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페 시집 제공 서울 강북구 미아리 역에서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카페 시집이다. 교통편도, 접근성도 떨어지는 이곳에 불을 밝히고 있는 이 공간은 동네의 분위기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 앞에는 오래된 풍금과 타자기 등이 그 곳의 느낌을 말해주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섬과 동시에 카페 시집은 기자의 추측을 보기 좋게 비웃고 있었다.  오후 4시 30분경, 점심시간도 퇴근시간도 아닌 애매하다면 그럴 수 있는 시간에도 벌써 카페 안에는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음악과 적당한 사람들의 수다가 어우러지면서 기분 좋은 소음을 낸다.  카페 시집은 이미 종로구 익선동의 아마츄어작업실(현재는 청계로 이전), 종로5가의 오제도를 성공적으로 오픈, 유지해온 청년 디렉터 김경민 대표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가 내놓은 모든 공간에는 ‘인문학을 판다’는 슬로건이 내걸린다.  “‘커피에 인문학을 담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는 태국 치앙마이의 국제학교를 다녔고, 대학은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했어요. 대학 졸업 후 경영컨설팅회사에 들어갔는데, 커피관련 프로젝트를 하다가 매료됐어요. 그렇게 커피와 공간에 인문학을 담는 일을 시작하게 됐죠”  사진=카페 시집 제공 그중 카페 시집은 ‘시문학’을 콘셉트로 사용하지 않는 여관의 지하에 다방을 리폼한 공간이다. 처음엔 디렉터로서 의뢰를 받아 이곳에 방문하게 됐지만, 로스팅 작업실을 필요로 했던 그의 눈에 이 지하 공간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 그려졌다. 결국 김 대표는 이 공간을 사들여 자신의 공간으로 꾸며나갔다. 놀라운 점은 명색이 카페인데, 그 흔한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 없다. 이는 그의 인문정신과 맞닿아 있다.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반드시 인문정신이 발현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커피를 디자인하고 손님에게 내놓을 때 인문학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안다. 하지만 인간의 힘에 의지하여 내리는 커피를 하고 싶었다. 그게 바로 인문적인 커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메뉴판의 구성도 독특하다. 드립커피는 ‘가배’ ‘흑심’ ‘내일이 휴일이라면’, 칵테일에는 ‘노트르담의 곱추’ ‘위대한 개츠비’ ‘동백아가씨’ 등 쉽게 알 수 없는 이름들이 가득하다. 이 역시 커피에 메시지를 입히는 김 대표의 철학이 만들어 낸 결과다. 손님들도 커피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들을 습득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얻어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사진=카페 시집 제공 카페 시집이 손님들의 눈을 사로잡는 건 곳곳에 그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메뉴판은 물론이고, 천장엔 옷걸이에 걸린 시집, 한쪽 벽면에 질서 없이 붙어 있는 시, 음료를 시키면 컵받침으로 제공되는 시집의 한 페이지, 그리고 활자들과 소품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품들 있다.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 때 사진과 그림을 했다. 그러던 중 여러 차례 전시 기회를 갖기도 했고요. 그때의 행복은 지금도 생생해요. 많은 분들이 전시회에 와주셨고, 깊이 있는 예술을 함께 논할 수 있는 자리였죠. 우리 업장의 특성상 많은 예술가들이 방문해요. 저 역시 그런 젊은 예술가들에게 관심이 많고요. 사실 그들이 현실적으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없잖아요. 우리 업장에서 그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동시에 우리의 공간은 더욱 예술적인 공간이 되는 거죠. 예술가들의 작품과 공간의 시너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 대표의 공간이 더욱 빛나는 건 그가 보여주는 인문정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사소한 배려와 지원 덕분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김 대표는 직원들의 독립을 수차례 이야기했다. 그는 직원들은 단순히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일원이 아닌, 추후 또 한 명의 커피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바리스타의 생명은 35세면 끝난다고 봐야해요. 서른이 넘으면 업장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우리 업장에는 예술가지면서 바리스타인 직원들이 많아요. 그들이 우리 업장에서 운영에 대한 부분을 배우고 난 후, 독립해서 자신만의 업장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늘 말해요. 커피를 계속한다면 자신의 업장을 해야 하거든요. 내 역량 안에서 얼마든지 필요한 조언이나 부분들을 도와 주고 싶어요” 벌써 세 개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지만, 공간에 대한 그의 욕심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에 입학했고, 언론을 상대하며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의 큰 플랜을 위한 발걸음 중 하나였다.  “결론적으로 전 한국적인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외국관광객들이 한국에 올 때 반드시 가야하는 한국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의 커피 역사를 공간에 담아내면서 말이죠. 지금도 이런 상상을 하면 흥분이 돼요. ‘한국커피’라는 콘셉트로 공간을 꾸미고, 한국의 도구로 만든 커피, 한국의 커피 역사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게 바로 한국커피고 한국인문학이 아닐까요”

[공간의 맛] 커피와 공간에 눌러 담은 인문학, ‘카페 시집’

박정선 기자 승인 2020.01.15 13:02 의견 0
사진=카페 시집 제공

서울 강북구 미아리 역에서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카페 시집이다. 교통편도, 접근성도 떨어지는 이곳에 불을 밝히고 있는 이 공간은 동네의 분위기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 앞에는 오래된 풍금과 타자기 등이 그 곳의 느낌을 말해주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섬과 동시에 카페 시집은 기자의 추측을 보기 좋게 비웃고 있었다. 

