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 DB 무대에서 본 배우 최재림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예민한 창작자였다. 모델처럼 큰 키에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시원하게 내지르는 그만의 창법, 개성 강한 인물까지 ‘최재림화’ 시켰던 연기력은 그를 그렇게 생각하게 했다. 최재림은 늘 열심이었다. 가창력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한 연기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고민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했다. 덕분에 그는 작품 볼 줄 아는 ‘눈’이 생겼다고, 자신 있는 여유를 부렸다.  “예전에는 작품에서 제가 맡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봤어요. 제가 멋있어 보일 수 있고, 잘 맞는 인물인지를요. 하지만 이제는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을 봐요. 대본이나 연출적인 부분이 배우 최재림에게 얼마나 멋진 그림을 주느냐를 보는 거죠.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나니까 작품의 전체적인 그림이 보여요. 배우들은 자기가 임한 역할밖에 못 본다고 해요. 작품 안에서 별 거 아닌 장면도, 배우가 고집을 부리거나 자존심을 부리면 힘들어 지는 거죠. 저 역시 그 함정에 빠진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장면과 작품 전체를 이해하려고 하죠.”   그런 최재림이 선택한 ‘시티오브엔젤’. 1940년대를 배경으로, 작가 스타인이 느와르물 영화를 제작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스타인이 살고 있는 세계와, 그가 만든 영화 속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극중극 형식이다.  “작품 콘셉트가 특이해서 끌렸어요. 흑백과 컬러의 색감도 재밌고, 관객들이 보기에도 두 가가지 이야기가 흐르잖아요. 인물과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도 신선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음악이 좋았어요. 18인조 빅밴드가, 재즈 스타일의 그루브 넘치는 넘버를 라이브로 선사하니까요.”  극 중 맡은 스타인은, 인간 최재림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최재림은 스타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스톤과 비교해 설명했다. 스타인은 극 중반까지 버디의 말대로,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써내려간다. 극 속 인물 스톤이 개연성 떨어지는 스토리에, 오히려 반발하고 나선다.   “어렸을 때는 스타인이었던 거 같은데, 군대를 가면서 스톤이 됐어요. 24시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졌어요. 그러다보니 ‘꼭 예스맨’이 아니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기적인 것과 다르게요. 타인의 말을 모두 들어준다고 해서, 제 인생이 변화하지 않는 것도 알았어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 선 거죠. 스톤처럼 제 뜻을 더 내게 된 거죠.”  자신과 빗대다 보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게 잡혔다. 타인의 시선이나, 생각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는 것이다.  “‘시티오브엔젤’은‘네 멋대로 사세요’ 인 거 같아요. 관객들이 극 중 스타인과 스톤이 겪어나가는 변화와 성장을 통해, 남에게 맞춰야 한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올해는 데뷔 10년을 맞은 뜻 깊은 해다. 최재림읜 일년은 ‘시티오브엔젤’ 출연 뿐 외에도 뜻 깊은 일로 채워지고 있다. 1월에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마틸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3월에는 단독콘서트도 진행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생각에도 ‘여유’가 장착됐다. “길면 길지만, 또 짧으면 짧은 시간이네요.‘마틸다’로 상도 받고, 콘서트도 하고. 좋은 일이 겹치다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뿌듯하기도 해요. ‘내가 묵묵하게 이 길을 잘 걸어 왔구나’ ‘지금까지 걸어온 대로 앞으로도 나아가면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이에요. 좀 욕심이 없어졌어요. 멀리보고 싶더라고요. ‘꼭 이 작품 해야 돼’라는 마음 속 부담도 줄었어요. 공부하며 좋은 작품과 역할을 기다리고, 또 도전하고요. 재충전도 확실히 해주고.(웃음).  최재림은 10년 동안 뮤지컬 ‘렌트’ ‘헤어스프레이’ ‘넥스트 투 노멀’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에어포트 베이비’ ‘애드거 앨런 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예술성 짙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개성 강한 인물도 소화했다.  사진=뷰어스 DB “가장 애착이 드는 작품은 ‘에어포트 베이비’예요. 작품 만들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이죠. ‘노트르담 드 파리’ 그랭구와르는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 컸던 기억이 나요. 무대에 대한 존경심과 열망이 있어 꾸준히 오르고 싶어요. 물론, 드라마와 영화 쪽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요.” 최재림의 차기작은 ‘아이다’다. 2005년 초연돼 이제껏 4번 오른 ‘아이다’는 올해 11월 공연으로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아이다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역에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됐다.  “장군이 되기 위해 몸을 키우는 운동에 매진할 것”이라는 계획으로 작품을 기대케 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10년 전 최재림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냐는 물음에 최재림은 응원의 메시지를 대신 전했다. 후회 없는 배우 생활을 해 온 그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10년 전 저에게 ‘그렇게 쭉 하면 돼. 변하지 말고’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10년 뒤 저요? 앞으로도 이렇게 쭉 가면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요? 저도 궁금헤요.”  ‘시티오브엔젤’은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마주보기②] 배우 최재림이 그린 10년, 그려나갈 10년?

