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포털사이트 다음 캡쳐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소위 ‘뜨는 예능’이 있으면, 그 포맷을 받아 살짝만 틀어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이다.
낚시를 주제로 인기를 끌자, 눈치 볼 거 없이 따라한다. 음식 만드는 프로그램이 뜨자, 다들 식당 하나 차릴 기세다. 여행 가는 포로그램의 수를 보면 방송사들이 여행사 차릴 준 착각할 정도다. 창의성은 부족한데, 뜨는 프로그램은 만들고 싶다. 결론은 ‘비슷하지 않게 베기끼’다.
이는 마치 한 브랜드가 성공하면 몰려가서 너도 나도 개업하는 이미지와 흡사한데, 이번에 방송가가 달려가고 있는 곳은 ‘연애’다. ‘하트시그널’이 대성공을 이룬 후 방송가에서는 우후죽순 연애 예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힘들다.
대부분의 연애 예능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데 있다. 연애는 시청자들 대부분이 경험해본 감성이다. 연애 때문에 울고 웃은 이들이 TV를 시청하고 있어, 진정성이 필히 요구된다. 다수의 프로그램이 대중의 관심을 이끌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진정성의 부족 탓이다.
특히 연예인이 나오는 ‘연애 예능’은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 ‘호구의 연애’ ‘작업실’ 등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사람들이 나오는 ‘연애 예능’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다.
연예인의 연애가 ‘실제’라는 부분에서 의구심을 주기 때문이다. 방송에 익숙한 연예인의 이미지가 연애마저도 ‘가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하게 만든다. 이미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리얼 예능이 득세하고 있어 연예인이 나오는 예능 자체가 맥을 못 추는 가운데 연애 예능에서도 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반대로 리얼예능의 정점이었던 SBS ‘짝’의 경우에는 매회가 레전드 편이었다. 결혼과 연애를 목적으로 둔 출연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경쟁을 겪으며 연애 과정이 그려진 이 프로그램은 출연 남녀들의 급변하는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좋았다가 싫어졌다가 하는 감정, 밥을 혼자 먹을 때와 누군가와 같이 먹을 때의 표정 차이, 삼각관계 때문에 골치 아파하고, 선택에서 밀려났을 때 힘들어하는 모습, 소위 ‘패잔병’이 된 이들의 서글픔까지도 전달됐다. 워낙 압박감이 강했던 터라 출연자의 불상사로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종영됐지만, 각각 인간이 갖고 있는 내면의 본능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여전히 회자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남아있다.
최근에 성공한 ‘하트시그널’ 시리즈는 호감도가 높은 일반인을 캐스팅해 진짜 연애의 감성을 공유했다. 이 이야기를 동화처럼 그려낸 제작진의 구성 능력이 일품이었다. ‘선다방’은 일반인의 소개팅을 관찰하는 예능으로, 출연 남녀들의 진짜로 떨리고 설레는 모습이 오롯이 전달됐다. ‘연애의 맛’은 이필모, 구준엽 등 연예인이 출연했지만, 방송이 아닌 진심을 담아 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이필모에 이어 오창석까지도 공식 열애를 인정하는 등 방송이 실제와도 이어지는 모습이 확인되며 진정성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연애 예능’의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진정성이 전달되느냐에 있다. 연애라는 주제 안에서 이리저리 돌린다 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요즘에 연애 예능이 많아도 너무 많다. 대부분 다 성공하지 못했다. 진정성을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나오든 연예인이 나오든 핵심은 진심이다”라며 “연애를 할 때의 진짜 감성이 전달되지 않으면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은 바로 ‘가짜’인 것을 눈치 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