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 케이블TV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비교적 우량한 차터 커뮤니케이션(티커 CHTR)과 컴캐스트(티커 CMCSA)는 각각 3.61%와 2.20% 하락에 그쳤지만,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티커 WBD)와 파라마운트 글로벌(티커 PARA)는 10% 내외(WBD 12.02%, PARA 9.54%)로 급락했다. 이런 하락세를 촉발한 뉴스는 차터 커뮤니케이션과 디즈니의 갈등이다. 참고로 디즈니도 이날 2.44%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자료=ESPN 화면 갈무리) 이날 갑자기 미국 내 가입자 기준 2위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은 자사 Spectrum TV에서 디즈니의 ESPN를 포함한 채널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그동안 디즈니 채널 공급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었지만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차터 측은 디즈니가 송출 대가를 과도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갈등의 핵심은 디즈니가 궁극적으로 ESPN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직접 제공하려고 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국에서 케이블TV 가입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독립 리서치 기관인 Moffett Nathanson에 따르면 매년 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케이블TV 구독을 종료한다. 차트 커뮤니케이션은 지난 5년간 케이블TV와 위성TV 사업자들이 무려 2500만명의 고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케이블TV를 포함한 유료TV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 생중계였다. ESPN은 미국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케이블TV가 ESPN 생중계를 하지 않거나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제공된다면 케이블TV회사들의 존립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편 디즈니도 마냥 편한 입장은 아니다. 자칫 디즈니가 케이블TV 등 전통적 TV 사업자들로부터 버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이익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디즈니는 부진한 실적으로 연일 주가가 하락했다. 그나마 돈 버는 방송 중계료 수익이 불안해지고 전통적 TV 사업자들과 장기적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큰 위험요소다. 또한 ESPN의 다른 이해관계자인 스포츠단체들과 시청자들의 불만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이번 사태 직후 미국 테니스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로 목요일 경기 중계가 중단된 것에 대해서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디즈니도 이번 사태로 인한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다소 무리한 것 같은 이번 변화를 추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넷플릭스 주도의 OTT(Over The Top)가 자리잡고 있다. 이번 2분기 넷플릭스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에도 넷플릭스와 유튜브 주도로 스트리밍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전통적 방송사와 케이블TV 점유율을 그만큼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코로나 팬데믹 수혜로 2020년 한해 최대 유료 신규가입자가 3657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디즈니를 포함한 다양한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로 2022년 상반기에 2분기 연속 신규 가입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3년 들어 상반기에도 신규 가입자 수는 764만명에 그쳤다. 그래도 광고 모델을 고려하고, 한 계정으로 여러 사용자 사용을 제약하는 등 수익성 개선 조치들을 통해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최근 디즈니 포함한 넷플릭스 경쟁 OTT 사업자들은 손실이 급증하는 반면 점유율 상승도 부진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앞서 디즈니의 부진한 실적도 상당부분 디즈니 플러스 때문이다. 2022년 11월에 취임한지 2년도 안된 밥 차텍 CEO가 경질되고 다시 예전 밥 아이거가 돌아온 데에도 디즈니 플러스 비용 은폐 논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밥 아이거 입장에서는 확실한 OTT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밥 아이거 CEO는 지난 7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TV와 스트리밍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매각 대상 후보로 ESPN도 언급되었고, 당시 시장에서는 ESPN 인수 후보로 스포츠 회사뿐만 아니라 애플을 주목했다. 