김진선 기자 승인 2019.09.02 15:46 | 최종 수정 2139.05.04 00:00 의견 0
사진=뷰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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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본 배우 최재림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예민한 창작자였다. 모델처럼 큰 키에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시원하게 내지르는 그만의 창법, 개성 강한 인물까지 ‘최재림화’ 시켰던 연기력은 그를 그렇게 생각하게 했다. 최재림은 늘 열심이었다. 가창력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한 연기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고민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했다. 덕분에 그는 작품 볼 줄 아는 ‘눈’이 생겼다고, 자신 있는 여유를 부렸다. 

“예전에는 작품에서 제가 맡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봤어요. 제가 멋있어 보일 수 있고, 잘 맞는 인물인지를요. 하지만 이제는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을 봐요. 대본이나 연출적인 부분이 배우 최재림에게 얼마나 멋진 그림을 주느냐를 보는 거죠.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나니까 작품의 전체적인 그림이 보여요. 배우들은 자기가 임한 역할밖에 못 본다고 해요. 작품 안에서 별 거 아닌 장면도, 배우가 고집을 부리거나 자존심을 부리면 힘들어 지는 거죠. 저 역시 그 함정에 빠진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장면과 작품 전체를 이해하려고 하죠.”
 
그런 최재림이 선택한 ‘시티오브엔젤’. 1940년대를 배경으로, 작가 스타인이 느와르물 영화를 제작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스타인이 살고 있는 세계와, 그가 만든 영화 속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극중극 형식이다. 

“작품 콘셉트가 특이해서 끌렸어요. 흑백과 컬러의 색감도 재밌고, 관객들이 보기에도 두 가가지 이야기가 흐르잖아요. 인물과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도 신선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음악이 좋았어요. 18인조 빅밴드가, 재즈 스타일의 그루브 넘치는 넘버를 라이브로 선사하니까요.” 

극 중 맡은 스타인은, 인간 최재림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최재림은 스타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스톤과 비교해 설명했다. 스타인은 극 중반까지 버디의 말대로,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써내려간다. 극 속 인물 스톤이 개연성 떨어지는 스토리에, 오히려 반발하고 나선다.  

“어렸을 때는 스타인이었던 거 같은데, 군대를 가면서 스톤이 됐어요. 24시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졌어요. 그러다보니 ‘꼭 예스맨’이 아니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기적인 것과 다르게요. 타인의 말을 모두 들어준다고 해서, 제 인생이 변화하지 않는 것도 알았어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 선 거죠. 스톤처럼 제 뜻을 더 내게 된 거죠.” 

자신과 빗대다 보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게 잡혔다. 타인의 시선이나, 생각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는 것이다. 

“‘시티오브엔젤’은‘네 멋대로 사세요’ 인 거 같아요. 관객들이 극 중 스타인과 스톤이 겪어나가는 변화와 성장을 통해, 남에게 맞춰야 한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올해는 데뷔 10년을 맞은 뜻 깊은 해다. 최재림읜 일년은 ‘시티오브엔젤’ 출연 뿐 외에도 뜻 깊은 일로 채워지고 있다. 1월에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마틸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3월에는 단독콘서트도 진행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생각에도 ‘여유’가 장착됐다.

“길면 길지만, 또 짧으면 짧은 시간이네요.‘마틸다’로 상도 받고, 콘서트도 하고. 좋은 일이 겹치다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뿌듯하기도 해요. ‘내가 묵묵하게 이 길을 잘 걸어 왔구나’ ‘지금까지 걸어온 대로 앞으로도 나아가면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이에요. 좀 욕심이 없어졌어요. 멀리보고 싶더라고요. ‘꼭 이 작품 해야 돼’라는 마음 속 부담도 줄었어요. 공부하며 좋은 작품과 역할을 기다리고, 또 도전하고요. 재충전도 확실히 해주고.(웃음). 

최재림은 10년 동안 뮤지컬 ‘렌트’ ‘헤어스프레이’ ‘넥스트 투 노멀’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에어포트 베이비’ ‘애드거 앨런 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예술성 짙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개성 강한 인물도 소화했다. 

사진=뷰어스 DB
사진=뷰어스 DB

“가장 애착이 드는 작품은 ‘에어포트 베이비’예요. 작품 만들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이죠. ‘노트르담 드 파리’ 그랭구와르는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 컸던 기억이 나요. 무대에 대한 존경심과 열망이 있어 꾸준히 오르고 싶어요. 물론, 드라마와 영화 쪽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요.”

최재림의 차기작은 ‘아이다’다. 2005년 초연돼 이제껏 4번 오른 ‘아이다’는 올해 11월 공연으로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아이다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역에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됐다.  “장군이 되기 위해 몸을 키우는 운동에 매진할 것”이라는 계획으로 작품을 기대케 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10년 전 최재림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냐는 물음에 최재림은 응원의 메시지를 대신 전했다. 후회 없는 배우 생활을 해 온 그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10년 전 저에게 ‘그렇게 쭉 하면 돼. 변하지 말고’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10년 뒤 저요? 앞으로도 이렇게 쭉 가면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요? 저도 궁금헤요.” 

‘시티오브엔젤’은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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