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022년 12월 여의도 증권가. '배터리 소재주(주로 양극재) 숏(공매도)'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왔다. 지난해 각광받던 배터리 셀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캐파가 의미있게 커지는 시점은 2025년부터였다. 결국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의 경우 2023~2024년 매출이 정체되는 구간이기 때문이었다. 연초 이후 잇달아 나오는 조단위 수주계약도 사실 2025년 이후 얘기다. 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리튬가격도 11월을 꼭지로 폭락이 이어졌다. 소재가격이 급락하니 매출 역성장 우려도 나오던 시기다. 연말께 양극재 소재주에 대한 숏 주장은 그래서 힘이 더 실렸다. 양극재 대장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이 공매도 세력의 주요 타깃이 됐던 이유다. 숏을 친 후 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싼 값에 주식을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되갚아 시세차익을 얻는다. 반대로 예상과 달리 주식이 오르면? 애초 빌려서 판 주식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다시 사서(숏커버링) 갚아야 한다. 공매도 세력이 손해보는 시나리오다. 양극재주들이 그랬다. 에코프로그룹주가 대표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연말(12월29일) 9만원대에 불과했다. 연일 공매도 잔량이 쌓여가던 시기다. 3년전 1만원대 주가가 이정도로 올랐으니 언제 조정이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때다. 모회사격인 에코프로 역시 10만원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 개투들 불안감은 최고조였다. 분위기가 급선회한 것은 1월말 대형 수주계약 소식이다. 1월30일 발표된 포스코케미칼의 40조원 양극재 수주계약에 이어 2월 엘앤에프의 3.8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이 랠리를 불렀다. 삼성SDI와 GM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기대감은 덤이다. 이후 한달 반동안 에코프로비엠은 두배 올라 20만원대로, 에코프로는 4배 가까이 폭등하며 40만원대를 돌파했다. 희대의 주식이 되는 데는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앞서 숏을 친 세력들(주로 외국인)도 방법을 찾고자 움직였다. 숏이 털리면서 주식은 10%씩 급등했다. 이튿날 안 털린 세력이 다시 숏을 쳤다. 그런데 개인들이 이 물량을 받고 더 샀다. 세력들이 그렇게 계속 털리면서 급등각이 나왔고 결국 세력은 고통스럽지만 숏커버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로스컷은 폭락을, 숏커버는 폭등을 만드는 법이다. 지난 2월 이후 상황이 딱 그랬다. 공매도 친 물량을 개인들이 코인 사듯 다 받아냈다. 여기에 시가총액이 커지니 ETF 패시브 자금까지 자동으로 유입된다. 연기금도 꽤 사들였다. 조정을 기다린 외국인 중심의 공매도 세력들로선 더이상 할 말, 할 일이 없었다. 이름 꽤나 알려진 국내 자산운용사조차 관련 공매도로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렇게 희대의 주식이 된 주식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다. 이들의 아찔한 질주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아직까진 잘 안보인다. 지난 주말 불거진 검찰의 압수수색 악재조차 이 희대의 주식은 버텨냈다. 악재후 열린 20일 주식시장에선 장초반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며 급조정되나 싶었지만 결국 다시 주가는 방향을 틀고 상승전환하며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들 주식을 떠받치는 힘은 뭘까. 2차전지가 반도체를 넘어 한국의 미래산업일 수 있다는 희망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서 주요 수출섹터 대부분이 저물어간다. 기세가 꺾인 조선과 디스플레이, 휴대폰. 겨우 건질 만한 게 반도체와 자동차 정도인데 미국에 공장 짓는 자동차를 빼면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건 사실상 반도체가 유일하다. 그런 반도체가 요즘 최악의 국면이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미국이 중국산을 거부하는 지금 키울 수 있는 섹터. 그것이 2차전지다. 이 산업에 국가 존망이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시장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배터리셀 3사에다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그룹, 엘앤에프 등 2차전지 주요사 시총을 합치면 300조원 규모다. 여타 관련주를 더하면 삼성전자 시총(약 360조원)에 점점 다가서는 중이다. 버블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의 인더스트리가 진화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다만 진짜 우려되는 한 가지. 끝장을 봐야만 하는 투자자들이다. 공매도와 숏커버로 폭등을 불러왔다 대폭락한 밈주식 유행의 원조 '게임스탑'. 2020년말 게임스탑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는 공매도에 나섰지만 개인들이 이를 집중 매수했다. 이후 주식물량이 줄면서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탔다. 헤지펀드와 개인들간 세기의 맞대결이었다. 결국 두 손을 든 공매도 세력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숏커버에 나섰고 이후 주식물량은 더 줄어들어 주가는 폭등을 거듭한다. 하지만 숏커버가 끝나자 주식은 한순간 대폭락을 맞았다. 폭락 당시 장마감 전 5분간 주가는 초단위로 30달러~200달러 급등락을 오르내리는 전쟁터였다. 어디가 꼭지인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숱한 채널과 미디어에선 이들 주식의 100만원, 200만원 목표가를 자신하며 대동단결을 부르짖는 무자격자들이 넘쳐난다. 자칫 폭탄돌리기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몇차례 쉽게 수익을 본 사람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본인의 주식투자 대실패후 남긴 말이다. 과연 개인들이 솟구치는 욕망을 접고 적절한 매도 시점을 잡아내서 잘 빠져나올 수 있을까. 최근까지 관련주식을 매매하다 힘들게 팔고 나온 투자자들 전언이다. "그 회사, 오르니깐 사지 더이상 좋아서 사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겁니다."