또한 디즈니는 또다른 OTT인 훌루를 완전히 인수해 훌루와 디즈니 플러스 통합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훌루는 디즈니와 컴캐스트가 각각 2대 1 비율로 투자해 설립된 회사로 디즈니는 2024년 컴캐스트 지분 33%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 경우 디즈니 OTT는 넷플릭스에 이은 확고한 2위를 넘어 그 이상을 모색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디즈니가 전통적 사업 파트너인 케이블TV 회사들과 전면전을 벌인 것이 이해된다. 디즈니는 이번 갈등을 통해 케이블TV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 ESPN의 몸값을 올리거나 ESPN를 디즈니 OTT에서 방영해 디즈니 OTT를 더 키우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케이블TV, 스포츠 단체들, 일반 시청자들의 불만을 얼마나 잘 조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넷플릭스 공세에 케이블TV를 포함한 전통 방송 사업자들의 입지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 넷플릭스는 2021~2022년 사이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2023년 들어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3) 디즈니 등 넷플릭스 자리를 위협하겠다고 도전한 후발 OTT 사업자들은 손실 누적과 점유율 상승 제한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다시 어려운 상황이다 4) 후발 OTT 사업자이자 케이블TV에 핵심 콘텐츠를 공급하던 디즈니가 OTT 부진의 돌파구로 ESPN 고려하면서, 그 유탄이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날아들었다 5) 만약 ESPN이 애플에 매각되거나 디즈니 OTT 서비스에서 실시간 방송이 허용된다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유료 고객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주목할 포인트는 다음 3가지다. 첫째 넷플릭스 주가가 경쟁 완화와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 기조 강화로 계속 상승할지 여부다. 둘째 디즈니 주가가 현재 지난 10년간 주가 범위 하단에 이를 정도로 하락한 상황인데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셋째 전통적 가치주로 주목받는 케이블TV 회사들의 주가가 다시 하락세가 전환 내지 확대될지 여부다. 일단 과거 주가추이를 보면 2022년에는 이번 이슈와 관련된 기업들 주가 모두 하락세였했다. 하지만 2023년 들어 넷플릭스와 케이블TV 회사들 중에서 미국 내 업계 1위와 2위인 컴캐스트와 차터 커뮤니케이션 주가는 비교적 양호한 반면 디즈니와 다른 케이블TV 회사들은 부진했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편집자주] 뷰어스는 칼럼리스트의 분석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서병수의 글로벌 View] 디즈니와 케이블TV 회사, 넷플릭스 때문에 더 힘들어질까

서병수 애널리스트 승인 2023.09.03 13:52 의견 0

지난 1일 미국 케이블TV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비교적 우량한 차터 커뮤니케이션(티커 CHTR)과 컴캐스트(티커 CMCSA)는 각각 3.61%와 2.20% 하락에 그쳤지만,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티커 WBD)와 파라마운트 글로벌(티커 PARA)는 10% 내외(WBD 12.02%, PARA 9.54%)로 급락했다. 이런 하락세를 촉발한 뉴스는 차터 커뮤니케이션과 디즈니의 갈등이다. 참고로 디즈니도 이날 2.44%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자료=ESPN 화면 갈무리)


이날 갑자기 미국 내 가입자 기준 2위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은 자사 Spectrum TV에서 디즈니의 ESPN를 포함한 채널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그동안 디즈니 채널 공급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었지만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차터 측은 디즈니가 송출 대가를 과도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갈등의 핵심은 디즈니가 궁극적으로 ESPN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직접 제공하려고 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국에서 케이블TV 가입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독립 리서치 기관인 Moffett Nathanson에 따르면 매년 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케이블TV 구독을 종료한다. 차트 커뮤니케이션은 지난 5년간 케이블TV와 위성TV 사업자들이 무려 2500만명의 고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케이블TV를 포함한 유료TV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 생중계였다. ESPN은 미국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케이블TV가 ESPN 생중계를 하지 않거나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제공된다면 케이블TV회사들의 존립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편 디즈니도 마냥 편한 입장은 아니다. 자칫 디즈니가 케이블TV 등 전통적 TV 사업자들로부터 버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이익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디즈니는 부진한 실적으로 연일 주가가 하락했다. 