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온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필자는 강원도 출신이다. 평소 왕래가 많지 않은 지역이지만 뉴스에서 항상 가장 더운 곳으로 알고 있었던 대구, 날씨 참 따뜻하다. 대기업, 연예인, 전 국민의 기부금 모금 행렬도 따뜻하다. 3개의 모금 기관에서 1,7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의료진들의 열악한 현장이 뉴스를 통해 보도될 때마다 그렇게 모인 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거냐”며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 (사진=이동환 기자) 어디로 갔을까? 정확히 말하면 어디로 가지 못하고 있다. 재난이라는 것은 긴급 상황이다. 빠른 판단과 결정, 실행력이 중요하다. 한국은 재난이 많은 나라가 아니다. 그 동안의 홍수, 화재, 산불, 지진 등은 긴급 상황이지만 기부금이 긴급하게 투입되지 않아도 티가 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긴급이 아닌 재난 후 복구에 기부금을 사용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재난이 진행시에는 모금을 하고 재난이 지나가고 난 후 현장조사를 하고 복구에 기부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재난이 났을 때마다 빠른 집행으로 현장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때뿐이었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지나갔다. 현재 모금 중인 한 기관 관계자들은 “빠르게 현장에 집행을 하고 싶어도 어디에 얼마나의 돈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빠른 판단을 내리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복잡한 결재가 필요하고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강행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는 현장 재난 전문가가 부족하다. 재난 발생 시 바로 현장에 투입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모금기관에 정보를 전달해 기부금이 적재적소에 집행될 수 있게 하는 사람 말이다. 모금기관에서는 정성스럽게 모인 기부금을 집행하는데 있어 현장정보와 민간단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국민이 모은 기부금인데 허투루 쓸 수 없기에 주저하게 되고 시간은 흐르게 된다. 맞다. 기자가 이 이야기를 하는 전제는 긴급모금은 딴 용도로 사용될 수 없어야 한다. 행안부가 감사를 하고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다. 그 동안 안 좋은 뉴스로 알려진 기부금 착복 행태는 정기후원과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단체들의 이야기다. 다시 돌아와 현장 재난 전문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100개의 후원 물품이 정확히 100명에게 지원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부기관들이다. 어쩔 수 없이 판단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 때 100개의 물품이 80명에게 전달되고 20명이 2개씩 가져가더라도 빠르게 배분을 해야 하는 것이 민간단체들의 역할이라고. 재난상황, 긴급 상황은 매일?매시간 상황이 바뀐다. 오늘 필요한 물품이 내일 오면 그 의미가 없다. 단호하게 말해 아무도 가져가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품이 가야한다. 재난이 많이 발생할수록 재난 관련 시스템은 개선된다. 세월호 참사 이 후 전국에 자원봉사센터가 생겼고, 메르스 이 후 질병관리본부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사태 이 후, 기부금의 긴급집행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될 것이다. 민간단체들에서는 현장 재난 전문가를 양성해야하고, 모금기관에서는 재난 발생 시, 현장에 투입된 전문가의 정보를 받아 신속 정확하게 기부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금기관에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욕먹는 자리이다. 하지만 긴급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은 시민의식 높다. 1억 중 10%가 중간에 누군가에 의해 허투루 쓰일 가능성이 있어서 판단을 유보한다면 골든타임은 지나가버린다. 제대로 쓰일 90%를 보고 결정해야하고 국민들은 지켜 봐줘야한다. 국민들의 정성스런 모인 기부금이라 사용에 대한 부담감이 있겠지만 긴급이라는 상황에 빠른 결정을 하고 민간단체들에게 배분해줘야 한다. 정부기관처럼 1명에게 2개의 물품이 가는 것을 두려워서 결정을 못한다면 민간단체의 의미는 퇴색된다. 지금도 모금 관련 문의와 일로 야근을 반복하는 모든 민간단체, 모금기관 여러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글은 기부금이 이렇게 빠르게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모금기관만의 탓은 아니라고 응원해 주는 글이다.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은 이겨내고 극복할 것이다. 외국의 재난 현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한국의 장점은 뭐냐고 물어봤을 때 난 그렇게 대답했다. 한국은 국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나라야. 한국은 한국인, 사람들이 강점이야 대구에서 이를 한 번 더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동환의 현장에서] 코로나19 기부금 1700억원, 신속한 집행 시스템 부재의 아이러니

이동환 기자 승인 2020.03.19 14:19 | 최종 수정 2020.03.19 15:31 의견 0

대구에 온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필자는 강원도 출신이다. 평소 왕래가 많지 않은 지역이지만 뉴스에서 항상 가장 더운 곳으로 알고 있었던 대구, 날씨 참 따뜻하다.