[홍승훈의 Y] 숏커버가 만든 폭등, 에코프로(비엠)과 게임스탑

홍승훈 기자 승인 2023.03.21 06:00 의견 4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022년 12월 여의도 증권가. '배터리 소재주(주로 양극재) 숏(공매도)'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왔다. 지난해 각광받던 배터리 셀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캐파가 의미있게 커지는 시점은 2025년부터였다. 결국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의 경우 2023~2024년 매출이 정체되는 구간이기 때문이었다.

연초 이후 잇달아 나오는 조단위 수주계약도 사실 2025년 이후 얘기다. 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리튬가격도 11월을 꼭지로 폭락이 이어졌다. 소재가격이 급락하니 매출 역성장 우려도 나오던 시기다. 연말께 양극재 소재주에 대한 숏 주장은 그래서 힘이 더 실렸다. 양극재 대장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이 공매도 세력의 주요 타깃이 됐던 이유다.

숏을 친 후 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싼 값에 주식을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되갚아 시세차익을 얻는다. 반대로 예상과 달리 주식이 오르면? 애초 빌려서 판 주식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다시 사서(숏커버링) 갚아야 한다. 공매도 세력이 손해보는 시나리오다. 양극재주들이 그랬다. 에코프로그룹주가 대표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연말(12월29일) 9만원대에 불과했다. 연일 공매도 잔량이 쌓여가던 시기다. 3년전 1만원대 주가가 이정도로 올랐으니 언제 조정이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때다. 모회사격인 에코프로 역시 10만원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 개투들 불안감은 최고조였다.

분위기가 급선회한 것은 1월말 대형 수주계약 소식이다. 1월30일 발표된 포스코케미칼의 40조원 양극재 수주계약에 이어 2월 엘앤에프의 3.8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이 랠리를 불렀다. 삼성SDI와 GM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기대감은 덤이다. 이후 한달 반동안 에코프로비엠은 두배 올라 20만원대로, 에코프로는 4배 가까이 폭등하며 40만원대를 돌파했다. 희대의 주식이 되는 데는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앞서 숏을 친 세력들(주로 외국인)도 방법을 찾고자 움직였다. 숏이 털리면서 주식은 10%씩 급등했다. 이튿날 안 털린 세력이 다시 숏을 쳤다. 그런데 개인들이 이 물량을 받고 더 샀다. 세력들이 그렇게 계속 털리면서 급등각이 나왔고 결국 세력은 고통스럽지만 숏커버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로스컷은 폭락을, 숏커버는 폭등을 만드는 법이다. 지난 2월 이후 상황이 딱 그랬다. 공매도 친 물량을 개인들이 코인 사듯 다 받아냈다. 여기에 시가총액이 커지니 ETF 패시브 자금까지 자동으로 유입된다. 연기금도 꽤 사들였다. 조정을 기다린 외국인 중심의 공매도 세력들로선 더이상 할 말, 할 일이 없었다. 이름 꽤나 알려진 국내 자산운용사조차 관련 공매도로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렇게 희대의 주식이 된 주식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다.

이들의 아찔한 질주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아직까진 잘 안보인다. 지난 주말 불거진 검찰의 압수수색 악재조차 이 희대의 주식은 버텨냈다. 악재후 열린 20일 주식시장에선 장초반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며 급조정되나 싶었지만 결국 다시 주가는 방향을 틀고 상승전환하며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들 주식을 떠받치는 힘은 뭘까. 2차전지가 반도체를 넘어 한국의 미래산업일 수 있다는 희망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서 주요 수출섹터 대부분이 저물어간다. 기세가 꺾인 조선과 디스플레이, 휴대폰. 겨우 건질 만한 게 반도체와 자동차 정도인데 미국에 공장 짓는 자동차를 빼면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건 사실상 반도체가 유일하다. 그런 반도체가 요즘 최악의 국면이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미국이 중국산을 거부하는 지금 키울 수 있는 섹터. 그것이 2차전지다. 이 산업에 국가 존망이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시장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배터리셀 3사에다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그룹, 엘앤에프 등 2차전지 주요사 시총을 합치면 300조원 규모다. 여타 관련주를 더하면 삼성전자 시총(약 360조원)에 점점 다가서는 중이다. 버블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의 인더스트리가 진화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다만 진짜 우려되는 한 가지. 끝장을 봐야만 하는 투자자들이다. 공매도와 숏커버로 폭등을 불러왔다 대폭락한 밈주식 유행의 원조 '게임스탑'. 2020년말 게임스탑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는 공매도에 나섰지만 개인들이 이를 집중 매수했다. 이후 주식물량이 줄면서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탔다. 헤지펀드와 개인들간 세기의 맞대결이었다. 결국 두 손을 든 공매도 세력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숏커버에 나섰고 이후 주식물량은 더 줄어들어 주가는 폭등을 거듭한다. 하지만 숏커버가 끝나자 주식은 한순간 대폭락을 맞았다. 폭락 당시 장마감 전 5분간 주가는 초단위로 30달러~200달러 급등락을 오르내리는 전쟁터였다.

어디가 꼭지인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숱한 채널과 미디어에선 이들 주식의 100만원, 200만원 목표가를 자신하며 대동단결을 부르짖는 무자격자들이 넘쳐난다. 자칫 폭탄돌리기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몇차례 쉽게 수익을 본 사람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본인의 주식투자 대실패후 남긴 말이다. 과연 개인들이 솟구치는 욕망을 접고 적절한 매도 시점을 잡아내서 잘 빠져나올 수 있을까. 최근까지 관련주식을 매매하다 힘들게 팔고 나온 투자자들 전언이다. "그 회사, 오르니깐 사지 더이상 좋아서 사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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