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스페이스 보헤미안 우울, 슬픔, 어둠. 넬이 만들려고 했던 이번 앨범은 블랙 그 자체였다. 특별할 것 없이 음악만 하던 넬에게 슬픈 일이 쏟아졌다. 개인적인 이야기라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랑했던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이들을 힘들게 할 만한 숱한 일들이 넘쳤던 것으로 짐작됐다.  꽤나 오랜 기간 어두운 감정이 이들을 지배했다. 그 어둠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다짐도 있었다. 여덟 번째 앨범의 이름은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이다. 검은색에 대한 노래다. 3년 만에 내는 정규앨범이며,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는 ‘사랑’에 대한 노래가 아니다. 우정 또는 삶에 대한 노래다.  어떤 기나긴 터널을 뚫고 나온 듯한 넬을 최근 만났다. 보컬 김종완을 비롯해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 모두 무거움이 있었다. 무거운 척하는 것이 아닌 삶의 중량감이 전반적인 이미지에서 전달됐다.  “사적인 일들이니까 다 얘기 하지는 않을게요. 꽤 오랜 시간 저희가 함께 했는데, 2~3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저희한테 찾아왔어요. 개인적으로도 이래저래 힘들었고요. 30대 후반을 지나쳐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다 짜증났었어요. 다 너무 뭔가 ‘부질없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화라기보다는 허무함과 무기력감이 저를 잠식했어요. 좋은 관계라도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김종완) ‘오분 뒤에 봐’는 그런 슬픔에서 탄생한 곡이다. 어렸을 때 하루가 멀다하고 봐왔던 친구들을 1년에 한 두 번 보는 사이가 되면서 발생하는 아쉬움을 그린 곡이다. 앞으로 많은 날들을 함께 하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곡이다.  “곡 얘기를 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의 가사가 담겨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던 친구들인데, 서로 바쁘다보니까 한 달에 한 두 번, 요즘에는 1년에 한 두 번 보면 많이 보는 사이가 됐어요. 1년에 한 두 번 봐도 어색하지 않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아쉬움 씁쓸한 것을 담은 곡이에요”(김종완) 그러면서 의미심한 단어가 등장했다. 죽음이었다.  “시간도 시간이니 만큼 언제 죽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어서. 20대 때 사고로 죽은 친구들 있기도 해요. 주변에 안 좋은 일 당한 사람이 있는데, 40대가 되니까 20대 때 만큼은 당혹스럽지는 않더라고요. 자연스러운 나이랄까요. 그러면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몇 번 안 남았겠구나라는 생각에 쓰게 된 곡이에요”(김종완) 이제 겨우 40을 넘긴 김종완을 비롯한 넬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단어는 거리감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넬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담담하고 차분한 말투에서 무거운 정서가 번져 있었다.  “검정색이라고 표현을 했던 거는 쉽게 얘기하면 암흑같은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불안감이난 우울감 슬픔, 그런 것들이 극에 달했던 때가 있죠. 인생이 까맣게 보이는 때가 있었어요. 작은 이유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상황에 그 감정에 사로잡혔어요” 사진제공=스페이스 보헤미안 어두움 중에서 극한으로 어두운 음반을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20년 만에 네 사람은 태국의 한 스튜디오에서 숙식과 음악 작업만 반복했다. 마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퀸이 스튜디오에서 숙식하면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창작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그곳에서 희망을 봤다.  “엄청 어두운 앨범으로 만들자고 해서 떠났어요. 아주 아주 어두운 앨범. 편안하게 듣고 싶은 노래는 넣고 싶지 않았죠. 한 달 정도 태국 스튜디오에서 숙식 서비스를 받으면서 아무생각 하지말고 음악만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굉장히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어요.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조금은 밝은 앨범으로 바뀌었어요. 아주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의 예상보다는 밝아졌죠.”(김종완) “가사 쓰면서 만들어진 생각은 밝은 내용은 아닌데, 내가 생각했던 검정 안에 다양한 색깔은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아무것도 없는 블랙홀에 갇혀 있다고 하기 보다는 하나 하나가 다 색이 있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적어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어두운 감정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넬의 기존 음악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진하고 어두워졌지만,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만큼은 대중적이다. 듣기 쉽고, 쉽게 빠져든다.  “음악을 하면서 이렇게 불타오른 건 오랜만이에요. 정말 순수하게 음악적 영감만을 얻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게 앨범에 고스란히 담기지 않았나 싶네요. 영감은 일상에 얻는 게 많다고 하는데, 이번 녹음실은 자연과 어우러져 있었어요. 그 공간에 가는 순간 다른 영감들이 막 오더라고요. 새로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음악을 했어요”(이재경)

[마주보기①] 넬, 어둠 속에서 찾은 빛

함상범 승인 2019.10.22 09:02 의견 0
사진제공=스페이스 보헤미안

우울, 슬픔, 어둠. 넬이 만들려고 했던 이번 앨범은 블랙 그 자체였다. 특별할 것 없이 음악만 하던 넬에게 슬픈 일이 쏟아졌다. 개인적인 이야기라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랑했던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이들을 힘들게 할 만한 숱한 일들이 넘쳤던 것으로 짐작됐다. 

