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충무아트센터 제공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낡은 건물들, 그 안에서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기계소리가 가득하다. 좁은 골목에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발이가 가게와 가게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혹자들은 말한다. “어차피 사라질 곳”이라고. 하지만 서울 중구 인현동 인쇄골목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최근 이 골목에는 낯선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인쇄업 종사자들로 가득했던 골목 곳곳에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12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예술가 그룹 ‘뮤추얼’의 ‘상리공생: 인현시장과 인쇄골목’ 전시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귀한 삶의 터전인 이 곳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기억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충무로에 터를 잡고 새로운 마을의 식구가 된 뮤추얼은 총 다섯 명의 여성 창작자로 구성됐다. 그룹의 리더 격인 패션디자이너 박종희를 시작으로, 영화감독 정수이, 작가 이현지, 그래픽 디자이너 홍석윤, 영상연출가 조윤하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전공도 살아온 배경도 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인현동 골목에서 느낀 감정들 때문이었다.  “다섯 명이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 머물면서 친해지게 됐어요.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또 다른 친구로 알고 지내면서 점점 자주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지게 됐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 없이 혼자서 뭘 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을 만나면 위안을 얻었어요.(웃음) 고민이 많다가도 이 친구들을 만나면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박종희)  “아무래도 한국사회사 주는 압박감과 틀에 맞춰진 삶의 방식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던 방향을 공유하다 보니 더 가까워진 게 아닐까요. 작업실을 같이 쓰면서 ‘함께 작업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던 중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지원을 하게 됐죠. 아무래도 각자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있는데, 버리면서까지 하기에 자본이 부족한 게 사실이니까요” (이현지)  사진=송두선 작가 이번 전시 ‘상리공생’은 서울 내 19개 자치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를 찾아 지역의 새로운 문화 예술 주체로 지원·육성하기 위해 올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첫 시행한 ‘지역형 청년예술단’ 사업의 일환이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중구문화재단에서는 충무로 인쇄골목의 젠트리피케이션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한 프로젝트 그룹 뮤추얼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이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하는 것이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 곳에 자리 잡기 전 뉴욕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 왔기 때문에 인현동에서 낯설지 않은 안타까움을 체감했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이잖아요. 주로 아티스트가 옮겨간 거처를 따라서 발전이 되는 경향이 있어요. 뉴욕의 경우에도 소호에 아티스트들이 거주했는데, 번화가가 되면서 아티스트들은 쫓겨나고 첼시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러다 보니 첼시에 갤러리가 생기고, 또 아티스트들은 쫓겨나기를 반복했죠. 지금은 또 브루크린으로…. 그런 것들을 배우고, 직접 체감하면서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인쇄골목이 그랬고요” (이현지)  이들은 비싼 임대료와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 같은 서울에서 함께 ‘공생’하기 위해 충무로의 낡은 공간에 작업실을 꾸렸다. 각자의 집과의 동선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다. 한때는 번영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재개발과 변화의 바람이 가득하다. 우연히 자리 잡은 이 곳, 인현동에서 그들은 기존의 상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고자 했다. “같이 살아가는 것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소통’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지내다 보니까 젊은 아티스트들, 젊은 상인들은 기존의 상인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뒤늦게 이 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가’를 물어보려고 한 젊은 아티스트를 찾아갔는데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무관심’인 거죠. 당장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자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일단은 이웃처럼 편하고 가깝게요” (박종희) 그렇게 인현동 인쇄골목과 젊은 예술가들의 ‘상리공생’이 시작된다.

[마주보기①] 뉴욕서 만난 예술가 그룹 뮤추얼, 인현동서 찾은 ‘공생’의 가치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0.29 10:44 의견 0
사진=충무아트센터 제공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낡은 건물들, 그 안에서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기계소리가 가득하다. 좁은 골목에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발이가 가게와 가게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혹자들은 말한다. “어차피 사라질 곳”이라고. 하지만 서울 중구 인현동 인쇄골목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최근 이 골목에는 낯선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인쇄업 종사자들로 가득했던 골목 곳곳에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12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예술가 그룹 ‘뮤추얼’의 ‘상리공생: 인현시장과 인쇄골목’ 전시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귀한 삶의 터전인 이 곳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기억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충무로에 터를 잡고 새로운 마을의 식구가 된 뮤추얼은 총 다섯 명의 여성 창작자로 구성됐다. 그룹의 리더 격인 패션디자이너 박종희를 시작으로, 영화감독 정수이, 작가 이현지, 그래픽 디자이너 홍석윤, 영상연출가 조윤하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전공도 살아온 배경도 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인현동 골목에서 느낀 감정들 때문이었다. 

“다섯 명이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 머물면서 친해지게 됐어요.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또 다른 친구로 알고 지내면서 점점 자주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지게 됐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 없이 혼자서 뭘 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을 만나면 위안을 얻었어요.(웃음) 고민이 많다가도 이 친구들을 만나면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박종희) 

“아무래도 한국사회사 주는 압박감과 틀에 맞춰진 삶의 방식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던 방향을 공유하다 보니 더 가까워진 게 아닐까요. 작업실을 같이 쓰면서 ‘함께 작업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던 중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지원을 하게 됐죠. 아무래도 각자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있는데, 버리면서까지 하기에 자본이 부족한 게 사실이니까요” (이현지) 

사진=송두선 작가

이번 전시 ‘상리공생’은 서울 내 19개 자치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를 찾아 지역의 새로운 문화 예술 주체로 지원·육성하기 위해 올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첫 시행한 ‘지역형 청년예술단’ 사업의 일환이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중구문화재단에서는 충무로 인쇄골목의 젠트리피케이션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한 프로젝트 그룹 뮤추얼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이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하는 것이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 곳에 자리 잡기 전 뉴욕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 왔기 때문에 인현동에서 낯설지 않은 안타까움을 체감했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이잖아요. 주로 아티스트가 옮겨간 거처를 따라서 발전이 되는 경향이 있어요. 뉴욕의 경우에도 소호에 아티스트들이 거주했는데, 번화가가 되면서 아티스트들은 쫓겨나고 첼시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러다 보니 첼시에 갤러리가 생기고, 또 아티스트들은 쫓겨나기를 반복했죠. 지금은 또 브루크린으로…. 그런 것들을 배우고, 직접 체감하면서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인쇄골목이 그랬고요” (이현지) 

이들은 비싼 임대료와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 같은 서울에서 함께 ‘공생’하기 위해 충무로의 낡은 공간에 작업실을 꾸렸다. 각자의 집과의 동선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다. 한때는 번영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재개발과 변화의 바람이 가득하다. 우연히 자리 잡은 이 곳, 인현동에서 그들은 기존의 상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고자 했다.

“같이 살아가는 것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소통’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지내다 보니까 젊은 아티스트들, 젊은 상인들은 기존의 상인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뒤늦게 이 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가’를 물어보려고 한 젊은 아티스트를 찾아갔는데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무관심’인 거죠. 당장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자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일단은 이웃처럼 편하고 가깝게요” (박종희)

그렇게 인현동 인쇄골목과 젊은 예술가들의 ‘상리공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