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출항식을 마친 현대프론티어호. (사진=현대건설)
대형 건설사들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퍼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와 부합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당면 과제 해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를 통해 해상풍력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통해 시장 진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1만4000t급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현대프론티어호'를 출항식을 갖고 제주 한림해상풍력발전 현장 터빈 설치 공사 투입에 나섰다.
제주 한림해상풍력발전은 현대건설이 사업을 발굴하고 지분투자부터 금융프로제트파이낸싱(PF) 조달과 EPC(설계·시공·조달) 전반을 맡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 현대스틸산업을 앞세운다. 현대스틸산업은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제작과 발전기자재 설치, 준공 후 유지보수까지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전 공정을 수행한다. 이미 전남 광양에 33만㎡ 규모 대형 해상풍력 기초구조물 제작 전용 공장을 운영해 해상풍력 기초 제작 부문 시장 점유율 97%에 달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최초 해상풍력 실증단지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건설에 국내 건설사 최초로 참여해 해상풍력발전 분야 건설 실적을 확보했다"며 "경남 통영 욕지·전남 고흥 해상풍력발전 사업권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도 해상풍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해상풍력 시장 확대에 나선 SK에코플랜트도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를 앞세운다. SK오션플랜트는 해양플랜트·조선 전문기업인 삼강엠앤티가 지난해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된 뒤 사명을 변경한 기업이다.
SK오션플랜트는 국내 최초 후육강관 국산화 및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국내 첫 수출 등 해상풍력 시장을 일찍이 선점했다.
SK에코플랜트는 SK오션플랜트를 해상풍력 전문 자회사로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사업개발과 핵심기자재 생산,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기술 밸류체인을 갖춘 만큼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EPC 및 사업 수행에서 조력자로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승철 SK오션플랜트 대표이사는 사명변경과 함께 "앞으로 ‘바다에 미래를 심다’는 슬로건을 기치로 삼아 SK그룹의 일원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풍력 전문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해상풍력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글로벌 해상풍력 전문개발회사 코리오제너레이션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 측은 협약을 통해 부산에서 개발 중인 고정식 해상풍력에 협력한다. 이후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까지 확장하면서 사업 활로를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 4월 노르웨이 DNV와 국내 해상풍력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SK에코플랜트와 국내 기술력만으로 해상풍력 부유체 구조물 기본 설계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올해 '그린' 이미지를 심기 위해 사명 변경까지 나선 만큼 친환경 사업 확대 의지와도 부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한화 건설부문이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 개발을 주관하는 등 국내 주요 건설사가 해상풍력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해상풍력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신사업 부문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KDB산업은행이 공개한 2021~2025년 신규 풍력발전 전망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113.4%의 성장이 예고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최근 부동산 침체에 따라 주택 사업 외에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데 해상풍력도 그 중 하나"라며 "친환경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메리트가 있으나 사업이 최소 5,6년에 길어지면 10년도 넘게 걸린다는 점을 봤을 때 수익성 보다는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