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장애인은 본래 신체적, 사회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해 있다. 거기에 각종 건물과 시설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은 것에서 오는 불편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도 비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요구에 대한 평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특히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의 자유, 접근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는 지난해 11월 ‘8개 시·도 소재 공공건물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8개 시·도 소재 364개 주민센터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세부항목 5812개를 조사한 결과 적정설치율은 단 28.5%로 상당히 낮게 조사 됐다. 당시 조사결과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3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의 장애인 편의시설 적정설치율 74.8%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로 여전히 타 장애인 편의시설보다 낮은 적정설치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생활공간 전반에 걸친 장애물 없는 환경 즉, 무장애 공간 조성으로 장애인의 독립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적정설치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정부 및 지자체의 관리 소홀과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인식 제고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항목별 설치현황을 보면, 특히 위생시설 항목 724개를 조사한 결과 적정설치율은 8.1%에 불과해 시각장애인의 위생시설 접근 및 이용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안내시설 항목 768개를 조사한 결과 적정설치율이 12.8%로 시각장애인의 공공건물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점자안내판 또는 음성안내장치의 조사결과를 보면 총 1만3124개 중 적정설치율이 16.6%에 그쳤으며, 미설치율은 57.8%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의 확충이 시급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적정설치율은 25.6%로 조사됐다. 결국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있으나마나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서 오는 예산낭비도 만만치 않다.
중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의 부적정설치 세부 현황으로는 점자블록 총 2280개 중 65.0%가 재질·규격이 잘못된 것으로 가장 높게 조사되었으며, 점자표지판은 1039개 중 64.3%가 내용표기가 부적정한 것으로 ‘올라감’ ‘내려감’과 같은 시각장애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점자표지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사항인 점자안내판 또는 음성안내장치는 45개중 53.3%가 내용표기 및 음성 안내가 부적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 관계자는 “사실 무용지물인 편의시설이 대부분이다. 특히 계단 손잡이의 경우 시작 부분과 끝 부분에 안내 표지가 있어야 한다.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층에 대한 정보와, 그 층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법에는 ‘계단 손잡이에 점자 표지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다. 이 때문에 업체에서도 ‘올라감’ ‘내려감’으로 찍어서 납품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점자표시가 없어도 시각장애인이 손잡이 모양만 만져 봐도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알 수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