오후 4시 30분경, 점심시간도 퇴근시간도 아닌 애매하다면 그럴 수 있는 시간에도 벌써 카페 안에는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음악과 적당한 사람들의 수다가 어우러지면서 기분 좋은 소음을 낸다. 

카페 시집은 이미 종로구 익선동의 아마츄어작업실(현재는 청계로 이전), 종로5가의 오제도를 성공적으로 오픈, 유지해온 청년 디렉터 김경민 대표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가 내놓은 모든 공간에는 ‘인문학을 판다’는 슬로건이 내걸린다. 

“‘커피에 인문학을 담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는 태국 치앙마이의 국제학교를 다녔고, 대학은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했어요. 대학 졸업 후 경영컨설팅회사에 들어갔는데, 커피관련 프로젝트를 하다가 매료됐어요. 그렇게 커피와 공간에 인문학을 담는 일을 시작하게 됐죠” 

사진=카페 시집 제공

그중 카페 시집은 ‘시문학’을 콘셉트로 사용하지 않는 여관의 지하에 다방을 리폼한 공간이다. 처음엔 디렉터로서 의뢰를 받아 이곳에 방문하게 됐지만, 로스팅 작업실을 필요로 했던 그의 눈에 이 지하 공간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 그려졌다. 결국 김 대표는 이 공간을 사들여 자신의 공간으로 꾸며나갔다. 놀라운 점은 명색이 카페인데, 그 흔한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 없다. 이는 그의 인문정신과 맞닿아 있다.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반드시 인문정신이 발현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커피를 디자인하고 손님에게 내놓을 때 인문학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안다. 하지만 인간의 힘에 의지하여 내리는 커피를 하고 싶었다. 그게 바로 인문적인 커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메뉴판의 구성도 독특하다. 드립커피는 ‘가배’ ‘흑심’ ‘내일이 휴일이라면’, 칵테일에는 ‘노트르담의 곱추’ ‘위대한 개츠비’ ‘동백아가씨’ 등 쉽게 알 수 없는 이름들이 가득하다. 이 역시 커피에 메시지를 입히는 김 대표의 철학이 만들어 낸 결과다. 손님들도 커피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들을 습득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얻어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사진=카페 시집 제공

카페 시집이 손님들의 눈을 사로잡는 건 곳곳에 그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메뉴판은 물론이고, 천장엔 옷걸이에 걸린 시집, 한쪽 벽면에 질서 없이 붙어 있는 시, 음료를 시키면 컵받침으로 제공되는 시집의 한 페이지, 그리고 활자들과 소품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품들 있다.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 때 사진과 그림을 했다. 그러던 중 여러 차례 전시 기회를 갖기도 했고요. 그때의 행복은 지금도 생생해요. 많은 분들이 전시회에 와주셨고, 깊이 있는 예술을 함께 논할 수 있는 자리였죠. 우리 업장의 특성상 많은 예술가들이 방문해요. 저 역시 그런 젊은 예술가들에게 관심이 많고요. 사실 그들이 현실적으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없잖아요. 우리 업장에서 그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동시에 우리의 공간은 더욱 예술적인 공간이 되는 거죠. 예술가들의 작품과 공간의 시너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 대표의 공간이 더욱 빛나는 건 그가 보여주는 인문정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사소한 배려와 지원 덕분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김 대표는 직원들의 독립을 수차례 이야기했다. 그는 직원들은 단순히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일원이 아닌, 추후 또 한 명의 커피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바리스타의 생명은 35세면 끝난다고 봐야해요. 서른이 넘으면 업장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우리 업장에는 예술가지면서 바리스타인 직원들이 많아요. 그들이 우리 업장에서 운영에 대한 부분을 배우고 난 후, 독립해서 자신만의 업장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늘 말해요. 커피를 계속한다면 자신의 업장을 해야 하거든요. 내 역량 안에서 얼마든지 필요한 조언이나 부분들을 도와 주고 싶어요”

벌써 세 개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지만, 공간에 대한 그의 욕심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에 입학했고, 언론을 상대하며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의 큰 플랜을 위한 발걸음 중 하나였다. 

“결론적으로 전 한국적인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외국관광객들이 한국에 올 때 반드시 가야하는 한국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의 커피 역사를 공간에 담아내면서 말이죠. 지금도 이런 상상을 하면 흥분이 돼요. ‘한국커피’라는 콘셉트로 공간을 꾸미고, 한국의 도구로 만든 커피, 한국의 커피 역사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게 바로 한국커피고 한국인문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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