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는 부동산 활황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리스크로 해외건설 수주는 온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2의 중동 신화를 찾아 동남아시아와 북남미 지역에 해외 거점 발굴에 매진하고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브랜드 리뉴얼 등 과감한 승부수가 돋보였던 한해였다. 뷰어스는 올해 건설업계 리딩 컴퍼니로 대표할 수 있는 10대 건설사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건설업계의 내년도 최우선 목표까지 짐작이 가능한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올해 1월 DL의 건설 부문이 인적분할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기존 대림산업에서 사용하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과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그대로 가져갔으나 DL이앤씨라는 이름이 생소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새출발 기세가 좋았다. DL이앤씨는 정비사업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상반기 수주 1조7935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에 올랐다. 특히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전담팀을 구성하지 않고도 리모델링 사업에서만 1조원 이상의 실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북가좌6구역 재건축을 두고 롯데건설과 치열하게 다툰 끝에 수주에 성공하면서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정비사업지를 품에 안기도 했다.

아크로 드레브 372 보타닉 파크 플라자 (자료=DL이앤씨)

DL이앤씨의 도시정비사업 순항 배경에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외에도 'e편한세상'의 브랜드 파워가 있었다. DL이앤씨의 'e편한세상'은 비즈빅데이터연구소가 소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올해의 아파트 브랜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같은 수주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1조2881억원에 그쳤다. 도시정비사업 '3조클럽'에도 입성했으며 전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순위로 봐도 대우건설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DL이앤씨는 올해 국토부시공능력평가 8위를 차지했으나 이는 인적분할로 인해 일시적으로 하락한 순위다. 신설법인으로 분류되면서 경영평점은 1점만 받았으며 실질자본금은 3조원 이상 낮게 평가받는 등 시공능력평가에서 손해를 봤다.

DL이앤씨 건설현장에서 드론이 현장 측량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 디벨로퍼 도약 발판 만든 디지털 기술, 업계 최상위 영업이익률 이끌어

이 같은 악재 속에도 인적분할 당시 공언한 디벨로퍼 도약 발판 마련에 속도를 냈다. 사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혁신과 함께 디벨로퍼 도약을 꾀했다.

디지털 기술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나아가서 디벨로퍼 사업 확장에도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역량 제고로 디벨로퍼 사업을 뒷받침하겠다는 게 DL이앤씨의 복안이다. 대표적으로는 건설 프로세스에 ▲BIM(빌딩정보모델링) ▲인공지능(AI) ▲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등이다. 이 기술들이 사업의 장벽을 넘어서는 혁신의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모듈러 주택 토탈 솔루션 개발에도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전남 구례와 부여 동남에 모듈러 주택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디벨로퍼 도약 원년 첫해로 삼은 올해 실적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향후 디벨로퍼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디벨로퍼 사업 부문에서 올해 3분기 누적 1조원을 수주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5조4287억원이며 영업이익은 6877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연초 제시한 목표의 83% 수준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14.3%으로 건설업계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3분기 기준 누적수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감소하는 등 일감 확보는 숙제로 남았다.

DL이앤씨 주택BIM팀 직원들이 통합 원가 산출 시스템을 이용해 회의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조직개편과 인재 등용도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DL이앤씨는 BIM, 원가, 공기 데이터 외에도 시공 중 발생하는 노무, 중장비, 자재 등의 IoT 데이터를 분석, 활용하기 위해서 지난해 데이터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 이들을 통해서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설계, 견적, 분양, 금융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애자일(agile)체계로 조직을 개편한 점도 눈길을 끈다. 빅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프롭테크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서 사업지 발굴과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1위의 AI 연구기관인 카네기 멜론 대학교와 협업을 통해서 인공지능기술 개발에 적극 나섰다.

디벨로퍼 도약을 위한 AI기술은 운영·관리 측면에서도 초점이 맞춰졌다. AI를 활용한 하자 관리가 대표적이다. 벽지 사진만 촬영한다면 AI가 하자 점검에 나서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AI설계 기술과 드론과 로봇 등을 활용한 스마트컨스트럭션 기술은 건설현장 전반에 혁신을 불러오고 이를 통해 신사업 발굴 및 운영·관리 역량을 강화할 전망이다.

DL그룹 배원복 부회장(왼쪽)과 한국표준협회 강명수 회장(오른쪽)이 ISO 37001 인증 수여식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 디벨로퍼 도약에 ESG경영 동반으로 안전경영 역량도 강화

DL이앤씨의 ESG경영도 디벨로퍼 도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SO 37001은 기업이 부패방지를 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췄는지 종합평가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부여하는 국제표준인증으로 2016년 제정됐다.

DL이앤씨는 국제표준인증을 위해 지난 1월부터 TF조직을 구성하고 사업 전 분야에 걸쳐서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감독할 운영 담당자를 임명했다.

디벨로퍼로서 글로벌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 중인 윤리경영시스템을 국제 표준에 맞도록 재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37001' 인증서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 같은 ESG경영으로 ESG경영 최고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평가에서 B+ 등급을 받았던 DL이앤씨는 올해 A등급으로까지 올라섰다. 이에 더해 서스틴베스트 ESG평가에서는 AA등급을 획득하면서 건설사 중 으뜸 성적을 거뒀다.

DL이앤씨는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힘쓰고 있다. ESG 경영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ESG 전담팀을 신설하고 건설사 최초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에도 가입했다.

안전경영에도 잰걸음을 냈다. DL이앤씨는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정착하고 안전활동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에 적극 참여한 최고 참여업체를 선정해 혹서기 현장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쿨조끼와 쿨토시 등의 상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였다. 현장의 위험 요소와 안전 관리에 힘쓰는 ‘안전 히어로’를 스마트폰으로 접수받으면서 총 71개 현장에서 위험 요소 신고 12000여건 발견했다. 칭찬 사례도 1100여건을 접수받는 등 현장에서의 호응이 잇따랐다. 자사 안전체험학교를 통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건설업계 최초로 민간 안전체험 교육장 인정서를 취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DL이앤씨 안전모 (사진=DL)

■ 디자인어워드 휩쓴 DL, 브랜드 가치 제고도 힘써

DL이앤씨는 다양한 방면에서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나섰다. 지능형 공동주택관리 솔루션 '디홈(DI·home)' 플랫폼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디홈은 모바일 기기와 PC를 통해서 원격으로 에너지 사용량, 공기질 모니터링 등으로 각종 하자를 분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스마트 세대 출입관리 솔루션을 통해 각 세대별 출입을 관리에도 용이하다. 디홈은 작업자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세대 출입 권한을 부여해 허가된 세대와 시간에만 출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e편한세상'이 세계 3대디자인 어워드 중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DEA'에서 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있었다.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 역시 'IDEA'에서 환경부문 본상에서 수상을 하는 등 DL이앤씨는 다방면에서 디자인 역량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