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악(惡)은 우리를 공포에 빠트린다. 그중 절대 악은 절망과 동반하며 공포를 배가시킨다. 특히 영화 속에서 그렇다. 오롯이 ‘죽음’만이 목적이라는 듯 달려드는 악을 피해내기에는 영화 속 주인공이 가진 핸디캡이 많다. 삶을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도망자는 악으로부터의 구원이 간절할 터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제목에 108분의 스토리를 함축하고 있다. 남자들의 싸움에서 왜 이토록 삶에 대한 희망이 간절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은 거친 액션과 애틋한 감정을 함께 가져가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절대악, 어쩌면 타이틀롤 이정재로부터 들어보았다. 이정재의 악은 어떤 악이었을까. 영화 속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에게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정재는, 늘 그렇듯 살가운 눈웃음으로 현실을 상기시켰다.  ■ 절대 악(惡)을 연기하는 이정재의 방식 극중 이정재가 맡은 레이는 영화가 시작되고 30분 쯤 흐른 후 처음 등장한다. 인남(황정민)이 왜 레이에게 쫓기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추격과 살육이 있을지는 레이의 첫 등장이 살벌한 예감과 함께 펼쳐 보인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나 역시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 관객을 인물에 빠르게 이입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작품에서 나 역시 첫 장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나리오 상에는 클럽에서 시작됐다. 촬영을 하면서 장례식장 장면을 먼저 찍게 됐는데 스태프들이 보기에 잘 찍혔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3분의 1쯤 촬영을 했는데 ‘클럽 장면을 빼도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에는 서운했는데 막상 영화가 나오고 보니 그 결정이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준 측면이 있다” 이정재의 첫 장면은 강렬했다. 형의 장례식장에 온 동생, 파리한 얼굴과 달리 흰백의 롱코트를 입은 레이는 그 피곤한 얼굴 표정과 코트 색깔만으로 관객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촬영 현장에서 디테일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정재는 말이 없이 잔인해야 하는 레이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소품을 직접 선택하기도 했다.  “캐릭터에 따른 의상 고민은 결과적으로 해가 될 때가 많다. 고민을 거듭하다보면 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늘 의상을 의상팀 결정에 맡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스타일팀이 영화 의상팀과 함께했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일이 힘들어 질 것 같아서다. 장례식장에 흰 코트를 입은 레이를 상상해보자. 레이가 인남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 과연 복수뿐일까. 나는 레이에게서 그냥 사냥꺼리를 찾고 있는 맹수를 보았다. 형의 죽음을 그런 레이에게 동력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레이가 과연 형의 장례식장이라고 해서 검은색 정장을 하고 나타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장례식장 장면의 파리한 레이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았다. 생생한 얼굴 표정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이토록 진지할진데 디테일하지 않을 일이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레이는 전사가 많지 않은 인물이다. 그저 등장해서 그저 추격하는 잔인한 살육자 레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배우는 치열한 고심을 해야 한다. “캐릭터에 전사(前史)가 없다는 것은 배우로서는 일면 자유로우면서도 까다로운 작업이다. 특히나 레이 같은 인물은 연기로만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비주얼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액션 역시도 동작이 캐릭터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사람을 죽이러 오는 사람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들어간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가 그렇다. 생명을 쥐락펴락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인물, 그 레이는 커피 속에 든 얼음의 개수까지 이정재가 표현해 낸 생생한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연기로 전달을 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방식의 연기를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레이는 내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원했던 캐릭터다. 레이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배우의 연기가 아닌, 배우가 캐릭터가 돼서 움직이는 방식 또한 다른 하나의 표현이자 연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잘 선택한 캐릭터라고 만족하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황정민이라는 거대한 배우를 압박하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간절하면서 또한 애틋한 것은 치열한 추격전 사이 스며들어 있는 부성애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배우 황정민은 한 작품에서 두 가지 톤을 연기해야 했다. 황정민이기에 가능했던 캐릭터는 이정재이기에 가능했던 인물의 압박을 영화 내내 받는다.  “인남(황정민)과 레이(이정재)가 처음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이 맞닥뜨렸을 때 얼마나 스파크가 튈까?’라는 관객의 기대감이 있다. 실제 두 인물이 만나서 하는 액션을 좁은 복도에서 진행됐다. 밀착해서 주고 받는 액션이 더 치열해 보일 것이라고 판단한 탓이다. 액션에 앞서서 황정민에 대한 믿음이 나에게는 있었기 때문에 연기가 더 리얼하게 나왔다. 나는 황정민이라는 거대한 배우를 상영시간 내내 압박해야 한다. 그것만 잘 해도 성공적인 연기라고 판단했다. 이전에도 ‘신세계’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 우리 두 사람의 호흡은 잘 맞았던 것 같다” 과격한 캐릭터인 레이는 처음에는 칼로 다음은 주먹으로 그리고 총기로 액션을 발전시켜가면서 선보인다. 이제 50대가 된 이정재가 이처럼 과감한 액션을 소화할 때 힘에 부치지는 않았는지 궁금할 때 즈음에 “액션이 마음대로 안된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고 고백하는 그다.  “액션이 꼭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은 아니다. 연습을 조금만 더 하면 주먹 한 번을 뻗더라고 효과적인 각도로 뻗을 수가 있다. 이번에는 천천히 하는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손과 달이 나가는 순간과 속도, 각도까지 연습했다. 더 파워풀해 보여야 하기도하고, 나도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이정재가 혼신을 다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지난 5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34만4000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영화는 3일 만에 63만 5000명 관객 동원을 하며 빠른 속도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마주보기] 이정재, 오랜만에 악마를 보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의 디테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서 빛 발해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8.07 13:33 의견 0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악(惡)은 우리를 공포에 빠트린다. 그중 절대 악은 절망과 동반하며 공포를 배가시킨다. 특히 영화 속에서 그렇다. 오롯이 ‘죽음’만이 목적이라는 듯 달려드는 악을 피해내기에는 영화 속 주인공이 가진 핸디캡이 많다. 삶을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도망자는 악으로부터의 구원이 간절할 터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제목에 108분의 스토리를 함축하고 있다. 남자들의 싸움에서 왜 이토록 삶에 대한 희망이 간절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은 거친 액션과 애틋한 감정을 함께 가져가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절대악, 어쩌면 타이틀롤 이정재로부터 들어보았다. 이정재의 악은 어떤 악이었을까. 영화 속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에게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정재는, 늘 그렇듯 살가운 눈웃음으로 현실을 상기시켰다. 

