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수송동 사옥.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친환경 글로벌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사업 드라이브도 전통적인 건설업의 영역인 주택사업에서도 먹거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거워 신구 사업 조화 성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일 포스코와 함께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로부터 순수 국내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한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 ‘K-부유체(K-Floater)’ 기본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서 국내 고유 부유체 생산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연구에 나섰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은 2030년까지 18.9GW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성을 가진 시장에 독자적인 기술력을 내세워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136MW 규모의 동남해안해상풍력 등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K-부유체 우선 적용을 고려 중이다. 또한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 ▲토탈에너지스 ▲쉘 ▲에퀴노르 등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이 추진중인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사업 영역은 해상풍력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폐기물 소각기업 6곳을 인수하는 등 '볼트온' 전략에 따른 M&A 등을 통해 2년여만에 국내 대표 환경기업으로 우뚝섰다.
올해는 친환경 사업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세계 최대 환경·에너지 시장으로 불리는 북미 지역 법인 'BETEK'을 SK에코플랜트 아메리카스(SK ecoplant Americas)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인수한 전자기기 및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전문 테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4번째 공장을 준공했다.
또 환경부가 추진하는 초순수 생산공정 국산화 기술개발사업’ 중 탈기막(MDG)개발 과제에 참여하며 글로벌 초순수 시장 공략 교두보 마련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 영토 확장과 함께 친환경 사업 다각화도 이뤄지고 있다. 테스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외에도 ITAD(IT Asset Disposition, IT자산처분서비스)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음식물 폐기물에서 나오는 가스로 화석연료를 만드는 사업을 목표로 전개 중이다.
K-부유체 모형 수조 테스트 장면. (사진=SK에코플랜트)
친환경 사업 전개로 인한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지난달 15일 SK에코플랜트는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 나섰고 그 결과 모집 금액의 5배 이상인 5080억원이 모였다. 같은달 23일 발행 규모를 2배 늘리면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일부 건설사 회사채 모집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신공영과 HL디엔아이한라 등 중견 건설사가 회사채 발행 수요 예측에서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주택사업만을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가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사업 전개가 회사채 수요 예측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기존 주택사업 경쟁력도 동시에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하이엔드 주거브랜드 '드파인'을 새롭게 론칭하면서 서울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수주를 따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인 1조5207억원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는 '드파인'을 노량진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과 노량진7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광장삼성1차 소규모 재건축 등 주요 서울 정비사업지에 적용 예정이다.
올해도 도시정비사업에서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괴정7구역재개발 사업을 따냈다. SK에코플랜트의 지분율은 60%다. 대전 도마변동2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포스코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포스코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이미 1차 입찰에 단독으로 투찰했고 이후 지난달 16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도 이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가했다.
SK에코플랜트는 실적에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4조8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692억원으로 27% 가량 줄었으나 환경기업 인수 이후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수익성 하락을 겪었다. 4분기부터는 수소연료전지 수주 물량 반영과 싱가포르 IT폐기물 처리업체인 테스와 해상풍력발전소 삼강엠앤티의 실적 반영이 이뤄지면서 개선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다수의 대형건설사가 친환경 사업이나 원전 사업 비중을 늘리려 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서둘렀기에 시장에서 입지가 독보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