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백신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 한 혐의로 광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 6곳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제약사들은 3000만원~7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박사랑, 권성수, 박정제)는 지난 1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GC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각 벌금 7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 각 벌금 5000만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 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해당 제약사들은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인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에 참여하며 이른바 '들러리 업체'를 세워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해당 제약사들은 지난 2020년 8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백신 입찰 과정에서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자칫 국가제정에 위협을 가하거나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해치는 등 공익을 해하는 범죄”라며 “입찰 과정에서 경쟁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들러리 업체를 앞세워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부당한지 몰랐다기보다는 관행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또 피고인들의 범행에 고의도 인정된다”면서 “전체 부당이익의 액수와 각 제약사에 귀속된 이익이 크지 않은 점과 실질적으로 크게 경쟁을 제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같이 판결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재판부의 판결은 제약업계의 불공정행위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처벌 수위가 낮아 업계 입장에서는 벌금 내고 이득을 챙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의 한 영업사원은 “제약사는 정부에 매번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며 “평소 약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는 이익집단”이라며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벌금형을 받아도 담합의 이익이 더 크니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부연했다. 해외의 경우 제약사의 가격 담합 처벌 수위는 국내와 큰 차이가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20년 아포텍스 제약사의 가격 담함 혐의에 2410만 달러(약 293억5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도쿄 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의약품 입찰에서 제약사 간 담합에 대해 2억5000만 엔(약 27억6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리도 했다. 이익이 법 위에 존재하면 질서가 무너진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해외처럼 '철퇴'를 내려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제약업계의 불공정행위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이다.

[탁지훈의 돋보기] 제약사 백신 가격 담합, ‘철퇴’가 필요한 때

탁지훈 기자 승인 2023.02.06 15:12 | 최종 수정 2023.02.06 17:18 의견 0


정부에 백신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 한 혐의로 광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 6곳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제약사들은 3000만원~7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박사랑, 권성수, 박정제)는 지난 1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GC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각 벌금 7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 각 벌금 5000만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 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해당 제약사들은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인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에 참여하며 이른바 '들러리 업체'를 세워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해당 제약사들은 지난 2020년 8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백신 입찰 과정에서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자칫 국가제정에 위협을 가하거나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해치는 등 공익을 해하는 범죄”라며 “입찰 과정에서 경쟁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들러리 업체를 앞세워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부당한지 몰랐다기보다는 관행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또 피고인들의 범행에 고의도 인정된다”면서 “전체 부당이익의 액수와 각 제약사에 귀속된 이익이 크지 않은 점과 실질적으로 크게 경쟁을 제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같이 판결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재판부의 판결은 제약업계의 불공정행위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처벌 수위가 낮아 업계 입장에서는 벌금 내고 이득을 챙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의 한 영업사원은 “제약사는 정부에 매번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며 “평소 약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는 이익집단”이라며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벌금형을 받아도 담합의 이익이 더 크니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부연했다.

해외의 경우 제약사의 가격 담합 처벌 수위는 국내와 큰 차이가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20년 아포텍스 제약사의 가격 담함 혐의에 2410만 달러(약 293억5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도쿄 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의약품 입찰에서 제약사 간 담합에 대해 2억5000만 엔(약 27억6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리도 했다.

이익이 법 위에 존재하면 질서가 무너진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해외처럼 '철퇴'를 내려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제약업계의 불공정행위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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