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홀저, Survival, 1989, LED sign with red diodes, 13.3 x 276.6 x 7.6 cm (자료=국제갤러리) 지난 40여 년 간 언어를 주요 재료로 삼아 작업해온 홀저는 다양한 원전의 문구를 여러 매체로 전달하며 역사 및 정치적 불의를 고찰한다. 이때 작가의 목소리를 빌어 소개되는 글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회의 당대적 현안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냉정하고도 감정적인 공공의 장을 구축해낸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10일부터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개인전'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을 K2와 K3 공간에서 개최한다. 지난 2004년과 2011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9년 만에 세 번째로 열리는 본 전시 역시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간결한 경구들을 담은 LED와 대리석 벤치 작품부터 비밀 정부 문서에 금박을 입혀 정보의 은폐와 공유에 대해 고찰하는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감각 경험을 통해 다채로운 텍스트를 읽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감각의 영역과 지식의 영역, 개인의 영역과 공동의 영역 간 경계를 유희한다. 제니 홀저, Selection from Truisms: The most profound, 2015, Sodalite Blue footstool, 43.2 x 63.5 x 40.6 cm (자료=국제갤러리) 제니 홀저가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검열 회화 연작이 K2 벽면을 장식한다. 린넨에 유화를 입히면서 미국 정보 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정부 문서를 회화로 번안해내는 방식으로 이미 상당히 검열된 상태로 기밀 해제된 미국 정부 및 군부 문서가 작가의 손을 거쳐 거대한 추상화로 변모하고, 이때 정부문서 상의 검정색 검열 막대기는 다채로운 금박 및 은박으로 호환된다. 한편 K2의 다른 벽은 홀저의 최신 수채화 연작으로 꾸린 그리드로 채워진다. 제니 홀저, hacking and/or Assange, 2020, Graphite and watercolor on paper, 90.8 x 69.2cm (자료=국제갤러리) 2016년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한 FBI 수사 결과를 담은 ‘뮬러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추문’, ‘궁극의 죄악’ 등 각기 대담한 제목을 단 이 36점의 신작 수채화는 지난 분열의 시대를 돌아보며 곧 도래할 화합의 시대를 내다보고자 한다. 이들 회화 및 수채화 앞에는 벤치 모양을 한 대리석 작품이 여러 점 자리한다. K3에는 네 점의 LED 작품이 설치된다. 다양한 물질성을 매개로 전달되는 텍스트의 영향력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LED라는 매체는 작가가 1980년대 초반부터 즐겨 사용해왔다. 제니 홀저, STATEMENT-redacted, 2015, LED sign with blue, green, and red diodes (자료=국제갤러리) 천장으로부터 수직으로 설치된 LED 작품의 시각적 리듬은 상부에 위치한 턴테이블의 회전 같은 움직임 혹은 안무와 결부되기도 하는데, 3 미터 가량의 본 LED 작품 제목은 ‘경구들’(2020)이다. 작가가 1970 년대부터 꾸준히 모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 해온 일련의 격언 문구들을 칭한다. 엄격한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공격적이면서 때로는 모순적인 일련의 경구들이 K3 전시장에서 국문과 영문으로 번갈아 제시된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마주한 지금, 작가는 ‘생생한 공상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핵심 문장을 화두로 건네며 조심스럽되 적극적으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도록 우리를 독려한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현대 미술가 제니 홀저,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 개최

K2 검열 회화(Redaction Painting) 연작, 36점 신작 수채화
K3 LED 작품 네 점 선보여

이동현 기자 승인 2020.12.03 14:13 의견 0
제니 홀저, Survival, 1989, LED sign with red diodes, 13.3 x 276.6 x 7.6 cm (자료=국제갤러리)


지난 40여 년 간 언어를 주요 재료로 삼아 작업해온 홀저는 다양한 원전의 문구를 여러 매체로 전달하며 역사 및 정치적 불의를 고찰한다. 이때 작가의 목소리를 빌어 소개되는 글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회의 당대적 현안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냉정하고도 감정적인 공공의 장을 구축해낸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10일부터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개인전'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을 K2와 K3 공간에서 개최한다.

지난 2004년과 2011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9년 만에 세 번째로 열리는 본 전시 역시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간결한 경구들을 담은 LED와 대리석 벤치 작품부터 비밀 정부 문서에 금박을 입혀 정보의 은폐와 공유에 대해 고찰하는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감각 경험을 통해 다채로운 텍스트를 읽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감각의 영역과 지식의 영역, 개인의 영역과 공동의 영역 간 경계를 유희한다.

제니 홀저, Selection from Truisms: The most profound, 2015, Sodalite Blue footstool, 43.2 x 63.5 x 40.6 cm (자료=국제갤러리)


제니 홀저가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검열 회화 연작이 K2 벽면을 장식한다.

린넨에 유화를 입히면서 미국 정보 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정부 문서를 회화로 번안해내는 방식으로 이미 상당히 검열된 상태로 기밀 해제된 미국 정부 및 군부 문서가 작가의 손을 거쳐 거대한 추상화로 변모하고, 이때 정부문서 상의 검정색 검열 막대기는 다채로운 금박 및 은박으로 호환된다.

한편 K2의 다른 벽은 홀저의 최신 수채화 연작으로 꾸린 그리드로 채워진다.

제니 홀저, hacking and/or Assange, 2020, Graphite and watercolor on paper, 90.8 x 69.2cm (자료=국제갤러리)


2016년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한 FBI 수사 결과를 담은 ‘뮬러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추문’, ‘궁극의 죄악’ 등 각기 대담한 제목을 단 이 36점의 신작 수채화는 지난 분열의 시대를 돌아보며 곧 도래할 화합의 시대를 내다보고자 한다. 이들 회화 및 수채화 앞에는 벤치 모양을 한 대리석 작품이 여러 점 자리한다.

K3에는 네 점의 LED 작품이 설치된다. 다양한 물질성을 매개로 전달되는 텍스트의 영향력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LED라는 매체는 작가가 1980년대 초반부터 즐겨 사용해왔다.

제니 홀저, STATEMENT-redacted, 2015, LED sign with blue, green, and red diodes (자료=국제갤러리)


천장으로부터 수직으로 설치된 LED 작품의 시각적 리듬은 상부에 위치한 턴테이블의 회전 같은 움직임 혹은 안무와 결부되기도 하는데, 3 미터 가량의 본 LED 작품 제목은 ‘경구들’(2020)이다.

작가가 1970 년대부터 꾸준히 모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 해온 일련의 격언 문구들을 칭한다. 엄격한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공격적이면서 때로는 모순적인 일련의 경구들이 K3 전시장에서 국문과 영문으로 번갈아 제시된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마주한 지금, 작가는 ‘생생한 공상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핵심 문장을 화두로 건네며 조심스럽되 적극적으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도록 우리를 독려한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