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NEW) 만화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치밀한 계획과 그 계획을 변수 없이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뭔가 아이러니한 인물이라고 할까. ‘부산행’에 포스트퀄 ‘반도’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과 10일 낮 삼청동 모처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곧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나온다는 책 ‘지옥’을 선물하는 연 감독은 그야말로 대세 중의 대세다. 한시도 쉬지 않고 작품에 몰입하는 그의 세계관 그리고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인간 본성을 이야기 하는 영화 '반도' ‘반도’는 인간 본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부산행’이 빠르게 확산하고, 진화하는 좀비들과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맞서 싸우는 작품이라면 ‘반도’에서의 좀비는 어쩌면 악한 본성의 사람, 그 자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사진=NEW) 극중 631부대는 고립된 대한민국에 생존한 인간군이다 군인과 민간인이 섞여 있지만 어쩌면 힘과 무기를 갖고 있는 군인의 세상이다. 살아 있는 사람을 흡사 로마시대 글래디에이터처럼 쓰는 631부대의 면면은 폐허가된 쇼핑센터를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과 오버랩 시킨다.  “‘반도’의 세계관 속에서 광기의 인간집단을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나는 타락한 군대, 또 하나는 광기의 종교집단이었다. 타락한 군대로 선택하게 된 것은 영화 전체적인 액션의 흐름을 갖고 가기 위함이었다. 공권력이 무너진 세상,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타락한 군대가 더 나았다. 군대 이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인간성 상실이라는 측면에서는 번호로 가는 게 자연스럽게 나쁜 군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반도’가 개봉하고 극장 관람이 시작되면 느낄법한 인간성의 상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감독이 의도한 그것일까. 악인으로서의 역할이 명확한 것 같으면서 동시에 모호한 게 ‘반도’ 속 빌런이다.  “나는 악인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생각 속에서 악역은 모호하다. 내가 완전한 악인은 이 영화에 많지 않다. 극중 황중사도 자신의 부하에 대한 책임감과 리더십을 상기해보면 완전한 악인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서 대위 역시 악인 같지만 정작 유약하고 겁이 많은 인물이다. 나쁜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실제 그렇다. 악인도 절대 악이 아닌 만큼 영웅도 절대 영웅이 아니다. 극중 강동원이 맡은 정석은 초반 잘 훈련된 군인으로,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홍콩으로 떠난다. 난민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샌가 무기력해졌다. 이 지점부터 정석의 영웅성은 사라졌다. 오롯이 나약한 난민으로서, 조금은 비겁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사진=NEW) “정석을 통해 영화를 조금 비틀고 싶었다. 이런류의 영화에서는 스토리적인 트위스트를 준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 영웅일 것 같은 정석을 초중반부터는 다시 세팅했다. 기존의 영웅과는 조금은 다른 캐릭터가 되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경이다. 배경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연 감독은 여성 캐릭터에 애정을 품었다. 이정현이 발휘한 모성애는 악바리 같으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 소녀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반전을 통해 영화를 다채롭게 꾸려냈다.  “기존에 내가 하던 영화에서 조금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영화 기획이 관습적인 틀 안에서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확실한 전환점이 필요했다” 연 감독의 오랜 생각은 ‘부산행’의 공유, ‘반도’의 이정현 같은 인물을 탄생 시켰다. 공유의 아빠 역할 그리고 이정현의 엄마 역할이란 그 역할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형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공유와 이정현의 부모 역할은 의외이면서도 각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사진=NEW) ■ 190억원 제작비, 300억원도 쓸 수 있지만 예산 규모 클수록 부담 영화가 개봉된 후 보면 알겠지만 ‘반도’에서는 ‘밤에는 좀비의 활동이 뜸하다’는 설정 때문에 주요 인물들이 밤에 움직인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인물 탓에 스크린은 시종 어둡다.  “초반부터 고민이 많았다. 밤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 숙제가 있다. 비슷하게 ‘부산행’ 때 터널 들어갈 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외국 영화의 경우 밤 장면이 굉장히 밝게 표현된다. 이를테면 ‘매드맥스’는 밤 장면이 파랗게 나온다. 굉장히 밝다. 하지만 한국영화에서 밤 장면을 그렇게 밝게 하지 않는다. ‘반도’에서는 보조 조명 통해서 밤인 것을 표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너무 어둡게 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밤이라 어떨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고민을 가감없이 털어 놓은 연 감독은 예산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이번 영화 ‘반도’는 19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다. 상당 부분이 마케팅에 쓰였지만 제작비 숫자 만으로 감독은 예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는 제대로 예산을 쓰면서 찍었다면 200~300억원도 들어갈 작품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 CG가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연 감독은 200억원 넘는 규모의 영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예산이 너무 큰 작품은 반갑지 않다고.  “개인적으로는 150억 원 이내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도’에서도 CG가 애매하게 들어가면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세트 촬영과 CG 작업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분리해서 가려고 했다” 이토록 예산에 민감하고, 타이트하게 촬영하려는 감독을 제작사에서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을까. 연 감독은 제작비를 규모 있게 사용하기 전 이미 한국여화의 매출 구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극장 매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이번처럼 코로나19와 같이 예상치 않은 변수가 생기면 제작비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의 경우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와서 제작비 예산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 한계가 얼마인지는 잘 모른다. 영화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나 작업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그런만큼 감독은 늘어나는 제작비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200억 원 이상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에 손댄다는 게 부담스럽다”

[마주보기] ‘반도’ 연상호 감독 “제작비 200억 넘는 영화 부담돼서 싫어”

‘반도’ 개봉 앞둔 연상호 감독, 연니버스 세 번째 시리즈 기대감 UP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7.13 15:24 | 최종 수정 2020.07.13 15:28 의견 0
영화 '반도'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NEW)


만화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치밀한 계획과 그 계획을 변수 없이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뭔가 아이러니한 인물이라고 할까.

