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한다. 국내에선 앙상블 배우들을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주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배우는 둘로 나뉩니다. ‘아이다’ 안무를 할 수 있는 배우와 할 수 없는 배우”
지난달 ‘아이다’ 쇼케이스 당시 배우 김우형은 작품 속 안무의 난이도를 언급하면서 농담 섞인 말을 꺼냈다. 고난도의 안무와 노래, 연기로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김우형을 비롯해 모든 ‘아이다’ 출연 배우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특히 이 고난도 안무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건 앙상블 배우들이다. ‘아이다’의 앙상블은 익히 ‘갓상블’로 불리고 있다.
앙상블이 빠진 ‘아이다’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 초연된 이후 4번의 시즌을 거쳤고, 2019년 다섯 번째 시즌을 끝으로 14년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여러 시즌을 거쳐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앙상블 배우들의 힘이 크다.
◇ 배우 ‘박종배’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09년 뮤지컬 ‘한 여름 밤의 악몽’으로 데뷔해서 ‘궁’ ‘원효’ ‘피맛골연가’ ‘영웅’ ‘모차르트 오페라 락’ ‘요셉어메이징’ ‘프리실라’ ‘드림걸즈’ ‘엘리자벳’ ‘뉴시즈’ ‘아이다’ ‘벤허’ ‘금강1894’ ‘프랑켄슈타인’ 등의 작품에 출연했어요. 중학교 축제 때 춤추는 무대에 섰던 게 뮤지컬 배우의 시작이 됐던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어서 고등학교 때 댄스 팀에서 활동을 하며 계속 춤을 췄고, 자연스럽게 노래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대학교 때는 연기과에 진학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춤, 노래, 연기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죠.
Q. ‘아이다’에 고난도의 안무가 많은 만큼, 오디션도 매우 힘들었다고요?
A. 대부분의 배우들에게 물어보면 아시겠지만 ‘아이다’ 오디션은 정말 힘들어요. 안무 오디션은 두 가지인데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의 안무를 봅니다. 안무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고 많은 체력을 요구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안무에 맞는 연기를 보여줘야 하고요. 그리고 안무에 합격하면 또 노래 오디션을 보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Q. 더구나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대부분 심사위원들 앞에서 진행되는데 ‘아이다’는 심사위원과 지원자들이 한 공간에 같이 있고, 중앙으로 나와서 오디션을 보는 형식이라 모든 지원자들의 실력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테크닉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아져 노래와 춤은 다 잘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표현해내는 것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나더라고요. 제가 조안무로서 작품에 참여해본 적이 몇 번 있거든요. 잘하는 배우들은 많지만 뭘 하고 있는지, 뭘 표현하는 건지 제대로 보여주는 배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Q. 관객들이 박종배라는 배우를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하세요.
A. 관객분들 중에 공연 보고 나서 ‘장면마다 다른 사람 같다’고 이야기해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앞서 얘기했던 ‘좋은 배우’와 비슷한 이야기 같은데, 무엇이든 잘 표현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앙상블’이라는 직업은...
박종배는 ‘아이다’에서 누비아인과 이집트인을 넘나들면서 바쁘게 움직인다. 무대의 시작이기도 한 박물관에서 씬이 전환되는 과정에 이집트 병사들이 누비아인들을 쫓고, 약탈하는 장면이 있는데 박종배는 활을 들고 누비아인을 쫓는 안무로 처음 등장했다.
또 ‘언아더 피라미드’(Another pyramid)에서는 조세르와 함께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한 계략을 꾸미는 대신으로서 춤을 추고, ‘댄스 오브 더 로브’(Dance of the robe)에서는 아이다에게 공주로서 누비아인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춤을 선보인다. 또 1막 엔딩 넘버인 ‘더 가즈 러브 누비아’(The gods love nubia)에서는 열창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Q.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앙상블 배우로서의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저도 많은 작품을 해봤지만 ‘언아더 피라미드’나 ‘댄스 오브 더 로브’ 안무는 난이도가 높고 굉장한 체력을 요구해요. 그래서 꾸준히 안무 연습을 하고, 체력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연기에요. 타 작품에서는 이만큼 감정 소모가 많은 작품이 없는데 한 씬도 아니고 여러 씬에서 모든 걸 쏟아내야 해서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더라고요.
Q. 뮤지컬에서 앙상블이 하는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사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그냥 작품에 이름이 있는 역할을 하는 배우이고, 앙상블은 정해진 이름이 없는 역할을 하는 배우라고요. 앙상블이 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은 배우로 연기를 하는 거죠. 물론 주인공과 함께 장면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초 같은 역이기도 하고요.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들고 극을 함께 이끌어가며 장면을 풍성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입니다.
Q. 앙상블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 것 같나요.
A. 저의 직업은 배우입니다. 앙상블은 작품 속에 있는 다양한 역할 중 하나이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꼭 필요한 역할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매 작품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물론 있지만, 노코멘트 할게요.(웃음)
◇ 뮤지컬 ‘아이다’는..
‘아이다’는 이집트가 인근의 모든 국가들을 식민지화하고 그 백성을 노예화 하던 시절, 혼란기에 펼쳐지는 운명적이고 신화적인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그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 받는 장군 라다메스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이번 무대에는 ‘아이다’를 빛낸 역대 멤버인 윤공주, 정선아, 아이비, 김우형을 비롯해 오디션을 거쳐 합류하게 된 전나영, 최재림, 박송권, 박성환, 유승엽, 김선동, 오세준 그리고 20명의 앙상블이 함께 한다. 공연은 11월 13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