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 매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에 만연한 모방과 표절에 '원조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제품의 명칭이나 맛, 디자인을 베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미투(Me Too) 제품'으로 인한 분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오랜 노력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리는 '미투 마케팅'. 식품업계가 합심해 근절해야 할 때다. 이에 뷰어스는 식품업계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국내 식품 기업들은 시장에서 히트한 제품의 맛과 디자인을 따라한 유사품을 출시하는 이른바 ‘미투 제품’ 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대표적인 미투 제품에는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롯데 초코파이’가 있다. 문제는 국내 식품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보단 트렌드만 쫓아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다. 실제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년째 R&D 투자 비중이 전체 매출액 대비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R&D는 뒷전이고 베끼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CJ제일제당, 농심 등 국내 대표 10개 상장 식품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0개 상장기업 중 8개 기업이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1% 미만을 기록했다. 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CJ제일제당과 풀무원 2곳뿐이다. 지난해 R&D 투자 비중 1% 미만 기업은 ▲농심(0.90%) ▲대상(0.85%) ▲롯데제과(0.63%) ▲오뚜기(0.47%) ▲오리온(0.56%) ▲삼양식품(0.28%) ▲크라운해태(0.53%) 등이다. 이 가운데 농심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최근 5년 간 R&D 투자 비중이 1%도 미치지 못했다. ■ 소비자 “수년째 R&D 투자 비중이 1% 미만인 것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국내 대표 식품 기업들의 R&D 투자 비중에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A씨는 “수치로만 보면 식품기업들은 자생력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노력을 하지 않고 타사의 피와 땀이 섞인 결과물을 손쉽게 훔쳐내는 것은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손쉽게 이득 챙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행태는 대기업이 보여줄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성 B씨는 “수년째 R&D 투자 비중이 1%대 미만인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어쩌다 한 해쯤은 이해가 되지만 5년 가까이 변함이 없는 것은 이상하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수치로만 보면, 해당 식품기업 연구센터 직원들은 수년째 매년 정해놓는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번 똑같은 제품보단 새로운 것도 기대하기 마련이다. 몇 년째 매출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직장인 40대 남성 C씨는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이 인기 있는 제품을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것은 안일한 태도”라며 “물론 잘나가는 제품을 카피해 시장에 내놓으면 수익성은 보장되겠지만 성장하지는 못할 것 같다. 미투 제품을 찍어내는 것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연구해 출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식품업계 “어쩔 수 없는 현실…R&D 성과물은 수익성 보장 위험 부담 커” 식품업계는 R&D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R&D에 투자해 어떤 결과물이 나와도 이익이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다”며 “유통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마케팅이나 영업에 사용되는 비용도 무시 못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 보단 수익성이 보장된 시중 제품을 모방해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연구개발해서 메가 히트 브랜드가 나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으니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과자 하나를 만드는데 원가 등 다른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제품,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품-미투마케팅] ② 도 넘은 식품업계에 소비자 ‘질타’…제품 베끼기 부정적 시선

식품업계,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1% 안팍
소비자들 “수년째 R&D 투자 비중 1% 미만인 것은 문제…노력 게을리 하나”
식품업계 “어쩔 수 없는 상황…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으니 따라가는 경우 많다”

탁지훈 기자 승인 2023.04.23 08:00 | 최종 수정 2023.04.24 08:31 의견 0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 매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에 만연한 모방과 표절에 '원조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제품의 명칭이나 맛, 디자인을 베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미투(Me Too) 제품'으로 인한 분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오랜 노력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리는 '미투 마케팅'. 식품업계가 합심해 근절해야 할 때다. 이에 뷰어스는 식품업계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국내 식품 기업들은 시장에서 히트한 제품의 맛과 디자인을 따라한 유사품을 출시하는 이른바 ‘미투 제품’ 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대표적인 미투 제품에는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롯데 초코파이’가 있다.

문제는 국내 식품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보단 트렌드만 쫓아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다. 실제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년째 R&D 투자 비중이 전체 매출액 대비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R&D는 뒷전이고 베끼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CJ제일제당, 농심 등 국내 대표 10개 상장 식품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0개 상장기업 중 8개 기업이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1% 미만을 기록했다. 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CJ제일제당과 풀무원 2곳뿐이다.

지난해 R&D 투자 비중 1% 미만 기업은 ▲농심(0.90%) ▲대상(0.85%) ▲롯데제과(0.63%) ▲오뚜기(0.47%) ▲오리온(0.56%) ▲삼양식품(0.28%) ▲크라운해태(0.53%) 등이다. 이 가운데 농심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최근 5년 간 R&D 투자 비중이 1%도 미치지 못했다.

■ 소비자 “수년째 R&D 투자 비중이 1% 미만인 것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국내 대표 식품 기업들의 R&D 투자 비중에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A씨는 “수치로만 보면 식품기업들은 자생력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노력을 하지 않고 타사의 피와 땀이 섞인 결과물을 손쉽게 훔쳐내는 것은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손쉽게 이득 챙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행태는 대기업이 보여줄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성 B씨는 “수년째 R&D 투자 비중이 1%대 미만인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어쩌다 한 해쯤은 이해가 되지만 5년 가까이 변함이 없는 것은 이상하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수치로만 보면, 해당 식품기업 연구센터 직원들은 수년째 매년 정해놓는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번 똑같은 제품보단 새로운 것도 기대하기 마련이다. 몇 년째 매출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직장인 40대 남성 C씨는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이 인기 있는 제품을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것은 안일한 태도”라며 “물론 잘나가는 제품을 카피해 시장에 내놓으면 수익성은 보장되겠지만 성장하지는 못할 것 같다. 미투 제품을 찍어내는 것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연구해 출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식품업계 “어쩔 수 없는 현실…R&D 성과물은 수익성 보장 위험 부담 커”

식품업계는 R&D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R&D에 투자해 어떤 결과물이 나와도 이익이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다”며 “유통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마케팅이나 영업에 사용되는 비용도 무시 못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 보단 수익성이 보장된 시중 제품을 모방해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연구개발해서 메가 히트 브랜드가 나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으니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과자 하나를 만드는데 원가 등 다른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제품,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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