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정도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데 국내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신약 자체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하면 좋겠지만 여력이 딸려 해외에 기술수출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을 잘 아는 해외 제약업체에서 자금을 투입해 기술력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힘을 합쳐 양질의 신약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기술수출은 힘을 합쳐 양질의 신약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발굴해낸 후보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는 해외 제약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협력 관계에 있던 해외 제약사가 갑작스럽게 계약을 해지하는 데 따른 국내 제약사 손해가 만만치 않다. 경쟁 약물이 출시되지 못 하도록 자금을 투입해 기술을 사들이고 개발은 하지 않는 식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기술수출을 했던 한미약품이 관련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노피가 돌연 개발 권리를 반환하면서 임상시험마저도 완료하지 못 하게 된 것이다. 임상 3상만을 남겨두고 있던 해당 신약 개발은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이에 한미약품 측은 신약 자체 문제가 아닌 사노피 측의 경영 개편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발이 지체되면서 약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한미약품 측의 손해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메디톡스도 자사 보툴리눔톡신제제 이노톡스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다국적제약사 엘러간에 기술수출을 한 지 7년이 지났다.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엘러간 측은 이노톡스를 미국시장에 내놓지 않기 위해 시간을 버는 모습이다. 이들은 보툴리눔톡신의 원조로 꼽히고 있는 보톡스 제품을 판매 중인 제약사다. 이들은 이노톡스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책임져 미국 시장에 내놓겠다며 기술수입을 진행했다. 글로벌 임상3상 또한 수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메디톡스는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렇게 계약이 맺어진 지 7년이 지났지만 해당 약물에 대한 글로벌 임상은 아직 중반 단계까지밖에 가지 못 했다. 일각에서는 엘러간이 미국 내 보투리눔톡신제제 독점 판매를 위해 이노톡스의 미국 진출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자 엘러간은 2020년에는 미국 내 이노톡스 출시를 완료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바 있다. 2020년이 되었지만 이노톡스는 아직 임상 중반 단계까지 가지 못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러간은 새로운 제형의 보톡스 개발 계획을 발표해 이노톡스를 향한 미국 내 관심이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반면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기술 수출한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공동개발에 들어간 지 4년차에 진입했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뇌 전이를 동반한 폐암 환자에게 우수한 효과를 보여 미국임상학회 연례학술행사에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기술수출의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하지만, 해외 파트너가 언제 갑자기 손을 놓을지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국내 제약사는 끊임없이 인류 건강을 위해 획기적인 신약이 될 수 있을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자금 부족으로 직접적인 개발은 다국적 제약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신약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손을 잡은 해외 제약사의 변덕에 휘청거리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진 않길 바랄 뿐이다. 개발 비용을 독자적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국내 업계 상황이 갑자기 변화되긴 어렵다. 기술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파트너사 선정에 있어 회사의 규모가 아닌, 끝까지 개발을 함께 이어갈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인애의 뒷담화] ‘사산되는 신약 후보물질’ 국내 제약업계 기술수출 명과 암

“경쟁 제품 출시 막으려고 일부러 사들이는 경우도 있어”

이인애 기자 승인 2020.05.21 15:06 의견 0

국내 제약업계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정도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데 국내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신약 자체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하면 좋겠지만 여력이 딸려 해외에 기술수출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을 잘 아는 해외 제약업체에서 자금을 투입해 기술력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힘을 합쳐 양질의 신약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기술수출은 힘을 합쳐 양질의 신약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발굴해낸 후보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는 해외 제약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협력 관계에 있던 해외 제약사가 갑작스럽게 계약을 해지하는 데 따른 국내 제약사 손해가 만만치 않다. 경쟁 약물이 출시되지 못 하도록 자금을 투입해 기술을 사들이고 개발은 하지 않는 식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기술수출을 했던 한미약품이 관련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노피가 돌연 개발 권리를 반환하면서 임상시험마저도 완료하지 못 하게 된 것이다. 임상 3상만을 남겨두고 있던 해당 신약 개발은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이에 한미약품 측은 신약 자체 문제가 아닌 사노피 측의 경영 개편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발이 지체되면서 약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한미약품 측의 손해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메디톡스도 자사 보툴리눔톡신제제 이노톡스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다국적제약사 엘러간에 기술수출을 한 지 7년이 지났다.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엘러간 측은 이노톡스를 미국시장에 내놓지 않기 위해 시간을 버는 모습이다.

이들은 보툴리눔톡신의 원조로 꼽히고 있는 보톡스 제품을 판매 중인 제약사다. 이들은 이노톡스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책임져 미국 시장에 내놓겠다며 기술수입을 진행했다. 글로벌 임상3상 또한 수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메디톡스는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렇게 계약이 맺어진 지 7년이 지났지만 해당 약물에 대한 글로벌 임상은 아직 중반 단계까지밖에 가지 못 했다. 일각에서는 엘러간이 미국 내 보투리눔톡신제제 독점 판매를 위해 이노톡스의 미국 진출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자 엘러간은 2020년에는 미국 내 이노톡스 출시를 완료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바 있다. 2020년이 되었지만 이노톡스는 아직 임상 중반 단계까지 가지 못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러간은 새로운 제형의 보톡스 개발 계획을 발표해 이노톡스를 향한 미국 내 관심이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반면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기술 수출한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공동개발에 들어간 지 4년차에 진입했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뇌 전이를 동반한 폐암 환자에게 우수한 효과를 보여 미국임상학회 연례학술행사에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기술수출의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하지만, 해외 파트너가 언제 갑자기 손을 놓을지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국내 제약사는 끊임없이 인류 건강을 위해 획기적인 신약이 될 수 있을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자금 부족으로 직접적인 개발은 다국적 제약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신약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손을 잡은 해외 제약사의 변덕에 휘청거리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진 않길 바랄 뿐이다. 개발 비용을 독자적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국내 업계 상황이 갑자기 변화되긴 어렵다. 기술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파트너사 선정에 있어 회사의 규모가 아닌, 끝까지 개발을 함께 이어갈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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