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생활경제 부장 울진‧삼척‧강릉 등 강원도 대부분 지역과 경상 일부 지역에 큰 피해를 남기고 있는 산불이 닷새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고 있다. 큰 불길은 잡았지만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8일 오전 6시 집계 기준으로 강원도 산불의 전체 피해 추정 면적(산불영향구역 면적)은 2만1772ha로,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면적(2만3794ha)에 육박한다. 서울 면적(6만500ha)의 3분의 1 이상이며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75.1배, 축구장(0.714㏊)이 3만493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이 같은 피해 소식에 이재민 구호를 위한 기부금이 각계에서 모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재난구호단체인 희망브릿지를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사랑의 열매 등 각 NGO 단체에는 연예인, 기업 등의 재난지원금이 쏟아지고 있다. 산불 피해 소식을 들은 국민 개개인의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지만 기실 이 같은 기부금이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쓰이기까지는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도 소요된다. 당장 불을 피해 맨발로 몸만 빠져 나왔을 이재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부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기부금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내가 낸 기부금이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뜻 성금을 내놓을 뿐이다. 지난 2019년 지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강원 산불 당시로 돌아가 보자. 당시 산불 발생 한 달 만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약 350억 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약 132억 원), 대한적십자사(약 21억 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약 8억 6000만 원) 등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모금된 금액만 약 500여 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성금은 산불 발생 2개월이 지나도록 각 단체 통장에 머물러 있었다. 한 시가 급한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쓰이지 못한 셈이다. 이유가 황당하다. 산불은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난과 달리 사회재난으로 분류된다. 사회재난 시 마련된 국민들의 성금은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할 책임이 없다. 때문에 각 비영리 단체들로 모인 성금은 해당 단체의 기준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지급된다. 콘트롤 타워가 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단체별로 피해 상황을 파악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이때 걸리는 기간만도 수개월에서 수년이다. 그 기간 동안 국민들이 낸 성금은 각 단체 통장에서 이자를 불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낸 성금을 신속하게 피해자들에게 쓰이게 할 수는 없을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지금 같이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이거나 피해 직후 상황에서는 운영 인원이 적은 소규모 단체가 피해 현장에서는 크게 활약한다. 다만 소규모 단체나 민간 봉사 단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성금이 많이 모이지 않을 뿐이지 이들의 활약이 이재민들에게는 훨씬 실질적이다. 실제 2019년 강원 산불 피해 당시에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성금을 모은 단체들이 돈을 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2억 여 원의 성금을 모은 에이팟코리아 운영진 4~5명은 신발도 못 신고, 옷도 못 입고 피신한 이재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생필품을 지원했다. 성금 사용의 신뢰도 때문에 소규모 단체에 기부가 꺼려진다면 기부금의 사용처를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 대규모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하면서 내가 낸 금액은 어떤 곳에 어떻게 사용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된다. 이럴 경우 단체는 기부자가 지정한 곳에 신속하게 성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과 같은 산불 피해 현장,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현장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재난 대응 전문가 한 명 없고, 공무원들, 각 부처 간에 소통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 현장에 가보면 이재민들은 피해 발생 2~3주차에 가장 힘들어 한다.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시기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모은 성금은 2~3주 안에 사용처조차 정해지지 않는다.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 지원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시간이 걸린다면 기부자들의 똑똑한 기부가 성금의 신속한 사용을 도울 수 있다.

[데스크칼럼] 기부할 때 사용처 지정 안하면 NGO 단체 통장에 수년 간 방치 됩니다

박진희 기자 승인 2022.03.08 17:24 | 최종 수정 2022.03.08 17:30 의견 0
박진희 생활경제 부장

울진‧삼척‧강릉 등 강원도 대부분 지역과 경상 일부 지역에 큰 피해를 남기고 있는 산불이 닷새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고 있다. 큰 불길은 잡았지만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8일 오전 6시 집계 기준으로 강원도 산불의 전체 피해 추정 면적(산불영향구역 면적)은 2만1772ha로,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면적(2만3794ha)에 육박한다. 서울 면적(6만500ha)의 3분의 1 이상이며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75.1배, 축구장(0.714㏊)이 3만493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이 같은 피해 소식에 이재민 구호를 위한 기부금이 각계에서 모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재난구호단체인 희망브릿지를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사랑의 열매 등 각 NGO 단체에는 연예인, 기업 등의 재난지원금이 쏟아지고 있다. 산불 피해 소식을 들은 국민 개개인의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지만 기실 이 같은 기부금이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쓰이기까지는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도 소요된다. 당장 불을 피해 맨발로 몸만 빠져 나왔을 이재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부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기부금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내가 낸 기부금이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뜻 성금을 내놓을 뿐이다.

지난 2019년 지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강원 산불 당시로 돌아가 보자. 당시 산불 발생 한 달 만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약 350억 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약 132억 원), 대한적십자사(약 21억 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약 8억 6000만 원) 등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모금된 금액만 약 500여 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성금은 산불 발생 2개월이 지나도록 각 단체 통장에 머물러 있었다. 한 시가 급한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쓰이지 못한 셈이다. 이유가 황당하다. 산불은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난과 달리 사회재난으로 분류된다. 사회재난 시 마련된 국민들의 성금은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할 책임이 없다. 때문에 각 비영리 단체들로 모인 성금은 해당 단체의 기준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지급된다. 콘트롤 타워가 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단체별로 피해 상황을 파악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이때 걸리는 기간만도 수개월에서 수년이다. 그 기간 동안 국민들이 낸 성금은 각 단체 통장에서 이자를 불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낸 성금을 신속하게 피해자들에게 쓰이게 할 수는 없을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지금 같이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이거나 피해 직후 상황에서는 운영 인원이 적은 소규모 단체가 피해 현장에서는 크게 활약한다. 다만 소규모 단체나 민간 봉사 단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성금이 많이 모이지 않을 뿐이지 이들의 활약이 이재민들에게는 훨씬 실질적이다. 실제 2019년 강원 산불 피해 당시에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성금을 모은 단체들이 돈을 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2억 여 원의 성금을 모은 에이팟코리아 운영진 4~5명은 신발도 못 신고, 옷도 못 입고 피신한 이재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생필품을 지원했다.

성금 사용의 신뢰도 때문에 소규모 단체에 기부가 꺼려진다면 기부금의 사용처를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 대규모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하면서 내가 낸 금액은 어떤 곳에 어떻게 사용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된다. 이럴 경우 단체는 기부자가 지정한 곳에 신속하게 성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과 같은 산불 피해 현장,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현장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재난 대응 전문가 한 명 없고, 공무원들, 각 부처 간에 소통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 현장에 가보면 이재민들은 피해 발생 2~3주차에 가장 힘들어 한다.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시기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모은 성금은 2~3주 안에 사용처조차 정해지지 않는다.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 지원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시간이 걸린다면 기부자들의 똑똑한 기부가 성금의 신속한 사용을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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