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하월곡 1·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감도. (자료=태영건설)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중견건설사의 '모아타운' 위주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건설사가 신사업과 해외 진출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선 사이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정비사업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서울 중랑구 면목역 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총회가 열린다.
시공권 확보에 근접한 건설사는 DL건설이다. DL건설은 앞선 두 차례 현장설명회에 모두 단독으로 참석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면목역1구역은 면목동 236-6번지 일대 대지면적 1만3889.5㎡를 대상으로 한다. 인근 정비사업장과 함께 모아타운을 추진 중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모두 마무리한다면 1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단지로 탈바꿈한다. DL건설은 면목역2구역과 4구역, 6구역에서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다.
DL건설은 이에 앞서 서울 성북구 석관1-1구역과 인근 석관1-3및 석관1-7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도 확보했다. 해당 지역도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달 12일 서울 강북구 번동 7·8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2020년 2월 번동 1구역을 시작으로 8구역까지 총 8개 사업장을 수주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규모는 총면적 5만9000여㎡, 1684가구다. 이 지역은 서울시 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됐으며 9∼11구역에서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연내로 나머지 구역에서도 시공권을 확보해 하늘채 브랜드타운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영건설도 모아타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태영건설은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올해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월곡 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40-89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15층 아파트 230가구를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하월곡1구역 주민들의 동의를 거쳐 모아타운으로 조성되면서 총 434가구(임대 88가구 포함)의 아파트 단지가 탄생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이 사업을 통해 서울 동북부 권역에 첫 데시앙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게 된 만큼 의미가 크다”며 "성북구까지 공동주택 브랜드 '데시앙' 진출로 서울 전역에 걸쳐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의 이 같은 '모아타운' 중심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러시로 대형건설사가 떠난 주택시장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대형건설사가 앞다퉈 소규모 정비시장에까지 진출했으나 해외 사업과 신사업으로 눈길을 돌린 상태다. 중견건설사들은 모아타운 사업지 수주를 통해 주택시장 침체기에 안정적인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견건설사도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정비사업 수주 부담은 있으나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이 바탕이되는 모아타운 사업은 안정적인 먹거리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모아주택이 아닌 기타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는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 공사비 문제 등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위치한 공덕현대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지난달 12일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업 총괄 관리를 위한 전문인력(코디네이터)를 지원하고 사업면적 확대, 층수 제한 해제 검토 등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모아주택·모아타운 2.0' 추진계획 등을 올해 초 발표하기도 했다.
모아주택 사업의 개별적 수주는 표면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이지만 모아타운으로 묶인다면 재개발 사업 수준의 규모다. 이에 따라 중견건설사가 브랜드 타운 효과를 누리면서 공동주택 브랜드 파워 제고 기대감도 나온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중견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정책적 지원 등이 있는 '모아타운' 사업 관련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모아타운 형성으로 재개발 수준의 사업지를 수주할 수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