대기업, 연예인, 전 국민의 기부금 모금 행렬도 따뜻하다. 3개의 모금 기관에서 1,7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의료진들의 열악한 현장이 뉴스를 통해 보도될 때마다 그렇게 모인 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거냐”며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

(사진=이동환 기자)


어디로 갔을까?

정확히 말하면 어디로 가지 못하고 있다. 재난이라는 것은 긴급 상황이다. 빠른 판단과 결정, 실행력이 중요하다.

한국은 재난이 많은 나라가 아니다. 그 동안의 홍수, 화재, 산불, 지진 등은 긴급 상황이지만 기부금이 긴급하게 투입되지 않아도 티가 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긴급이 아닌 재난 후 복구에 기부금을 사용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재난이 진행시에는 모금을 하고 재난이 지나가고 난 후 현장조사를 하고 복구에 기부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재난이 났을 때마다 빠른 집행으로 현장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때뿐이었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지나갔다.

현재 모금 중인 한 기관 관계자들은 “빠르게 현장에 집행을 하고 싶어도 어디에 얼마나의 돈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빠른 판단을 내리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복잡한 결재가 필요하고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강행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는 현장 재난 전문가가 부족하다. 재난 발생 시 바로 현장에 투입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모금기관에 정보를 전달해 기부금이 적재적소에 집행될 수 있게 하는 사람 말이다.

모금기관에서는 정성스럽게 모인 기부금을 집행하는데 있어 현장정보와 민간단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국민이 모은 기부금인데 허투루 쓸 수 없기에 주저하게 되고 시간은 흐르게 된다.

맞다. 기자가 이 이야기를 하는 전제는 긴급모금은 딴 용도로 사용될 수 없어야 한다. 행안부가 감사를 하고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다. 그 동안 안 좋은 뉴스로 알려진 기부금 착복 행태는 정기후원과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단체들의 이야기다.

다시 돌아와 현장 재난 전문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100개의 후원 물품이 정확히 100명에게 지원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부기관들이다. 어쩔 수 없이 판단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 때 100개의 물품이 80명에게 전달되고 20명이 2개씩 가져가더라도 빠르게 배분을 해야 하는 것이 민간단체들의 역할이라고.

재난상황, 긴급 상황은 매일?매시간 상황이 바뀐다. 오늘 필요한 물품이 내일 오면 그 의미가 없다. 단호하게 말해 아무도 가져가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품이 가야한다.

재난이 많이 발생할수록 재난 관련 시스템은 개선된다. 세월호 참사 이 후 전국에 자원봉사센터가 생겼고, 메르스 이 후 질병관리본부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사태 이 후, 기부금의 긴급집행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될 것이다. 민간단체들에서는 현장 재난 전문가를 양성해야하고, 모금기관에서는 재난 발생 시, 현장에 투입된 전문가의 정보를 받아 신속 정확하게 기부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금기관에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욕먹는 자리이다. 하지만 긴급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은 시민의식 높다. 1억 중 10%가 중간에 누군가에 의해 허투루 쓰일 가능성이 있어서 판단을 유보한다면 골든타임은 지나가버린다. 제대로 쓰일 90%를 보고 결정해야하고 국민들은 지켜 봐줘야한다.

국민들의 정성스런 모인 기부금이라 사용에 대한 부담감이 있겠지만 긴급이라는 상황에 빠른 결정을 하고 민간단체들에게 배분해줘야 한다.

정부기관처럼 1명에게 2개의 물품이 가는 것을 두려워서 결정을 못한다면 민간단체의 의미는 퇴색된다.

지금도 모금 관련 문의와 일로 야근을 반복하는 모든 민간단체, 모금기관 여러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글은 기부금이 이렇게 빠르게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모금기관만의 탓은 아니라고 응원해 주는 글이다.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은 이겨내고 극복할 것이다.

외국의 재난 현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한국의 장점은 뭐냐고 물어봤을 때 난 그렇게 대답했다. 한국은 국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나라야. 한국은 한국인, 사람들이 강점이야

대구에서 이를 한 번 더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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