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토리피 제공 여기저기 포탄이 내리꽂히고, 온 마을은 불바다가 된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총성뿐인 전장에선 예술도, 사랑도 뿌리내리기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연극 ‘환상동화’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을 놓지 않는다. 극 속에선 전쟁 속에서도 사랑이 꽃피고, 예술도 피어난다.  이야기는 세 광대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에 등장한 세 명의 광대는 각기 예술, 전쟁,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치열하게 다투던 끝에 이들은 예술과 전쟁, 그리고 사랑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합의한다. 극 속의 극 형태를 띄고 있는 ‘환상동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세 광대가 꾸미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스와 마리다. 그리고 세 광대도 카페의 지배인과 직원으로, 예술가, 혹은 전장의 군인으로 극 속에 함께 참여하면서 한 편의 환상동화를 써내려간다. 극의 초반 전쟁광대는 두 남녀를 둘러싼 차가운 현실과 전쟁을, 예술광대는 피아니스느 남자 주인공과 발레리나 여자 주인공의 예술혼을, 사랑광대는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각각 주장하며 도저히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주장으로 극을 진행시킨다.    독일의 피아니스트 한스는 전쟁광대가 일으킨 전쟁에 독일군으로 참전한다.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전쟁 같은 세상에 내던져진 한스에게는 한줄기 빛이 남아 있었다. 전장에서 만난 연합군 병사를 통해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 그 곳에서 춤을 추는 여인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전쟁은 그 실낱같은 빛마저 집어삼킨다. 전장의 폭음은 한스의 귀를 멀게 했다. 또 마리에게서는 빛을 앗아갔다.  사진=스토리피 제공 결국 참다못한 사랑광대가 나선다. 잠깐의 고요가 찾아온 마을에서 한스와 마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예술광대는 이런 상황에서 한스에겐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마리에겐 다시 춤을 출 수 있도록 한다. 둘의 사랑을 질투하기라도 한 듯, 다시 전쟁은 재개되지만 이들은 포화 속에서도 연주와 춤을 멈추지 않는다.  세 광대가 그리는 한스와 마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하나의 무대에 집약해 놓은 셈이다. 전쟁 같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혹은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품은 끊임없이 꿈꾸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시력과 청력을 잃은 한스와 마리가 그랬듯이.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인만큼 볼거리도 화려하다. 발레와 피아노 연주, 마임, 노래, 마술 등이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또 이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기량도 칭찬할 만하다. 특히 세 명의 광대는 센스 있는 애드리브와 연기로 유머 코드를 버무리면서 극의 무게를 적절하게 유지한다.  ‘환상동화’는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공연된다.

[객석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피는 사랑과 예술…연극 ‘환상동화’

세 광대의 유머와 희망적 메시지의 적절한 조화

박정선 기자 승인 2020.01.13 09:41 의견 0
사진=스토리피 제공

여기저기 포탄이 내리꽂히고, 온 마을은 불바다가 된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총성뿐인 전장에선 예술도, 사랑도 뿌리내리기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연극 ‘환상동화’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을 놓지 않는다. 극 속에선 전쟁 속에서도 사랑이 꽃피고, 예술도 피어난다. 

이야기는 세 광대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에 등장한 세 명의 광대는 각기 예술, 전쟁,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치열하게 다투던 끝에 이들은 예술과 전쟁, 그리고 사랑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합의한다. 극 속의 극 형태를 띄고 있는 ‘환상동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세 광대가 꾸미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스와 마리다. 그리고 세 광대도 카페의 지배인과 직원으로, 예술가, 혹은 전장의 군인으로 극 속에 함께 참여하면서 한 편의 환상동화를 써내려간다. 극의 초반 전쟁광대는 두 남녀를 둘러싼 차가운 현실과 전쟁을, 예술광대는 피아니스느 남자 주인공과 발레리나 여자 주인공의 예술혼을, 사랑광대는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각각 주장하며 도저히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주장으로 극을 진행시킨다. 
 
독일의 피아니스트 한스는 전쟁광대가 일으킨 전쟁에 독일군으로 참전한다.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전쟁 같은 세상에 내던져진 한스에게는 한줄기 빛이 남아 있었다. 전장에서 만난 연합군 병사를 통해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 그 곳에서 춤을 추는 여인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전쟁은 그 실낱같은 빛마저 집어삼킨다. 전장의 폭음은 한스의 귀를 멀게 했다. 또 마리에게서는 빛을 앗아갔다. 

사진=스토리피 제공

결국 참다못한 사랑광대가 나선다. 잠깐의 고요가 찾아온 마을에서 한스와 마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예술광대는 이런 상황에서 한스에겐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마리에겐 다시 춤을 출 수 있도록 한다. 둘의 사랑을 질투하기라도 한 듯, 다시 전쟁은 재개되지만 이들은 포화 속에서도 연주와 춤을 멈추지 않는다. 

세 광대가 그리는 한스와 마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하나의 무대에 집약해 놓은 셈이다. 전쟁 같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혹은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품은 끊임없이 꿈꾸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시력과 청력을 잃은 한스와 마리가 그랬듯이.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인만큼 볼거리도 화려하다. 발레와 피아노 연주, 마임, 노래, 마술 등이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또 이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기량도 칭찬할 만하다. 특히 세 명의 광대는 센스 있는 애드리브와 연기로 유머 코드를 버무리면서 극의 무게를 적절하게 유지한다. 

‘환상동화’는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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