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보 없이 다니다가 만난 미얀마 양곤의 한 거리 1997년 여름. 한 친구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뜻 맞는 몇이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당시 자전거 여행은 물론 제주 여행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돈 아껴보자고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완도까지 내려가 배를 타고 제주에 들어갔다. 도착하자 민박을 운영하는 아저씨의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겠다”는 말에 숙소를 잡았다. 시작부터 잘못됐다. 아저씨는 제주 지도를 선물(?)로 주셨고, 우리는 단순하게 계획을 짰다. 하루는 서쪽으로 서귀포까지 갔다가 숙소로 오고, 그 다음날은 동쪽으로 같은 행동을 하자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들의 행진’ 수준이었다.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민박 아저씨의 말에 넘어간 결과다. 훗날 검색해 보니, 우리는 제주시 일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가는 이들은 확연히 다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하며, 도착 시간과 휴식할 장소, 중간에 봐야할 공간, 날씨 등을 미리 혹은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SNS에 실시간으로 올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여행하기 굉장히 편한 시대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몇 번 여행을 해보니 뭔가 허전했다.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움과 돌발 상황에서 오는 소소한 기쁨 혹은 놀라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우연히 찾은 음식점에서 경험하지 못한 맛에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이미 과한 정보로 인해 그런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물론 억지로라도 그런 정보 검색을 자제하고 찾아갈 수는 있지만, 한번 편리함을 누린 인간이 이를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의외로 나약하다) 제주도나 국내 여행은 그나마 이런 사전 정보 검색이 평이한 수준이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들의 정보 검색은 거의 ‘갔다 온’ 수준이다. 네티즌들이 여행 카페 등에 올린 여행 계획을 보면 이미 갔다 온 사람들보다 정보가 많다.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1차적으로 정보를 찾고, SNS을 통해 확인하고, 유튜브 등 동영상을 통해 현지 상황을 아예 익힌다. 여기에 여행 어플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른 이의 여행계획을 참고해 보완한다. 불안한 이들은 구글 지도 위성사진이나 로드맵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 이쯤 되면 이미 ‘가상’ 해외여행은 끝낸 수준이다.  물론 철저한 여행 계획이 나쁜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하고, 현지에서 지켜야 할 것과 주의해야할 것 등을 미리 숙지해 안전한 여행을 갔다오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여기에 맛집이나 봐야할 장소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것도 효율성 높은 여행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다 알고’ 떠나는 여행에서 두근거림과 호기심이 생길까. 그리고 여행에서 겪는 소소한 어려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을까 싶다. 이전에 언급했던 ‘관광과 여행’의 차이에서 볼 수 있듯이, 가이드 수준 이상의 계획을 세워 움직인 여행은 ‘관광’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무엇을 타고, 어디서 자며, 대략 어떤 것들을 봐야 하는지 정도만 알고 갔던 과거의 여행이 종종 그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도 여행 어플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여행 한담] 과다 정보 시대에 찾는 여행의 의미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0.29 13:44 의견 0
사진= 정보 없이 다니다가 만난 미얀마 양곤의 한 거리


1997년 여름. 한 친구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뜻 맞는 몇이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당시 자전거 여행은 물론 제주 여행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돈 아껴보자고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완도까지 내려가 배를 타고 제주에 들어갔다. 도착하자 민박을 운영하는 아저씨의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겠다”는 말에 숙소를 잡았다. 시작부터 잘못됐다. 아저씨는 제주 지도를 선물(?)로 주셨고, 우리는 단순하게 계획을 짰다. 하루는 서쪽으로 서귀포까지 갔다가 숙소로 오고, 그 다음날은 동쪽으로 같은 행동을 하자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들의 행진’ 수준이었다.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민박 아저씨의 말에 넘어간 결과다. 훗날 검색해 보니, 우리는 제주시 일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가는 이들은 확연히 다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하며, 도착 시간과 휴식할 장소, 중간에 봐야할 공간, 날씨 등을 미리 혹은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SNS에 실시간으로 올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여행하기 굉장히 편한 시대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몇 번 여행을 해보니 뭔가 허전했다.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움과 돌발 상황에서 오는 소소한 기쁨 혹은 놀라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우연히 찾은 음식점에서 경험하지 못한 맛에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이미 과한 정보로 인해 그런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물론 억지로라도 그런 정보 검색을 자제하고 찾아갈 수는 있지만, 한번 편리함을 누린 인간이 이를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의외로 나약하다)

제주도나 국내 여행은 그나마 이런 사전 정보 검색이 평이한 수준이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들의 정보 검색은 거의 ‘갔다 온’ 수준이다. 네티즌들이 여행 카페 등에 올린 여행 계획을 보면 이미 갔다 온 사람들보다 정보가 많다.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1차적으로 정보를 찾고, SNS을 통해 확인하고, 유튜브 등 동영상을 통해 현지 상황을 아예 익힌다. 여기에 여행 어플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른 이의 여행계획을 참고해 보완한다. 불안한 이들은 구글 지도 위성사진이나 로드맵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 이쯤 되면 이미 ‘가상’ 해외여행은 끝낸 수준이다. 

물론 철저한 여행 계획이 나쁜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하고, 현지에서 지켜야 할 것과 주의해야할 것 등을 미리 숙지해 안전한 여행을 갔다오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여기에 맛집이나 봐야할 장소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것도 효율성 높은 여행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다 알고’ 떠나는 여행에서 두근거림과 호기심이 생길까. 그리고 여행에서 겪는 소소한 어려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을까 싶다. 이전에 언급했던 ‘관광과 여행’의 차이에서 볼 수 있듯이, 가이드 수준 이상의 계획을 세워 움직인 여행은 ‘관광’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무엇을 타고, 어디서 자며, 대략 어떤 것들을 봐야 하는지 정도만 알고 갔던 과거의 여행이 종종 그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도 여행 어플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