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작품 스틸컷)
[뷰어스=손예지 기자] 연예계 대표 닮은꼴 배우 김병철과 조우진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사로잡고 있다.
김병철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퇴임을 앞둔 교도소 의료과장 역을 맡았다. 김병철이 연기하는 선민식은 이름처럼 선민의식으로 가득찬 의사인 한편, 욕망에 비해 부족한 실력으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인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의사로서 실력을 발전시키는 대신 돈과 권력으로 교도소를 휘두르는 데 주력했다. 이렇듯 선민식은 비열하고 추악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김병철 특유의 고상한 목소리와 말투, 그러나 날카로운 눈빛은 이러한 인물의 성향을 그대로 나타내며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조우진이 영화 ‘돈’에서 맡은 한지철은 ‘닥터 프리즈너’의 선민식과 대적할 만하다. ‘돈’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 브로커 일현(류준열)이 여의도 최고의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된 후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서 조우진이 맡은 한지철은 불법적인 거래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금융감독원의 수석검사다. 부당한 작전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인물인 것이다. 조우진은 특유의 유쾌한 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냉철한 워커홀릭의 면모를 보여 이야기에 현실감을 높였다.
이렇듯 ‘닥터 프리즈너’와 ‘돈’으로 각각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병철과 조우진. 두 사람은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 출연 당시 꼭 닮은 외모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김병철과 조우진에게는 외양 말고 닮은 점이 또 있다. 바로 ‘다작(多作)’ 배우라는 것이다. 데뷔 후 쉴 틈 없이 달려온 김병철과 조우진의 닮은 꼴 필모그래피를 돌아본다.
(사진=각 작품 스틸컷)
■ ‘태양의 후예’ 김병철 VS ‘내부자들’ 조우진
2015~2016년은 김병철과 조우진에게 대중에 얼굴을 알린 시기다. 김병철은 KBS2 ‘태양의 후예’로, 조우진은 영화 ‘내부자들’(2015)로 각각 존재감을 나타냈다.
먼저 ‘태양의 후예’ 속 김병철은 태백부대 대대장 박병수를 맡았다. 우르크에 파병된 태백부대를 총지휘하는 인물로, 극 중 송중기의 상관이었다. 다부진 체격과 매서운 눈빛에서 전쟁 중인 군인의 살기가 엿보이는 한편, 허술한 면모를 보일 때도 있는 캐릭터로서 김병철은 그 이중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시청자들에 웃음을 선사하는 신 스틸러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조우진은 ‘내부자들’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오 회장(김홍파)의 수행 비서인 조 상무였다. 단정한 차림새로 언뜻 엘리트라는 인상을 주지만, 걸진 사투리로 폭력적인 일을 지시하는 모습이 반전인 인물이었다. 조우진은 캐릭터 특유의 표정없는 얼굴과 서늘한 말투 등을 제대로 소화하며 ‘내부자들’을 통해 오랜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진=각 작품 스틸컷)
■ ‘도깨비’ 김병철 VS 조우진
‘도깨비’로 김병철과 조우진의 운명도 시작됐다. 스타작가 김은숙이 쓰고 톱스타 공유, 라이징스타 김고은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도깨비’에 김병철과 조우진이 동시에 출격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도깨비’를 통해 유행어까지 만든 김병철이다. 그는 극 중 고려시대 간신 박중헌을 맡아 900년간 구천을 떠도는 악귀를 연기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과거 장면을 제외하고 늘 산발이 된 백발과 검게 물든 입술로 사악한 눈빛을 보내야 했던 김병철. 촬영마다 오랜 분장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점에서 고충이 있었겠으나, 덕분에 시청자들은 김병철의 매력을 제대로 알아봤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귀티나는 말투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당시 박중헌이 반복하는 대사 “파국이다”는 김병철 고유의 말투를 만나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조우진이 맡은 김비서는 정반대 캐릭터였다. 극 중 현재, 재벌3세 유덕화(육성재)의 비서로 철부지 도련님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 충실한 인물이었다. 재벌가 자제와 비서 캐릭터는 그간 많은 드라마에서 그려졌지만, 육성재의 활기찬 에너지와 조우진의 담담한 면모가 대비되며 덕화와 김비서의 관계가 유독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적재적소에 촌철살인을 던지는 김비서의 매력이 사랑받았다.
(사진=각 작품 스틸컷)
■ ‘미스터 션샤인’ 김병철 VS 조우진
김병철과 조우진의 매력을 알아본 김은숙 작가는 차기작에도 두 배우를 섭외했다. tvN ‘미스터 션샤인’이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병철은 당대 최고의 추노꾼 일식이를 맡았다. 도망간 노비를 쫓을 때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던 그이지만, 노비제가 폐지되면서 졸지에 백수(?)가 되자 전당포를 차렸다. 극 중 일식은 친한 동생 춘식이(배정남)와 매일같이 붙어다녔는데, 두 사람의 티격태격 브로맨스가 ‘미스터 션샤인’의 시청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런가 하면 조우진도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미국공사관의 역관 임관수 역을 맡아 유진 초이(이병헌)의 곁을 지켰다. 이 과정에서 다소 눈치 없는 모습으로 유진을 답답하게 만들어 웃음을 더했다.
한편,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일식이 변복한 모습을 본 유진이 그를 관수와 헷갈려하는 장면을 내보내 김병철과 조우진의 닮은꼴 외모를 인증(?)하기도 했다.
(사진=각 작품 스틸컷)
■ ‘스카이캐슬’ 김병철 VS ‘국가부도의 날’ 조우진
지난해는 김병철과 조우진의 명품 연기가 특히 돋보였다. JTBC ‘스카이캐슬’의 김병철과 영화 ‘국가부도의 날’(2018) 속 조우진이 대중의 감탄을 자아냈다.
‘스카이캐슬’에서 김병철은 자녀교육에 목을 맨 아빠 차민혁을 연기했다.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자수성가했다는 이유 하나로, 자식들에게도 같은 노력을 강요하는 인물이었다. 겉으로는 매너와 교양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집에서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강압적인 이중성으로 극 초반 시청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병철은 이런 차민혁마저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하며 여론을 뒤집었다. 일부 장면이나 특정 상황 속에서 차민혁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귀엽게 재해석해 차민혁의 인기를 견인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조우진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위기 당시를 재현한 영화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비상 사태에 맞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우진은 극 중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으며, 이른바 ‘가진 자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가부토 사태를 이용하는 파렴치한이었다. 당시 정부의 무능함을 대변하는 인물로 묘사됐는데, 조우진은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작과는 다른 색깔의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