‘부산행’에 포스트퀄 ‘반도’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과 10일 낮 삼청동 모처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곧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나온다는 책 ‘지옥’을 선물하는 연 감독은 그야말로 대세 중의 대세다. 한시도 쉬지 않고 작품에 몰입하는 그의 세계관 그리고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인간 본성을 이야기 하는 영화 '반도'

‘반도’는 인간 본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부산행’이 빠르게 확산하고, 진화하는 좀비들과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맞서 싸우는 작품이라면 ‘반도’에서의 좀비는 어쩌면 악한 본성의 사람, 그 자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사진=NEW)


극중 631부대는 고립된 대한민국에 생존한 인간군이다 군인과 민간인이 섞여 있지만 어쩌면 힘과 무기를 갖고 있는 군인의 세상이다. 살아 있는 사람을 흡사 로마시대 글래디에이터처럼 쓰는 631부대의 면면은 폐허가된 쇼핑센터를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과 오버랩 시킨다. 

“‘반도’의 세계관 속에서 광기의 인간집단을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나는 타락한 군대, 또 하나는 광기의 종교집단이었다. 타락한 군대로 선택하게 된 것은 영화 전체적인 액션의 흐름을 갖고 가기 위함이었다. 공권력이 무너진 세상,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타락한 군대가 더 나았다. 군대 이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인간성 상실이라는 측면에서는 번호로 가는 게 자연스럽게 나쁜 군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반도’가 개봉하고 극장 관람이 시작되면 느낄법한 인간성의 상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감독이 의도한 그것일까. 악인으로서의 역할이 명확한 것 같으면서 동시에 모호한 게 ‘반도’ 속 빌런이다. 

“나는 악인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생각 속에서 악역은 모호하다. 내가 완전한 악인은 이 영화에 많지 않다. 극중 황중사도 자신의 부하에 대한 책임감과 리더십을 상기해보면 완전한 악인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서 대위 역시 악인 같지만 정작 유약하고 겁이 많은 인물이다. 나쁜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실제 그렇다. 악인도 절대 악이 아닌 만큼 영웅도 절대 영웅이 아니다. 극중 강동원이 맡은 정석은 초반 잘 훈련된 군인으로,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홍콩으로 떠난다. 난민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샌가 무기력해졌다. 이 지점부터 정석의 영웅성은 사라졌다. 오롯이 나약한 난민으로서, 조금은 비겁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사진=NEW)


“정석을 통해 영화를 조금 비틀고 싶었다. 이런류의 영화에서는 스토리적인 트위스트를 준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 영웅일 것 같은 정석을 초중반부터는 다시 세팅했다. 기존의 영웅과는 조금은 다른 캐릭터가 되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경이다. 배경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연 감독은 여성 캐릭터에 애정을 품었다. 이정현이 발휘한 모성애는 악바리 같으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 소녀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반전을 통해 영화를 다채롭게 꾸려냈다. 

“기존에 내가 하던 영화에서 조금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영화 기획이 관습적인 틀 안에서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확실한 전환점이 필요했다”

연 감독의 오랜 생각은 ‘부산행’의 공유, ‘반도’의 이정현 같은 인물을 탄생 시켰다. 공유의 아빠 역할 그리고 이정현의 엄마 역할이란 그 역할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형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공유와 이정현의 부모 역할은 의외이면서도 각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사진=NEW)


■ 190억원 제작비, 300억원도 쓸 수 있지만 예산 규모 클수록 부담

영화가 개봉된 후 보면 알겠지만 ‘반도’에서는 ‘밤에는 좀비의 활동이 뜸하다’는 설정 때문에 주요 인물들이 밤에 움직인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인물 탓에 스크린은 시종 어둡다. 

“초반부터 고민이 많았다. 밤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 숙제가 있다. 비슷하게 ‘부산행’ 때 터널 들어갈 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외국 영화의 경우 밤 장면이 굉장히 밝게 표현된다. 이를테면 ‘매드맥스’는 밤 장면이 파랗게 나온다. 굉장히 밝다. 하지만 한국영화에서 밤 장면을 그렇게 밝게 하지 않는다. ‘반도’에서는 보조 조명 통해서 밤인 것을 표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너무 어둡게 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밤이라 어떨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고민을 가감없이 털어 놓은 연 감독은 예산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이번 영화 ‘반도’는 19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다. 상당 부분이 마케팅에 쓰였지만 제작비 숫자 만으로 감독은 예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는 제대로 예산을 쓰면서 찍었다면 200~300억원도 들어갈 작품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 CG가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연 감독은 200억원 넘는 규모의 영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예산이 너무 큰 작품은 반갑지 않다고. 

“개인적으로는 150억 원 이내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도’에서도 CG가 애매하게 들어가면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세트 촬영과 CG 작업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분리해서 가려고 했다”

이토록 예산에 민감하고, 타이트하게 촬영하려는 감독을 제작사에서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을까. 연 감독은 제작비를 규모 있게 사용하기 전 이미 한국여화의 매출 구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극장 매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이번처럼 코로나19와 같이 예상치 않은 변수가 생기면 제작비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의 경우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와서 제작비 예산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 한계가 얼마인지는 잘 모른다. 영화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나 작업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그런만큼 감독은 늘어나는 제작비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200억 원 이상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에 손댄다는 게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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