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 변호사는 경찰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법무법인 세종을 거쳐 현재 더앤 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및 강남경찰서 범죄예방협의체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뷰어스=더앤법률사무소 이현중 변호사] 과거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에는 ‘합의’의 효력이 절대적이었다.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불원의사를 제출하면 수사기관은 친고죄 규정에 가로막혀 더 이상 공소제기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 만약 공소제기가 되었다 하더라도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서’, ‘처벌불원서’는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소가 여성가족부 용역으로 2015년 12월 작성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성년자 강간 피해자는 4217명이고, 강제추행 피해자는 7923명에 달했다. 이 중 13세 미만의 아동 피해자는 3969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였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을 성폭력 피해자로 만든 가해자들이 전부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는 친고죄에 있어서 ‘합의’의 절대적인 효력 때문이었다. 이러한 ‘성범죄 합의우선주의’ 때문에 부모 또는 법정대리인에 의해 미성년자 성폭력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무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나영이 사건’ 등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2013년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모두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의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수사기관의 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다.
더앤 법률사무소 이현중 변호사에 따르면, 친고죄가 폐지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가해자들은 여전히 피해자와의 합의에 집착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는 형을 낮출 수 있는 양형사유로 참작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거의 친고죄에 대한 인식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사건이 종결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친고죄 규정이 삭제된 지금,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합의 유무에 상관없이 처벌받을 수 있고, 최소한 검찰 수사까지는 받아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한 것이 양형사유로 참작되어 벌금형이 선고되거나,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된다 하더라도 가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가 등록되고,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신상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다.
이렇듯 친고죄가 폐지된 지금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에게는 신상정보등록 및 고지에 의해 사회적 제약이 필수적으로 뒤따르게 되어 있다. ‘초범이라서 가볍게 처벌되겠지’, 또는 ‘피해자와 합의하면 괜찮겠지’라는 잘못되고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성범죄가 무거운 범죄라는 경각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