■ 절대 악(惡)을 연기하는 이정재의 방식

극중 이정재가 맡은 레이는 영화가 시작되고 30분 쯤 흐른 후 처음 등장한다. 인남(황정민)이 왜 레이에게 쫓기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추격과 살육이 있을지는 레이의 첫 등장이 살벌한 예감과 함께 펼쳐 보인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나 역시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 관객을 인물에 빠르게 이입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작품에서 나 역시 첫 장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나리오 상에는 클럽에서 시작됐다. 촬영을 하면서 장례식장 장면을 먼저 찍게 됐는데 스태프들이 보기에 잘 찍혔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3분의 1쯤 촬영을 했는데 ‘클럽 장면을 빼도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에는 서운했는데 막상 영화가 나오고 보니 그 결정이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준 측면이 있다”

이정재의 첫 장면은 강렬했다. 형의 장례식장에 온 동생, 파리한 얼굴과 달리 흰백의 롱코트를 입은 레이는 그 피곤한 얼굴 표정과 코트 색깔만으로 관객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촬영 현장에서 디테일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정재는 말이 없이 잔인해야 하는 레이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소품을 직접 선택하기도 했다. 

“캐릭터에 따른 의상 고민은 결과적으로 해가 될 때가 많다. 고민을 거듭하다보면 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늘 의상을 의상팀 결정에 맡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스타일팀이 영화 의상팀과 함께했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일이 힘들어 질 것 같아서다. 장례식장에 흰 코트를 입은 레이를 상상해보자. 레이가 인남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 과연 복수뿐일까. 나는 레이에게서 그냥 사냥꺼리를 찾고 있는 맹수를 보았다. 형의 죽음을 그런 레이에게 동력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레이가 과연 형의 장례식장이라고 해서 검은색 정장을 하고 나타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장례식장 장면의 파리한 레이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았다. 생생한 얼굴 표정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이토록 진지할진데 디테일하지 않을 일이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레이는 전사가 많지 않은 인물이다. 그저 등장해서 그저 추격하는 잔인한 살육자 레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배우는 치열한 고심을 해야 한다.

“캐릭터에 전사(前史)가 없다는 것은 배우로서는 일면 자유로우면서도 까다로운 작업이다. 특히나 레이 같은 인물은 연기로만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비주얼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액션 역시도 동작이 캐릭터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사람을 죽이러 오는 사람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들어간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가 그렇다. 생명을 쥐락펴락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인물, 그 레이는 커피 속에 든 얼음의 개수까지 이정재가 표현해 낸 생생한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연기로 전달을 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방식의 연기를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레이는 내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원했던 캐릭터다. 레이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배우의 연기가 아닌, 배우가 캐릭터가 돼서 움직이는 방식 또한 다른 하나의 표현이자 연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잘 선택한 캐릭터라고 만족하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황정민이라는 거대한 배우를 압박하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간절하면서 또한 애틋한 것은 치열한 추격전 사이 스며들어 있는 부성애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배우 황정민은 한 작품에서 두 가지 톤을 연기해야 했다. 황정민이기에 가능했던 캐릭터는 이정재이기에 가능했던 인물의 압박을 영화 내내 받는다. 

“인남(황정민)과 레이(이정재)가 처음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이 맞닥뜨렸을 때 얼마나 스파크가 튈까?’라는 관객의 기대감이 있다. 실제 두 인물이 만나서 하는 액션을 좁은 복도에서 진행됐다. 밀착해서 주고 받는 액션이 더 치열해 보일 것이라고 판단한 탓이다. 액션에 앞서서 황정민에 대한 믿음이 나에게는 있었기 때문에 연기가 더 리얼하게 나왔다. 나는 황정민이라는 거대한 배우를 상영시간 내내 압박해야 한다. 그것만 잘 해도 성공적인 연기라고 판단했다. 이전에도 ‘신세계’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 우리 두 사람의 호흡은 잘 맞았던 것 같다”

과격한 캐릭터인 레이는 처음에는 칼로 다음은 주먹으로 그리고 총기로 액션을 발전시켜가면서 선보인다. 이제 50대가 된 이정재가 이처럼 과감한 액션을 소화할 때 힘에 부치지는 않았는지 궁금할 때 즈음에 “액션이 마음대로 안된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고 고백하는 그다. 

“액션이 꼭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은 아니다. 연습을 조금만 더 하면 주먹 한 번을 뻗더라고 효과적인 각도로 뻗을 수가 있다. 이번에는 천천히 하는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손과 달이 나가는 순간과 속도, 각도까지 연습했다. 더 파워풀해 보여야 하기도하고, 나도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이정재가 혼신을 다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지난 5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34만4000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영화는 3일 만에 63만 5000명 관객 동원을 하며 빠른 속도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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