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세븐시즌스
2011년 그룹 블락비로 데뷔한 박경은 뛰어난 음악성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2015년 첫 싱글‘ 보통 연애’를 시작으로 ‘자격지심’ ‘오글오글’ ‘인스턴트’ 등을 히트시키며 가요계에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박경의 음악적 색은 밝고 경쾌한 느낌이 강하다. 또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게 한다. 23일 공개한 5번째 싱글 앨범 ‘귀차니스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전 노래들과 다른 점은 분명히 있었다.
“이번 노래는 대중적인 노래로 들리게 하려는 장치를 신경 쓰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노래를 한번 들어도 기억에 남게 하고 싶어서 중독성 있는 리듬을 만들어서 계속 돌렸어요. 그게 하나의 장치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일부러 노력해서 그런 것들을 넣으려고 안 했어요.”
또 그동안 가수 박보람, 그룹 여자친구의 은하, 브라더수 등 동료 가수들과 협업한 곡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온전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았다.
“요즘에는 피처링을 담지 않으려고 해요. 무대에서 제가 부르는 파트가 60~70% 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건 나를 보러 돈을 지불하고 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꼭 필요하지 않은 이상 내 목소리로만 채우려고 해요.”
박경은 그동안 꾸미지 않은 솔직한 가사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1순위가 ‘공감’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끄집어낸다고.
“제 일상과 만나는 사람들의 말에서 노래가 시작돼요. 사랑에 대한 가사를 쓸 때 제가 사랑을 안 하고 있으면 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요.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그건 한번 가공된 이야기잖아요. 그것보다 단순하게 나누는 이야기가 더 와 닿아요. 또 하나는 상상을 하는데 생각나는 대로 마인드맵을 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짜요. 그중에서 쓸 것만 뽑아서 완성하게 되는 거 같아요.”
데뷔 9년 차가 된 그는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 SNS에 걸어 놓는 말이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에요. 음악을 하나 들려줬을 때 ‘좋다’는 표를 얻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좋아하는 장르, 가사, 결도 다르고 악기도 다르지만 크게 두 가지로 봤을 때 많은 사람이 ‘박경 음악 좋네’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세븐시즌스
20살에 데뷔한 그는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다. 8년이라는 시간은 가수로서 성장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이제는 욕심을 많이 내려놨다”고 털어놨다.
“지난 4월 15일이 블락비 데뷔 만 8주년이었어요. 그때 되게 ‘받은 사랑이 과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없이 블락비로 활동했을 때는 눈 뜨면 씻고 메이크업 받고 무대에 올라가고 이런 패턴이 일상이었어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커녕 그 상황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동안 많은 팬을 만났고, 우리 주변에 많은 조력자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 덕분에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블락비는 작년 아이돌의 징크스라 불리는 ‘마의 7년’ 차에 접어들면서 해체 위기설이 돌았다. 태일, 재효, 비범, 피오, 박경, 유권이 소속사와 재계약을 했지만 지코는 독자 행보의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블락비는 입을 모아 해체가 아니라고 밝혔다. 박경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군대에 간 멤버들도 많고 앞으로 갈 멤버들도 많아요. 아마 짧은 시간 안에 블락비 완전체 7명의 모습을 불가항력적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멤버들끼리 기회가 닿는 선에서는 협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태일과 콘서트를 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블락비라는 이름에 대해서 팬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다가갈지에 대한 논의도 이번에 있었어요. 음원의 형식이든 팬미팅, 콘서트든 어떤 게 좋은 방법인지 연구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팬들이 손꼽아 기다릴만한 답변으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얼마 전에 슈퍼주니어 선배님의 기사를 봤어요. ‘슈퍼주니어 선배들도 군대를 가기 시작하고 마지막 분이 전역할 때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모든 임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뭉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슈퍼주니어 팬 분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어요. 우리 중 누가 자리를 비웠건,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고 집중하시고 기다려주신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지 않아요. 너무 긴 시간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본인들 일상을 잘 이행하시다 보면 완전체 블락비의 멋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