꽤나 오랜 기간 어두운 감정이 이들을 지배했다. 그 어둠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다짐도 있었다. 여덟 번째 앨범의 이름은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이다. 검은색에 대한 노래다. 3년 만에 내는 정규앨범이며,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는 ‘사랑’에 대한 노래가 아니다. 우정 또는 삶에 대한 노래다. 

어떤 기나긴 터널을 뚫고 나온 듯한 넬을 최근 만났다. 보컬 김종완을 비롯해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 모두 무거움이 있었다. 무거운 척하는 것이 아닌 삶의 중량감이 전반적인 이미지에서 전달됐다. 

“사적인 일들이니까 다 얘기 하지는 않을게요. 꽤 오랜 시간 저희가 함께 했는데, 2~3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저희한테 찾아왔어요. 개인적으로도 이래저래 힘들었고요. 30대 후반을 지나쳐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다 짜증났었어요. 다 너무 뭔가 ‘부질없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화라기보다는 허무함과 무기력감이 저를 잠식했어요. 좋은 관계라도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김종완)

‘오분 뒤에 봐’는 그런 슬픔에서 탄생한 곡이다. 어렸을 때 하루가 멀다하고 봐왔던 친구들을 1년에 한 두 번 보는 사이가 되면서 발생하는 아쉬움을 그린 곡이다. 앞으로 많은 날들을 함께 하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곡이다. 

“곡 얘기를 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의 가사가 담겨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던 친구들인데, 서로 바쁘다보니까 한 달에 한 두 번, 요즘에는 1년에 한 두 번 보면 많이 보는 사이가 됐어요. 1년에 한 두 번 봐도 어색하지 않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아쉬움 씁쓸한 것을 담은 곡이에요”(김종완)

그러면서 의미심한 단어가 등장했다. 죽음이었다. 

“시간도 시간이니 만큼 언제 죽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어서. 20대 때 사고로 죽은 친구들 있기도 해요. 주변에 안 좋은 일 당한 사람이 있는데, 40대가 되니까 20대 때 만큼은 당혹스럽지는 않더라고요. 자연스러운 나이랄까요. 그러면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몇 번 안 남았겠구나라는 생각에 쓰게 된 곡이에요”(김종완)

이제 겨우 40을 넘긴 김종완을 비롯한 넬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단어는 거리감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넬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담담하고 차분한 말투에서 무거운 정서가 번져 있었다. 

“검정색이라고 표현을 했던 거는 쉽게 얘기하면 암흑같은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불안감이난 우울감 슬픔, 그런 것들이 극에 달했던 때가 있죠. 인생이 까맣게 보이는 때가 있었어요. 작은 이유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상황에 그 감정에 사로잡혔어요”

사진제공=스페이스 보헤미안

어두움 중에서 극한으로 어두운 음반을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20년 만에 네 사람은 태국의 한 스튜디오에서 숙식과 음악 작업만 반복했다. 마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퀸이 스튜디오에서 숙식하면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창작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그곳에서 희망을 봤다. 

“엄청 어두운 앨범으로 만들자고 해서 떠났어요. 아주 아주 어두운 앨범. 편안하게 듣고 싶은 노래는 넣고 싶지 않았죠. 한 달 정도 태국 스튜디오에서 숙식 서비스를 받으면서 아무생각 하지말고 음악만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굉장히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어요.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조금은 밝은 앨범으로 바뀌었어요. 아주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의 예상보다는 밝아졌죠.”(김종완)

“가사 쓰면서 만들어진 생각은 밝은 내용은 아닌데, 내가 생각했던 검정 안에 다양한 색깔은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아무것도 없는 블랙홀에 갇혀 있다고 하기 보다는 하나 하나가 다 색이 있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적어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어두운 감정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넬의 기존 음악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진하고 어두워졌지만,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만큼은 대중적이다. 듣기 쉽고, 쉽게 빠져든다. 

“음악을 하면서 이렇게 불타오른 건 오랜만이에요. 정말 순수하게 음악적 영감만을 얻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게 앨범에 고스란히 담기지 않았나 싶네요. 영감은 일상에 얻는 게 많다고 하는데, 이번 녹음실은 자연과 어우러져 있었어요. 그 공간에 가는 순간 다른 영감들이 막 오더라고요. 새로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음악을 했어요”(이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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