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으로 대표됐던 금융 시장이 빅테크로 바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 ‘메기’를 키웠더니 강을 휘젓고 다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다. 빅테크는 고속 성장했고 기존 은행들은 벌벌 떨고 있다. 새로운 금융환경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와 기존 은행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뷰어스는 이 싸움의 전말을 살펴보고, 전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는 어디일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가치로 본다면 카카오뱅크다. 카뱅은 시가총액 규모에서 KB금융과 신한금융 등을 큰 격차로 따돌린다. 빅테크 기업이자 출범한 지 10년도 안된 카카오뱅크가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리딩뱅크 모두를 제친 것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출범 5년차인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1159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56.2%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8조6732억원이다. 카뱅의 상반기 이익 규모는 2조4000억~2조5000억원대인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에 비해 1/20도 안된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카뱅이 10조원 이상 많다. KB금융그룹 21조5389억원, 신한금융그룹 19조5275억원, 하나금융그룹 13조906억원, 우리금융그룹 8조87억원 등인데 반해 카뱅은 32조원을 웃돌고 있다. 이익 규모에 비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현재의 이익은 적지만 조만간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대하게 만는 건 빅테크의 활약이다. 카뱅뿐 아니라 케이뱅크도 가파른 성장세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4년여 만에 올 2분기 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1분기 123억원의 순손실을 감안하면 상반기 누적 손실은 84억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손실 규모를 약 20% 수준으로 줄였다. 다음 달 5일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도 우대조건 없는 연 2% 금리 통장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았다. 그 결과 50만명 이상의 사전예약자를 모았다. 카카오뱅크가 연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비대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750조원에 달하는 주담대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케이뱅크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두 달치 이자를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파격 행보에 동참했다. ■ 시작부터 예견된 결과 기존 은행들에 비해 빅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건 예견됐다. 무엇보다도 비용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들은 전국 곳곳에 오프라인 지점망을 갖추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고정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반면 카뱅, 케뱅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면 영업인력이 없다. 비용구조가 다르니 기존 은행이 상상할 수 없는 파격 혜택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연 2% 수시입출금식 통장이 대표적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최근 빅테크들의 빠른 영향력 확대를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빅테크의 영향이 확대되는 흐름이 지속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혜택이 있는 곳엔 고객이 올 수밖에 없는 업계 특성상 기존 은행은 밀릴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 이자 수익과 예금 이자의 차이)이 악화해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빅테크와의 생존 경쟁까지 해야 한다. 또 이미 커질 대로 커져 버린 몸집을 제대로 가누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시작 자체가 비대면 플랫폼인 빅테크 기업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도 더디다. 결국 빅테크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된 은행권은 일제히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을 앞세워 빅테크가 그야말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과 빅테크의 지속 성장을 위한 디지털 주도권을 잡기 경쟁은 당분간 계속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vs빅테크] ④ “비용구조 다르니 파격 혜택 상품 가능”

시작부터 다른 비용구조에 차이 커져
향후 경쟁 포인트는 결국 디지털 전환

최동수 기자 승인 2021.09.22 08:01 의견 0
은행으로 대표됐던 금융 시장이 빅테크로 바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

‘메기’를 키웠더니 강을 휘젓고 다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다. 빅테크는 고속 성장했고 기존 은행들은 벌벌 떨고 있다. 새로운 금융환경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와 기존 은행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뷰어스는 이 싸움의 전말을 살펴보고, 전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는 어디일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가치로 본다면 카카오뱅크다. 카뱅은 시가총액 규모에서 KB금융과 신한금융 등을 큰 격차로 따돌린다. 빅테크 기업이자 출범한 지 10년도 안된 카카오뱅크가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리딩뱅크 모두를 제친 것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출범 5년차인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1159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56.2%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8조6732억원이다.

카뱅의 상반기 이익 규모는 2조4000억~2조5000억원대인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에 비해 1/20도 안된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카뱅이 10조원 이상 많다. KB금융그룹 21조5389억원, 신한금융그룹 19조5275억원, 하나금융그룹 13조906억원, 우리금융그룹 8조87억원 등인데 반해 카뱅은 32조원을 웃돌고 있다.

이익 규모에 비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현재의 이익은 적지만 조만간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대하게 만는 건 빅테크의 활약이다. 카뱅뿐 아니라 케이뱅크도 가파른 성장세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4년여 만에 올 2분기 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1분기 123억원의 순손실을 감안하면 상반기 누적 손실은 84억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손실 규모를 약 20% 수준으로 줄였다.

다음 달 5일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도 우대조건 없는 연 2% 금리 통장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았다. 그 결과 50만명 이상의 사전예약자를 모았다.

카카오뱅크가 연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비대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750조원에 달하는 주담대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케이뱅크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두 달치 이자를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파격 행보에 동참했다.

■ 시작부터 예견된 결과

기존 은행들에 비해 빅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건 예견됐다. 무엇보다도 비용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들은 전국 곳곳에 오프라인 지점망을 갖추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고정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반면 카뱅, 케뱅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면 영업인력이 없다. 비용구조가 다르니 기존 은행이 상상할 수 없는 파격 혜택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연 2% 수시입출금식 통장이 대표적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최근 빅테크들의 빠른 영향력 확대를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빅테크의 영향이 확대되는 흐름이 지속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혜택이 있는 곳엔 고객이 올 수밖에 없는 업계 특성상 기존 은행은 밀릴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 이자 수익과 예금 이자의 차이)이 악화해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빅테크와의 생존 경쟁까지 해야 한다.

또 이미 커질 대로 커져 버린 몸집을 제대로 가누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시작 자체가 비대면 플랫폼인 빅테크 기업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도 더디다. 결국 빅테크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된 은행권은 일제히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을 앞세워 빅테크가 그야말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과 빅테크의 지속 성장을 위한 디지털 주도권을 잡기 경쟁은 당분간 계속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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