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의혹은 수년간 논란이 되어 왔지만, 실체에 대한 접근 움직임은 사실상 전무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음원 사재기와 관련된 의혹에는 가요계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제안을 받긴 했다” 정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더 깊숙이 접근하려고 하면, 바로 난색을 표했다. 그 제안을 했거나, 이야기를 한 사람이 업계 사람이고, 자칫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 다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음원 사재기’ 의혹의 타깃이 되는 이들이 그동안은 업계 비주류였다. 즉 우리가 흔히 아는 대형 메이저 회사이거나 유명 가수가 아니라, 논란이 없었으면 알지 못했을 가수들이다. 그러다보니 ‘사재기 의혹’의 당사자로 지적을 할망정, 그 이상 깊이 들어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어차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순위가 낮아질 테고, 결국 팬덤이 강한 가수들 중심으로 다시 온라인 음원차트가 형성될 것이라 여긴 것이다. 속칭 ‘뜨내기 장사꾼’ 한명이 잠시 잘 된다고, 점포 장사꾼들이 신경 쓸 필요가 있겠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2019년 바뀌었다. 뜨내기 장사꾼이 어느새 터를 잡고, 점포 장사꾼들이 뜨내기를 따라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의심은 팽배해졌지만, 여전히 실체에 대해 다들 ‘모르쇠’였다. 그런데 박경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바로 들어왔다. 그것도 선후배 가리지 않고 실명을 거론하면서 말이다. 이때부터 사안은 복잡해졌다. 바이브, 장덕철,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황인욱을 직접 겨냥했고, 이들은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박경 측도 처음에는 사과의 태도를 보였지만, 법적 대응으로 선회했다. 여기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뛰어들었다. ‘사재기 의혹’을 받은 기획사와 가수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제보를 받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런데 다시 후폭풍이 거셌다. ‘사재기’를 실제 한다며 지적당한 한 업체 대표는 반박했고, 인터뷰한 ‘의혹 당사자’들의 소속사도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반발했다.  이 시점에서 ‘사재기 의혹’은 길을 잃기 시작했다. ‘사재기 의혹’의 핵심은 좋은 음악을 대중들이 선택하는 과정을, 기계로 스트리밍을 돌려 인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판이 이렇게 형성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억울하다며 피해자라 외쳐 대는 이들과, 사재기를 하지 말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언급하는 이들만 존재할 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은 제대로 발도 못 떼고 있다. 거론되는 가수들과 기획사들은 반박 기자간담회와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고,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이들은 제3자인 척 뒤로 빠지며 “사재기는 하지 맙시다” 등의 공허한 외침만 툭 하나 던지고 있다.  “우린 억울하다”와 “사재기는 하지 맙시다”는 사재기 논란을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음원 사이트 챠트 폐지 등을 주장하는 것은 인디 레이블이나 몇몇 소수의 관계자들뿐이다. 속칭 메이저 기획사나, 그에 준하는 회사, 혹은 그런 회사 출신들이 세운 기획사들은 이에 대해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들도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처럼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시기가 지나면 또 누군가 박경처럼 실명 거론하는 비판이 나오고, 그 지적당한 가수는 반박하고 다시 몇몇 가수들은 고고하게  SNS에 “사재기는 하지 맙시다”는 캠페인 비슷한 발언을 이어나갈 것이다. 길을 잃어도 한참 잃은 상황이다.

[유명준의 시선] “억울하다”‧“하지맙시다”만 남은, 길 잃은 ‘음원 사재기’ 논란

유명준 기자 승인 2020.01.08 14:36 의견 0
 


‘음원 사재기’ 의혹은 수년간 논란이 되어 왔지만, 실체에 대한 접근 움직임은 사실상 전무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음원 사재기와 관련된 의혹에는 가요계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제안을 받긴 했다” 정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더 깊숙이 접근하려고 하면, 바로 난색을 표했다. 그 제안을 했거나, 이야기를 한 사람이 업계 사람이고, 자칫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 다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음원 사재기’ 의혹의 타깃이 되는 이들이 그동안은 업계 비주류였다. 즉 우리가 흔히 아는 대형 메이저 회사이거나 유명 가수가 아니라, 논란이 없었으면 알지 못했을 가수들이다. 그러다보니 ‘사재기 의혹’의 당사자로 지적을 할망정, 그 이상 깊이 들어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어차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순위가 낮아질 테고, 결국 팬덤이 강한 가수들 중심으로 다시 온라인 음원차트가 형성될 것이라 여긴 것이다. 속칭 ‘뜨내기 장사꾼’ 한명이 잠시 잘 된다고, 점포 장사꾼들이 신경 쓸 필요가 있겠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2019년 바뀌었다. 뜨내기 장사꾼이 어느새 터를 잡고, 점포 장사꾼들이 뜨내기를 따라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의심은 팽배해졌지만, 여전히 실체에 대해 다들 ‘모르쇠’였다. 그런데 박경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바로 들어왔다. 그것도 선후배 가리지 않고 실명을 거론하면서 말이다.

이때부터 사안은 복잡해졌다. 바이브, 장덕철,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황인욱을 직접 겨냥했고, 이들은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박경 측도 처음에는 사과의 태도를 보였지만, 법적 대응으로 선회했다. 여기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뛰어들었다. ‘사재기 의혹’을 받은 기획사와 가수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제보를 받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런데 다시 후폭풍이 거셌다. ‘사재기’를 실제 한다며 지적당한 한 업체 대표는 반박했고, 인터뷰한 ‘의혹 당사자’들의 소속사도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반발했다. 

이 시점에서 ‘사재기 의혹’은 길을 잃기 시작했다. ‘사재기 의혹’의 핵심은 좋은 음악을 대중들이 선택하는 과정을, 기계로 스트리밍을 돌려 인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판이 이렇게 형성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억울하다며 피해자라 외쳐 대는 이들과, 사재기를 하지 말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언급하는 이들만 존재할 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은 제대로 발도 못 떼고 있다. 거론되는 가수들과 기획사들은 반박 기자간담회와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고,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이들은 제3자인 척 뒤로 빠지며 “사재기는 하지 맙시다” 등의 공허한 외침만 툭 하나 던지고 있다. 

“우린 억울하다”와 “사재기는 하지 맙시다”는 사재기 논란을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음원 사이트 챠트 폐지 등을 주장하는 것은 인디 레이블이나 몇몇 소수의 관계자들뿐이다. 속칭 메이저 기획사나, 그에 준하는 회사, 혹은 그런 회사 출신들이 세운 기획사들은 이에 대해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들도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처럼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시기가 지나면 또 누군가 박경처럼 실명 거론하는 비판이 나오고, 그 지적당한 가수는 반박하고 다시 몇몇 가수들은 고고하게  SNS에 “사재기는 하지 맙시다”는 캠페인 비슷한 발언을 이어나갈 것이다. 길을 잃어도 한참 잃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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