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상해사망보험금 보험약관은 ‘건설기계 및 농업기계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기계가 그 본래 용도인 작업기능과 달리 교통기능만 수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일반자동차와 같게 취급해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고 전적으로 작업기능만 수행하거나 혹은 작업기능과 함께 교통기능을 수행하더라도 그것이 작업기능에 필수적으로 수반되거나 작업기능의 보조 역할에 그치는 경우 이를 작업기계로 사용하는 것으로 본다. 이는 확립된 대법원 입장이다(대판 2009다39585 판결). 작업기능과 함께 교통기능을 수행한 경우, 구체적인 경우에 작업기계로 사용하는 것인지는 그 판단이 사실 쉽지 않다. 이에 관해 상반되는 판결례가 눈길을 끈다. 일명 ‘덤프트럭 사건’과 ‘지게차 사건’이다. 공사 현장에서 건설기계인 이 사건 덤프트럭을 운전해 공사현장을 후진하다가 현장에서 작업하던 A씨를 뒷바퀴로 충격했고, 그로 인해 A씨가 사망했다. 이 사안에 대해 법원은 “건설기계로서 덤프트럭의 고유한 작업장치는 적재함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적재함에 화물을 실어두거나 동력으로 적재함을 작동시키는 등 고유한 작업장치로서 적재함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바로 덤프트럭이 건설기계로서 작업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덤프트럭은 통상 적재함에 화물을 싣고 운반해 하역하는 역할을 본질적인 기능으로 하고 있으므로, 적재함을 이용해 화물을 운반 중인 경우에는 작업기능과 교통기능을 동시에 불가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고, 교통기능이 부수적,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른바 ‘고유장치설’에 입각한 판단이다. 망인이 3.5m길이의 철제 H빔 3개를 지게발에 적재한 상태로 지게발을 올린 채 지게차를 운전해 도로를 운행하던 중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도로 왼쪽 배추밭으로 넘어지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지게차는 타이어식으로 들어올림 장치와 조종석을 가진 건설기계의 일종으로서, 지게차의 본래의 기능 내지 목적은 포크(지게발)를 위, 아래로 작동해 물건을 올려서 이동시키는 등 작업 기능의 수행에 있지만 작업장 내에서 물건이 있는 곳과 물건을 내릴 곳 사이를 오고 가는 이동(교통) 기능은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필수수반설’에 입각해 판단한 것이다. 고유장치설에 입각한다면 지게차의 경우, 지게발의 역할이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게발에 화물을 싣고 운반 중인 경우에는 작업기능과 교통기능을 동시에 불가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지게차 사고가 발생한 직접 원인은 지게발의 작동이 아닌 지게차 자체의 이동에 있고, 이는 전형적인 교통사고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교통기능으로 인해 지게차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고 자연스럽다. 덤프트럭 사건와의 질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고유장치설’이나 ‘필수수반설’이나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어떤 해석이 더 옳은 것이지를 가리기가 만만치 않다. 보험약관의 해석기준으로 ‘작성자불이익 원칙’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약관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고객인 보험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약관을 해석하게 되면 ‘고유장치설’에 입각한 해석을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수반설’을 택한다면, 그 때에는 설명의무 위반의 문제로 다툴 수 있다. 어떤 보험계약에서 무엇을 보험사고로 할 것인지는 보험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직결되는 보험계약의 핵심적 사항이다. 보험사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그 범위를 정한 보험약관은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다. 그 내용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경우라면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바퀴가 달려 있는 작업기계는 이동기능으로서의 교통기능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작업기계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에게는 작업기능 외에 교통기능도 불가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하기 때문이다. ■ 최수영 변호사 프로필 법무법인 시공.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사법시험 39회(연수원 29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현),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위원회 의약품부작용 전문위원회 위원(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법률자문위원(현)

