하락분이 제 때 반영되지 않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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