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 미국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마이크론의 실적은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온도계로 통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봄꽃이 한창이지만 여전히 한겨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1분기 최대 4조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양사는 감산 없이 투자를 지속하거나 고부가 제품 위주 전략으로 실적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 메모리 3위 마이크론, 사상 최대 손실…“바닥 찍었다” 30일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2023년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지난 2월) 순손실 규모는 23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순이익 22억6000만 달러를 달성했던 때와 달리 적자 전환했다. 마이크론은 “재고 상각을 반영하면서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마이크론이 14억3000만 달러 규모의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3분기(3~5월)에도 매출이 35억~39억 달러(약 4조5500억~5조6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올해 반도체 업황이 ‘상저하고’가 예고되면서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재고가 점점 줄고 있고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반도체 산업이 오는 2025년에 시장 규모 면에서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제이 CEO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의 미래도 밝다”며 “마이크론은 기술과 제품 로드맵 측면에서 이러한 기회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떨고 있니…1분기 최대 4억 손실 전망 메모리 반도체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는 양사 모두 3조~4조원대의 손실을 예상했다. 이날 증권사 실적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64조6000억원으로 전년(77조7000억원) 대비 16.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14조1000억원) 대비 89.3%나 대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달 초 전망치인 매출 64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9000억원보다 감소한 전망치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사업 부진의 영향 때문이다. 삼성 DS부문의 1분기 실적은 영업손실이 최소 1조9060억원에서 최대 4조47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DS부문은) 반도체 수요 하락 지속에 따른 판가 하락과 출하 감소로 메모리가 큰 폭으로 영업 적자 전환이 불가피 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두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손실은 최소 3조2000억원에서 최대 4조2280억원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20%가량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2분기 가격 하락폭은 10~15%로 둔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 삼성, 그래도 감산 없다…SK하이닉스, AI 위한 고사양 메모리 중심 생산 확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반도체 설비투자를 지속하거나 수요와 수익성 위주로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시장 수요와 재고를 감안해 생산 규모를 최적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과거에는 선제 투자로 빠르게 생산 역량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에 맞춰 양산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 투자(Capax)에도 지난해 19조원을 지출했지만, 올해는 50% 이상 줄여 한 자릿수에 머무를 예정”이라며 “운영 비용은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추가 감산은 없지만, 수요가 있는 고부가 제품 위주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와 같은 AI 사용이 늘면서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DDR5와 HBM 위주로 생산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박 부회장은 “최근 AI 챗봇 챗GPT가 이슈가 되고 있다. 여기에 고성능 컴퓨팅뿐 아니라 고속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서비스에 우리 회사의 HBM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D램 HBM3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챗GPT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 엔비디아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개를 활용한다. 앞서 삼성전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정책을 유지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점을 오히려 전화위복 삼아 장기적 계획과 철저한 준비로 실행하겠다”며 인위적 감산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조업 전방산업의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한파도 점차 꺾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산업 업황 B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한 72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은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감산 없이 투자가 이뤄지면서 제조장비 납품 쪽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꽃 펴도 한겨울…삼성·SK, 반도체 ‘역대급 적자’ 대처법은?

업황 가늠자 마이크론, ‘최대 손실’…삼성, 감산 없이 전진·SK하이닉스, 고부가 중심 확대

손기호 기자 승인 2023.03.30 14:16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


미국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마이크론의 실적은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온도계로 통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봄꽃이 한창이지만 여전히 한겨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1분기 최대 4조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양사는 감산 없이 투자를 지속하거나 고부가 제품 위주 전략으로 실적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 메모리 3위 마이크론, 사상 최대 손실…“바닥 찍었다”

30일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2023년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지난 2월) 순손실 규모는 23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순이익 22억6000만 달러를 달성했던 때와 달리 적자 전환했다.

마이크론은 “재고 상각을 반영하면서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마이크론이 14억3000만 달러 규모의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3분기(3~5월)에도 매출이 35억~39억 달러(약 4조5500억~5조6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올해 반도체 업황이 ‘상저하고’가 예고되면서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재고가 점점 줄고 있고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반도체 산업이 오는 2025년에 시장 규모 면에서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제이 CEO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의 미래도 밝다”며 “마이크론은 기술과 제품 로드맵 측면에서 이러한 기회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떨고 있니…1분기 최대 4억 손실 전망

메모리 반도체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는 양사 모두 3조~4조원대의 손실을 예상했다.

이날 증권사 실적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64조6000억원으로 전년(77조7000억원) 대비 16.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14조1000억원) 대비 89.3%나 대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달 초 전망치인 매출 64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9000억원보다 감소한 전망치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사업 부진의 영향 때문이다. 삼성 DS부문의 1분기 실적은 영업손실이 최소 1조9060억원에서 최대 4조47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DS부문은) 반도체 수요 하락 지속에 따른 판가 하락과 출하 감소로 메모리가 큰 폭으로 영업 적자 전환이 불가피 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두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손실은 최소 3조2000억원에서 최대 4조2280억원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20%가량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2분기 가격 하락폭은 10~15%로 둔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 삼성, 그래도 감산 없다…SK하이닉스, AI 위한 고사양 메모리 중심 생산 확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반도체 설비투자를 지속하거나 수요와 수익성 위주로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시장 수요와 재고를 감안해 생산 규모를 최적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과거에는 선제 투자로 빠르게 생산 역량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에 맞춰 양산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 투자(Capax)에도 지난해 19조원을 지출했지만, 올해는 50% 이상 줄여 한 자릿수에 머무를 예정”이라며 “운영 비용은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추가 감산은 없지만, 수요가 있는 고부가 제품 위주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와 같은 AI 사용이 늘면서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DDR5와 HBM 위주로 생산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박 부회장은 “최근 AI 챗봇 챗GPT가 이슈가 되고 있다. 여기에 고성능 컴퓨팅뿐 아니라 고속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서비스에 우리 회사의 HBM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D램 HBM3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챗GPT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 엔비디아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개를 활용한다.

앞서 삼성전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정책을 유지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점을 오히려 전화위복 삼아 장기적 계획과 철저한 준비로 실행하겠다”며 인위적 감산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조업 전방산업의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한파도 점차 꺾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산업 업황 B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한 72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은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감산 없이 투자가 이뤄지면서 제조장비 납품 쪽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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