그나마 돈 버는 방송 중계료 수익이 불안해지고 전통적 TV 사업자들과 장기적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큰 위험요소다. 또한 ESPN의 다른 이해관계자인 스포츠단체들과 시청자들의 불만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이번 사태 직후 미국 테니스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로 목요일 경기 중계가 중단된 것에 대해서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디즈니도 이번 사태로 인한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다소 무리한 것 같은 이번 변화를 추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넷플릭스 주도의 OTT(Over The Top)가 자리잡고 있다. 이번 2분기 넷플릭스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에도 넷플릭스와 유튜브 주도로 스트리밍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전통적 방송사와 케이블TV 점유율을 그만큼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코로나 팬데믹 수혜로 2020년 한해 최대 유료 신규가입자가 3657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디즈니를 포함한 다양한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로 2022년 상반기에 2분기 연속 신규 가입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3년 들어 상반기에도 신규 가입자 수는 764만명에 그쳤다. 그래도 광고 모델을 고려하고, 한 계정으로 여러 사용자 사용을 제약하는 등 수익성 개선 조치들을 통해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최근 디즈니 포함한 넷플릭스 경쟁 OTT 사업자들은 손실이 급증하는 반면 점유율 상승도 부진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앞서 디즈니의 부진한 실적도 상당부분 디즈니 플러스 때문이다. 2022년 11월에 취임한지 2년도 안된 밥 차텍 CEO가 경질되고 다시 예전 밥 아이거가 돌아온 데에도 디즈니 플러스 비용 은폐 논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밥 아이거 입장에서는 확실한 OTT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밥 아이거 CEO는 지난 7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TV와 스트리밍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매각 대상 후보로 ESPN도 언급되었고, 당시 시장에서는 ESPN 인수 후보로 스포츠 회사뿐만 아니라 애플을 주목했다. 또한 디즈니는 또다른 OTT인 훌루를 완전히 인수해 훌루와 디즈니 플러스 통합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훌루는 디즈니와 컴캐스트가 각각 2대 1 비율로 투자해 설립된 회사로 디즈니는 2024년 컴캐스트 지분 33%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 경우 디즈니 OTT는 넷플릭스에 이은 확고한 2위를 넘어 그 이상을 모색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디즈니가 전통적 사업 파트너인 케이블TV 회사들과 전면전을 벌인 것이 이해된다. 디즈니는 이번 갈등을 통해 케이블TV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 ESPN의 몸값을 올리거나 ESPN를 디즈니 OTT에서 방영해 디즈니 OTT를 더 키우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케이블TV, 스포츠 단체들, 일반 시청자들의 불만을 얼마나 잘 조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넷플릭스 공세에 케이블TV를 포함한 전통 방송 사업자들의 입지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 넷플릭스는 2021~2022년 사이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2023년 들어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3) 디즈니 등 넷플릭스 자리를 위협하겠다고 도전한 후발 OTT 사업자들은 손실 누적과 점유율 상승 제한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다시 어려운 상황이다 4) 후발 OTT 사업자이자 케이블TV에 핵심 콘텐츠를 공급하던 디즈니가 OTT 부진의 돌파구로 ESPN 고려하면서, 그 유탄이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날아들었다 5) 만약 ESPN이 애플에 매각되거나 디즈니 OTT 서비스에서 실시간 방송이 허용된다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유료 고객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주목할 포인트는 다음 3가지다. 첫째 넷플릭스 주가가 경쟁 완화와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 기조 강화로 계속 상승할지 여부다. 둘째 디즈니 주가가 현재 지난 10년간 주가 범위 하단에 이를 정도로 하락한 상황인데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셋째 전통적 가치주로 주목받는 케이블TV 회사들의 주가가 다시 하락세가 전환 내지 확대될지 여부다.


일단 과거 주가추이를 보면 2022년에는 이번 이슈와 관련된 기업들 주가 모두 하락세였했다. 하지만 2023년 들어 넷플릭스와 케이블TV 회사들 중에서 미국 내 업계 1위와 2위인 컴캐스트와 차터 커뮤니케이션 주가는 비교적 양호한 반면 디즈니와 다른 케이블TV 회사들은 부진했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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