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뷰어스=김동민 기자] 바다는 경외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아득할 정도로 넓고 깊은, 파랗다 못해 검은 바다는 누구나 꿈꾸지만 그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대자연의 극치다. 굳건하게 발 밑을 버티고 있는 육지 대신 시종일관 일렁이는 물 위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용기의 문제를 떠나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바다로 떠나는 이들에겐 각자 특별한 사연이 있고,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 번 접하기도 어려운 남다른 경험담도 산더미다. 전설로 내려오는 ‘항해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심심찮게 대중 앞에 선보이는 것도 이들의 이야기가 그만큼 매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이하 ‘어드리프트’)는 바다를 향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타이티에서 서로 우연히 만난 태미(쉐일린 우들리)와 리처드(샘 클라플린)가 그 주인공이다. 과거의 상처를 지닌 채 홀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두 사람은 두 달여 간 사랑을 키워 간 끝에 결혼을 약속하고 한 노부부의 의뢰를 받아 호화 요트를 타고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목적지로 항해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망망대해 위 허리케인에 휩싸인 요트가 반파되면서 태미 일행은 목적지를 잃은 채 표류하게 되고, 생존을 위한 사투 속에서 점점 지쳐간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로맨스 화법으로 재난을 다룬 ‘어드리프트’는 사랑의 달콤함과 그럼에도 극복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타이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태미와 리처드의 행복한 시간과 부서진 배 위에서 표류하게 된 이들의 절망적 상황을 시시각각 교차하면서다. 시간의 흐름을 툭툭 끊어내며 중간중간 과거로 회귀하는 교차편집은 그 괴리감에 무게감이 상당하다. 행복했던 연인이 불행한 사건에 마주하는 전개 대신, 영화의 첫 장면부터 ‘재난’을 전제한 뒤 꿈결 같았던 그들의 전사를 나열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퍽 아릿하다. 주인공 태미로 분한 배우 쉐일린 우들리의 연기는 온탕과 냉탕을 수시로 오가는 영화의 서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일등 공신이다. 20대 초반의 독립적 여성인 태미는 쉐일린 우들리 특유의 꾸밈없는 이미지를 통해 가감없이 그려진다. 예뻐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대신 당당함 이면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부각하는 식이다. 내내 즉흥적인 여행을 해 왔다거나 고작 두 달 만난 리처드와 결혼을 결심하는 태미의 캐릭터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덕분이다. 여기에 사고 이후 포류가 길어지며 점점 피폐해져가는 태미의 모습에서는 그야말로 몸을 바치는 그의 노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어드리프트’(Adrift)란 제목대로, 영화는 포류하는 태미의 내적 방황에도 방점을 찍는다. 줄곧 정처없이 방황해 온 태미가 리처드를 통해 목적지를 찾게 되지만 바다 위에서 또다시 방황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영화 중후반 리처드를 통해 삶의 희망을 지켜가던 태미가 맞닥뜨리는 진실 또한 방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의 성장통으로 적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영화 밖 실화의 주인공인 태미 올드햄 애쉬크로프트가 해당 사건 이후 요트 항해를 계속 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포류를 마쳤어도 그의 인생은 방황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고, 그건 우리네 인생도 다르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씨네;필]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표류와 방황 사이 어딘가

김동민 기자 승인 2018.09.07 18:05 | 최종 수정 2137.05.20 00:00 의견 0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뷰어스=김동민 기자] 바다는 경외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아득할 정도로 넓고 깊은, 파랗다 못해 검은 바다는 누구나 꿈꾸지만 그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대자연의 극치다. 굳건하게 발 밑을 버티고 있는 육지 대신 시종일관 일렁이는 물 위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용기의 문제를 떠나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바다로 떠나는 이들에겐 각자 특별한 사연이 있고,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 번 접하기도 어려운 남다른 경험담도 산더미다. 전설로 내려오는 ‘항해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심심찮게 대중 앞에 선보이는 것도 이들의 이야기가 그만큼 매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이하 ‘어드리프트’)는 바다를 향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타이티에서 서로 우연히 만난 태미(쉐일린 우들리)와 리처드(샘 클라플린)가 그 주인공이다. 과거의 상처를 지닌 채 홀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두 사람은 두 달여 간 사랑을 키워 간 끝에 결혼을 약속하고 한 노부부의 의뢰를 받아 호화 요트를 타고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목적지로 항해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망망대해 위 허리케인에 휩싸인 요트가 반파되면서 태미 일행은 목적지를 잃은 채 표류하게 되고, 생존을 위한 사투 속에서 점점 지쳐간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로맨스 화법으로 재난을 다룬 ‘어드리프트’는 사랑의 달콤함과 그럼에도 극복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타이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태미와 리처드의 행복한 시간과 부서진 배 위에서 표류하게 된 이들의 절망적 상황을 시시각각 교차하면서다. 시간의 흐름을 툭툭 끊어내며 중간중간 과거로 회귀하는 교차편집은 그 괴리감에 무게감이 상당하다. 행복했던 연인이 불행한 사건에 마주하는 전개 대신, 영화의 첫 장면부터 ‘재난’을 전제한 뒤 꿈결 같았던 그들의 전사를 나열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퍽 아릿하다.

주인공 태미로 분한 배우 쉐일린 우들리의 연기는 온탕과 냉탕을 수시로 오가는 영화의 서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일등 공신이다. 20대 초반의 독립적 여성인 태미는 쉐일린 우들리 특유의 꾸밈없는 이미지를 통해 가감없이 그려진다. 예뻐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대신 당당함 이면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부각하는 식이다. 내내 즉흥적인 여행을 해 왔다거나 고작 두 달 만난 리처드와 결혼을 결심하는 태미의 캐릭터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덕분이다. 여기에 사고 이후 포류가 길어지며 점점 피폐해져가는 태미의 모습에서는 그야말로 몸을 바치는 그의 노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스틸컷 (사진=이수C&E)

‘어드리프트’(Adrift)란 제목대로, 영화는 포류하는 태미의 내적 방황에도 방점을 찍는다. 줄곧 정처없이 방황해 온 태미가 리처드를 통해 목적지를 찾게 되지만 바다 위에서 또다시 방황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영화 중후반 리처드를 통해 삶의 희망을 지켜가던 태미가 맞닥뜨리는 진실 또한 방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의 성장통으로 적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영화 밖 실화의 주인공인 태미 올드햄 애쉬크로프트가 해당 사건 이후 요트 항해를 계속 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포류를 마쳤어도 그의 인생은 방황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고, 그건 우리네 인생도 다르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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