[최수영의 보험법률] ‘덤프트럭·지게차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의 의미

최수영 변호사 승인 2023.07.13 11:34 | 최종 수정 2023.08.21 10:55 의견 0

교통상해사망보험금 보험약관은 ‘건설기계 및 농업기계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기계가 그 본래 용도인 작업기능과 달리 교통기능만 수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일반자동차와 같게 취급해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고 전적으로 작업기능만 수행하거나 혹은 작업기능과 함께 교통기능을 수행하더라도 그것이 작업기능에 필수적으로 수반되거나 작업기능의 보조 역할에 그치는 경우 이를 작업기계로 사용하는 것으로 본다. 이는 확립된 대법원 입장이다(대판 2009다39585 판결).

작업기능과 함께 교통기능을 수행한 경우, 구체적인 경우에 작업기계로 사용하는 것인지는 그 판단이 사실 쉽지 않다. 이에 관해 상반되는 판결례가 눈길을 끈다. 일명 ‘덤프트럭 사건’과 ‘지게차 사건’이다.

공사 현장에서 건설기계인 이 사건 덤프트럭을 운전해 공사현장을 후진하다가 현장에서 작업하던 A씨를 뒷바퀴로 충격했고, 그로 인해 A씨가 사망했다. 이 사안에 대해 법원은 “건설기계로서 덤프트럭의 고유한 작업장치는 적재함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적재함에 화물을 실어두거나 동력으로 적재함을 작동시키는 등 고유한 작업장치로서 적재함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바로 덤프트럭이 건설기계로서 작업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덤프트럭은 통상 적재함에 화물을 싣고 운반해 하역하는 역할을 본질적인 기능으로 하고 있으므로, 적재함을 이용해 화물을 운반 중인 경우에는 작업기능과 교통기능을 동시에 불가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고, 교통기능이 부수적,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른바 ‘고유장치설’에 입각한 판단이다.

망인이 3.5m길이의 철제 H빔 3개를 지게발에 적재한 상태로 지게발을 올린 채 지게차를 운전해 도로를 운행하던 중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도로 왼쪽 배추밭으로 넘어지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지게차는 타이어식으로 들어올림 장치와 조종석을 가진 건설기계의 일종으로서, 지게차의 본래의 기능 내지 목적은 포크(지게발)를 위, 아래로 작동해 물건을 올려서 이동시키는 등 작업 기능의 수행에 있지만 작업장 내에서 물건이 있는 곳과 물건을 내릴 곳 사이를 오고 가는 이동(교통) 기능은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필수수반설’에 입각해 판단한 것이다.

고유장치설에 입각한다면 지게차의 경우, 지게발의 역할이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게발에 화물을 싣고 운반 중인 경우에는 작업기능과 교통기능을 동시에 불가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지게차 사고가 발생한 직접 원인은 지게발의 작동이 아닌 지게차 자체의 이동에 있고, 이는 전형적인 교통사고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교통기능으로 인해 지게차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고 자연스럽다. 덤프트럭 사건와의 질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고유장치설’이나 ‘필수수반설’이나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어떤 해석이 더 옳은 것이지를 가리기가 만만치 않다. 보험약관의 해석기준으로 ‘작성자불이익 원칙’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약관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고객인 보험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약관을 해석하게 되면 ‘고유장치설’에 입각한 해석을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수반설’을 택한다면, 그 때에는 설명의무 위반의 문제로 다툴 수 있다. 어떤 보험계약에서 무엇을 보험사고로 할 것인지는 보험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직결되는 보험계약의 핵심적 사항이다.

보험사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그 범위를 정한 보험약관은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다. 그 내용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경우라면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바퀴가 달려 있는 작업기계는 이동기능으로서의 교통기능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작업기계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에게는 작업기능 외에 교통기능도 불가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하기 때문이다.


■ 최수영 변호사 프로필
법무법인 시공.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사법시험 39회(연수원 29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현),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위원회 의약품부작용 전문위원회 위원(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법률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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